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은 ‘극우 괴물’ 아니다” 청소년 기자들의 취재 후일담

문준영 기자 2026. 2. 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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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한 10대의 마음을 10대가 들여다봤기에 특별했다. 〈시사IN〉과의 ‘10대 우경화’ 공동 기획을 마무리한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과 취재 후일담을 나눴다.

〈토끼풀〉과 〈시사IN〉의 공동 기획은 2025년 연말, 백지상태에서 시작했다. “10대 문제는 10대에게 묻자”라는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만 들고, 형식은 물론 아이템조차 정하지 않은 채 10대 청소년 기자 세 명과 20대 성인 기자 한 명이 〈시사IN〉 편집국에 모였다. 어떤 아이템을 협업 주제로 잡을지 논의하는 회의에서 ‘자사고 성비 불균형’이나 ‘AI 디지털 교과서’ ‘제타(AI 챗봇)’ 또는 ‘호주 SNS 계정 금지 법안’ 등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다 어느새 최종 아이템이 ‘10대 우경화’로 좁혀졌다.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 〈토끼풀〉 기자들은 유난히 수다스러워지고 눈동자가 빛났다.

취재원에게 던질 공통 질문을 정했다. ‘정치 밈을 언제부터 소비하게 됐나’ ‘어떤 플랫폼의 어떤 채널을 주로 활용하나’ ‘그것을 친구들과 공유하나’ ‘어떤 재미가 있나’ ‘밈의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부모님 혹은 선생님과 관련해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나’···. 최대한 다양한 학년·지역·성별의 청소년에게 묻기로 했다. 학교 일과를 고려해 각각 두 명씩 인터뷰하기로 했는데, 〈토끼풀〉 기자들은 일주일 남짓이라는 짧은 시간에 무려 30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1차 초고를 만들어냈다.

공동 기획을 진행하는 동안 〈토끼풀〉 기자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이번 보도를 통해 바라는 바가 있느냐는 질문에 10대 기자들은 “희망이 보이는 기사였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노알라’와 ‘윤어게인’을 유희로 소비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희망이 보이게끔’ 쓸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걱정은 기우였다. 〈토끼풀〉이 보내온 초고에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친구를 결별할 세력으로 바라보지 않는 또래만의 태도가 느껴졌다.

애초 계획은 〈토끼풀〉 기자들의 초고에 〈시사IN〉 기자의 전문가 취재, 자료조사 등을 통한 분석을 덧붙여 공동 바이라인의 기사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토끼풀〉 기자들의 초고를 보고 방향을 바꾸었다. 10대 청소년을 취재한 결과를 10대 스스로 해석하고 분석한 결과물이 가진 가치와 미덕이 있었다. 기성 언론의 성인 기자가 첨언하게 되면 고리타분한 ‘사족’이 되기 십상이었다. 글을 다듬는 수준의 데스킹 과정만 거쳐 〈토끼풀〉 기자들의 원고를 최대한 그대로 싣기로 했다. 공동 기획을 끝내며, 문성호(16)·서부건(16)·조준수(14) 〈토끼풀〉 기자와 ‘10대 우경화’ 취재 후일담을 나눴다.

2025년 12월24일 〈시사IN〉 회의실에서 이서찬·조준수·문성호 〈토끼풀〉 기자(왼쪽부터)가 기획 주제를 논의하고 있다. ⓒ<토끼풀>

첫 만남에서 다양한 아이템 후보군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10대 우경화’를 가장 써보고 싶은 주제로 뽑았던 이유는?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나 학교폭력, AI 교육 등 학교 현장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하는 문제는 10대의 우경화라고 생각한다. 실제 학교에 가보면 친구들 간에 주고받는 농담이 전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돼 있을 정도로, 정치 밈이 10대 삶에 강력하게 스며들어 있다. 동시에 이는 상황을 개선하기 가장 쉬운 문제이기도 하다. 다른 문제들은 어른들의 ‘액션(제도 개편이나 법 제정 등)’이 꽤 많이 필요하지만, 10대 우경화 문제는 대화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10대 우경화’에 관해 기성 언론과 〈토끼풀〉 기자의 관점이 다른가?

우리의 친구와 선후배들은 ‘훈육’과 ‘구출’의 대상이 아닌데 기성 언론의 보도에서는 10대 극우를 ‘노답’으로 보는 것 같아 아쉬웠다. 취재하면서 만난 학생들은 결코 ‘극우 괴물’이 아니었다. 짓궂은 농담을 즐기고, 친구들 사이에서 떠도는 정보에 따라 밤길을 무서워하면서도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를 원하는 동료 시민이었다. ‘MH(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니셜을 활용한 밈) 세대’라는 이름 속의 그들은 “일방적으로 설명만 하는” 어른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아직 정치에 관심이 없는 청소년이 절반 가까이 되기에, 이들에게 어느 정도 제대로 된 정보를 주면 나머지 우경화된 청소년들도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이런 대안이 지금까지 기성 언론 보도에서는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초기 가설은 ‘10대 대다수는 우경화했다’ ‘10대 우경화 현상은 자생했다’ 등이었다. 실제 취재하면서 알게 된 이야기는 달랐나?

대화를 해보니 ‘우경화’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평소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중국인 장기 밀매’ 같은 극우발 괴담을 사실인 양 믿고 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문제에 아예 관심 없는 친구들이 절반가량 된다. ‘정치에 관심 있는 10대는 대부분 우경화했다’가 맞는 표현이겠다. ‘자생’은 ‘어른들이 교육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맞다고 봐야겠다. 효과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없어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닐까.

10대 우경화의 해결책도 ‘또래 문화’일까?

독감 약으로 비유하면, 어른들의 훈계는 타이레놀 수준의 일회성 처방이다. 타미플루는 또래 문화를 통해서만 투여될 수 있다. 결국 답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친구들 사이에서의 건강한 자정작용이야말로 현재의 극우 확산을 늦출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정치 문화를 형성해낼 수 있다. 어른들이 기본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토론을 장려해 판을 깔아주면 좋겠다.

건강한 또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양지에서 대화하게 해야 한다. 당장 〈토끼풀〉 기자만 봐도 각기 다른 친구들과의 인스타그램 DM 방이 몇 개씩 있고, 그 방들에서 극우 밈이 시시때때로 공유된다. 그렇다고 통제하면 오히려 더 음지로 들어간다. 차라리 이런 정치 대화를, 선생님이 없더라도 교실에서 대놓고 하는 게 올바른 생각을 길러줄지도 모른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학부모의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니 공부 좀 그만 시키자!

〈토끼풀〉 기사에서 ‘극우’라고 자칭하는 학생들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우정(?)이 느껴졌다.

우리 주변의 극우 친구들은 앞으로 평생 볼 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율이 너무 높다. 그들을 단절하면 당장 같이 놀 사람도 없다! 실제 교실에 있다 보면 각자의 신념을 굽히고 들어갈 일도 생긴다. 〈토끼풀〉 기자들도 노무현 드립과 ‘드럼통’ 밈에 때로는 웃어준다. 형태를 유지하는 선 안에서 유연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우 유튜브에서 아들을 구출해 왔다〉와 같은 책 제목이 화제를 끄는 세상이지만, 우리는 ‘훈육’과 ‘구출’의 대상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가야 하는 공존의 대상이다.

그래서 지금은 희망이 보이나?

극우적 생각이 고착화된 ‘어른 극우’보다는 ‘청소년 극우’와 대화하는 것이 더 쉽다. 아직 생각이 굳지 않았기도 하고, 1분 내외의 숏폼 영상으로 세워진 논리는 모래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백, 수천 개의 모래성을 무너뜨리다 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 망하지 않았다’는 믿음도 퍼질 거다. 그렇게 예상하는 우리는 희망을 본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겨울방학에 들어가기 전, 학교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기간이라 대놓고 인터뷰하고 다닐 수 있어서 좋았지만, 시간이 빠듯했다. 누군가 ‘극좌 신문’이라고 낙인을 찍기도 하는 〈토끼풀〉 기자와 인터뷰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학생도 있었고, ‘노무현 밈’ 등에 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일 자체를 ‘혼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취재원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 더러 있었다.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나?

학부모들이 기사를 읽고 ‘집에 가서 아이와 동등하게 대화를 나눠볼까’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문준영 기자 jun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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