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인증 65년 만에 전면 개편···고의로 불량 제품 만들면 ‘인증 취소’, 인증 도용까지 정부 조사 확대

유준호 기자 2026. 2. 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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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삼성전자 ‘로봇 설계 부문’ 등
공장없는 설계기업도 KS인증 획득 가능

KS(한국산업표준) 인증을 받은 A사는 시멘트 배합 비율을 고의로 조작해 규격에 미달하는 레미콘 약 900억원어치를 수도권 422개 건설 현장에 납품했다. 시멘트와 자갈 함량을 줄인 불량 레미콘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공장, 각종 관급 공사 현장 등 수도권 곳곳에 공급됐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었지만, 법규 미비로 A사에 대한 KS 인증 취소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를 계기로 정부가 60여 년간 유지돼 온 KS 인증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KS 인증은 1961년 공업표준화법 제정으로 도입된 이후, 65년간 국내 산업 제품의 품질과 안전을 관리해 온 국가 대표 표준 인증 제도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4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KS 인증 제도 개편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고의로 KS 기준에 맞지 않는 제품을 생산한 업체에 대해 인증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KS 인증 취소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았거나, 폐업 등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경우, 시판품 조사와 현장 조사 결과 KS에 현저히 미달한 경우 등에만 가능하다. 앞으로는 인증 제품을 고의로 KS나 심사 기준에 맞지 않게 제조·공급한 경우에도 인증 취소가 가능해진다.

정부의 조사 권한도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KS 인증을 받은 제품만 조사 대상이었다. 앞으로는 KS 마크를 도용했거나 이를 알고도 수입·유통한 기업에 대해서도 조사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중국 제품에 위조 KS 마크를 부착한 뒤 국내에 납품하는 등의 불법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또, 소비자 단체의 요청이나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경우에만 조사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품질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직권으로도 조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불량 KS 인증 제품이 유통되는 것을 방지할 조직도 신설된다. 정부는 인증 기관을 통해 인증 기업과 2000여 명의 심사원을 관리하고 있으나 전문성과 관리 효율성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봤다.

실제 느슨한 사후 관리로 불법·불량 KS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정부의 시판품 조사 결과, 2022년(30.7%), 2023년(42.4%), 2024년(26.2%), 2025년(24.1%) 등 최근 5년간 연평균 30% 수준의 KS 부적합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KS 인증 공장은 1만4834개(작년 기준)에 달하지만 정부의 조사 건수는 지난해 636건에 그쳤다.

또 그동안은 ‘공장을 보유한 제조자’만 인증을 받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설계·개발자도 인증을 취득할 수 있다. 산업 패러다임이 과거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변화하고 원청사가 기획·개발한 제품을 단순히 위탁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발달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공장 심사 없이 제품 자체만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제품 심사’와, 유효 기간(4년)이 정해진 ‘단일 제품 심사’ 방식을 새로 도입한다. 그동안 공장이 없다는 이유로 KS 인증을 받을 수 없었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설계·개발 기업도 인증 취득이 가능해진다. 첨단 로봇을 설계한 뒤 OEM 제조를 맡기는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발전 산업을 겨냥한 맞춤형 인증도 신설된다. 기존에는 로터·나셀·타워를 모두 포함한 완제품 패키지 인증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타워를 제외한 핵심 구성품만을 대상으로 한 인증도 허용된다. 이와 함께 KS 인증 유효 기간은 현행 3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KS 인증을 도용한 불법 제품이 수입·유통되지 않도록 통관 단계부터 더욱 강력하게 조사하고 대응하겠다”며 “제도를 개편해 AI와 로봇 등 첨단 제품의 상용화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AI로 농업 생태계 전환 속도

정부는 AI와 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국가 농업AX(AI 전환) 플랫폼’도 구축한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국가 농업AX 플랫폼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AI와 데이터 기반의 영농 솔루션과 차세대 스마트팜 모델을 결합한 국가 농업AX 플랫폼을 통해 농업 경쟁력 제고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드웨어 장비 보급 위주였던 기존 스마트 농업의 한계를 넘어 고령 농과 초보 농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지능형 농업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다.

국가 농업 AI 플랫폼은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SPC)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총사업비는 2900억원 이상으로, 이 가운데 정부 출자금은 최대 1400억원 규모다.

정부는 국가 농업 AI 플랫폼을 통해 재배·축산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구축하고, 병해충 조기 진단과 생육·사양 관리, 원격 정밀 제어 등 맞춤형 영농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능형·정밀 원격 제어가 가능한 고효율·저비용 스마트 온실·축사 구축도 추진한다.

구 부총리는 “나아가 한국의 스마트팜 모델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차세대 스마트 온실과 축사를 개발하고 수출도 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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