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또 대박? 양의지는 전혀 그런 생각 없다… 창피했던 기억 지운다, 시작과 끝을 여기서

[스포티비뉴스=블랙타운(호주), 김태우 기자] 양의지(39·두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성공의 아이콘’이다. 갖은 노력 끝에 주전 자리를 차지한 이후로는 실패라는 단어와 그렇게 친숙하지 않았다. 개인 성적은 물론, 팀적인 측면에서 봐도 그랬다. 개인과 팀 모두 항상 정상 가까이에 있는 선수였다.
양의지는 KBO리그 통산 1963경기에 나가 타율 0.310, 282홈런, 1195타점을 기록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수비와 투수 리드에서도 자타공인 리그 최고수 중 하나로 오랜 기간 군림했다. 이만수 박경완으로 이어진 KBO리그 공·수 겸장 최고 포수 계보를 잇는 선수임은 물론, 은퇴할 때면 두 전설을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실제 양의지는 골든글러브만 10번을 수상했다. 한 번 더 수상하면 이승엽의 최다 수상 기록도 넘어설 수 있다. 말 그대로 전설이 되는 셈이다. 두 차례나 100억 원 이상의 계약을 터뜨리면서 KBO리그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번 선수 중 하나로도 역사에 남아 있다.
한편으로는 두산 왕조 시절을 연 개척자 중 하나다. 두산 소속으로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밥 먹듯이 나갔다. 국가 대표팀에서도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한국 대표팀의 우승에 일조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NC 이적 후에도 팀이 꾸준하게 성적을 내는 데 일조했고, 2020년에는 개인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좀처럼 겪어 보지 못한 시련을 겪었다. 개인 성적은 건재했다. 시즌 130경기에서 타율 0.337, 20홈런, 8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9를 기록하며 여전히 최고 레벨의 선수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양의지는 지난해 자신의 성적에도 신을 낼 수가 없었다. 팀 성적이 9위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양의지에 경력에서 이런 팀 추락은 전례가 없었고, 그래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양의지의 개인 경력이 더 화려하게 빛날 수 있었던 것은 팀 성적 또한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양의지도 이를 잘 안다. 지난해는 개인 성적과 별개로 어두웠던 기억이 많다. 양의지는 “작년에 (선수단) 회식 때 한마디를 했다. ‘내 야구 인생에 9등이 없었는데 올해 9등을 하고 있다. 너무 창피하다’고 말이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개인 성적이 좋아도 팀 성적이 처지면 그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다른 선수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나이 마흔에 가까워져 실감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팀을 바라보는 시야가 많이 달라졌다. 개인 준비도 철저히 하지만, 조금 더 팀을 바라보는 멘트가 부쩍 늘었다. 더 팀을 보고 움직이고 있다. 포수 리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원형 신임 감독과도 대화를 많이 하고,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9등은 창피하다’, 즉 팀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꾸준하게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준비를 잘하며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려 노력한다.

다행인 것인 양의지뿐만 아니라 두산 선수단 전체가 같은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회식 당시를 회상하며 다소 씁쓸한 표정을 지은 양의지는 “내 기분이나 애들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는 자기들도 뭔가 해보려는 게 있다. 작년에 많이 부끄러웠으니 올해는 조금 더 확실히 준비를 많이 해온 것 같다”고 표정을 고치면서 “프런트도 마찬가지고 의욕이 크게 높은 것 같다. 서로 잘 맞으니까 올해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팀 성적에 더 초점을 맞췄다.
가능성도 본다. 두산 왕조의 기틀을 닦은 양의지는 팀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정상에 올랐는지를 너무 잘 아는 경험자다. 당시 두산과 지금 두산의 선수 구성이 꼭 같지는 않지만, 아직 젊고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선수단에 많다는 게 양의지의 자신감이다. 양의지는 “이 선수들이 진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항상 그 해에 어떤 선수가 튀어나올지 모르고, 3~4명 튀어 나올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두산도 충분히 해볼 만한 전력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한참 팀 이야기를 하던 양의지는 올 시즌 뒤 다시 취득할 가능성이 있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차피 1년 성적으로 평가될 선수는 아니다. 양의지도 그렇다고 생각하기에 오직 팀 성적을 바라보고, 두산에서의 유종의 미를 꿈꾼다. 양의지는 “나의 시작과 끝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내면서 “어떻게든 팀에 헌신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강팀이 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 크다”고 했다. 양의지가 선봉에 나서고, 젊은 선수들이 뒤를 밀 두산의 왕조 재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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