“소방차 불렀는데 경찰차가 왔네?”…제주 112·119 상황실의 비밀

"도민 안전에 경찰과 소방의 역할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니까요."
지난 2일 오후 제주경찰청에서 만난 김봉석 경감과 김용철 소방경은 서로 다른 제복을 입고 다른 명찰을 달고 있었지만, 하는 일은 같았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
김봉석 경감은 제주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에 파견된 경찰협력관이고, 김용철 소방경은 제주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파견된 소방협력관이다. 두 사람은 사건과 사고가 가장 먼저 집결하는 상황실에서 112와 119 사이를 오가며 공동대응의 출발점을 맡고 있다.
경찰-소방 협력관 제도는 지난해 3월 24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범죄와 각종 재난·사고 발생 시 경찰과 소방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기 위해 서로의 상황실에 상호 파견돼 근무하는 방식이다. 제주에서는 경찰 4명, 소방 4명이 4조 2교대로 24시간 상시 근무하고 있다.

김봉석 경감은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제주시청 인근에서 한 여성이 손목을 그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버스정류장에 피가 있고, 해당 여성이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이라는 신고가 버스 안에서도 잇따랐다.
김 경감은 "손목을 그었다는 말에 응급처치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119구급대 출동을 먼저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112신고 녹취를 통해 버스 이동 방향을 파악해 119상황실과 공유했고, 순찰차는 해당 버스를 추격했다. 피해자는 찰과상 수준이었지만, 과거 자해 이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김 경감은 응급입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주경찰청 산하 정신응급대응센터에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그는 "응급입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후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며 "모니터링 과정에서 경찰과 소방이 호흡을 잘 맞췄던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동대응시스템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우도 천진항 차량 돌진 사고에서도 즉각 가동됐다. 당시 112상황실로 '우도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세 차례 연속 접수됐다. 배에서 하선한 차량이 원인 미상으로 매표소를 향해 돌진해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근무 중이던 김용철 소방경은 즉시 공동대응시스템을 발효하고 119구급대를 출동시켰다. 그러나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한 결과 상황은 단순 사고가 아니었다. 심정지 환자를 포함해 최종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는 상황실에서 10분 단위로 현장 대응 상황을 파악해 112상황실 분석관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그 결과 응급의료소 설치와 환자 중증도 분류, 부상자 규모와 상태가 공유됐고, 소방헬기와 응급의료헬기 동원도 신속히 이뤄졌다.
제주에서 협력관 제도 시행 이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경찰·소방 공동대응 건수는 총 5367건. 하루 평균 30~34건, 월평균 1000여 건에 달한다. 특히 야간 시간대에 신고가 집중된다. 협력관들은 매일 수십 건의 사건을 처리하며 112와 119 사이에서 골든타임을 붙들고 있다.
이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대응 속도다.
김봉석 경감은 "예전에는 경찰서를 거치고 출동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상황실에서 누가 어디로 출동했는지가 바로 보인다"며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체감상 대응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고 말했다.

안전 측면에서도 효과는 분명하다. 흉기 소지 가능성이 있는 범죄 현장에서는 소방대원에게 접근 주의 사항을 공유하고, 자살 시도 현장에서는 매트 설치 방향과 안전 조치를 함께 논의한다. 경찰과 소방 중 누가 먼저 도착하든 현장 위험을 함께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봉석 경감은 "재난이냐 범죄냐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결국 목표는 하나"라며 "협업을 통해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고, 이 제도가 더 발전한다면 도민을 넘어 국민 전체의 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