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기름,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음식’ 8위 선정 [월간축산 I 축산업 바로 알기]

이상희 2026. 2.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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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유에 비춰본 돼지기름의 재발견

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 2월호 기사입니다.

정보 과잉이 자칫 사실의 왜곡을 불러오는 시대다.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해 대중의 오해를 부추기는 정보도 넘쳐나고 있다.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축산업과 축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해보자. 축산물과 건강·영양, 축산업과 환경, 축산업 시스템·동물 복지 등 3대 분야의 오해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마트 축산물 코너에서 삼겹살을 고르는 소비자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지방층이 두툼한 삼겹살을 선호하는 경우와 살코기가 많은 부위를 선호하는 경우. 식감 취향이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돼지기름(라드)에 대한 기피 의식이 선택에 큰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동물성 지방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성인병을 유발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이 때문에 근내지방(마블링)이 좋은 고기가 맛은 더 좋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피해야 한다고 여긴다. 많은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을 때 비계를 잘라낸다거나 아예 지방이 적은 부위를 선택하는 이유다.

반면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올리브유는 어떤가? 올리브유가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과 혈관 염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올리브유를 먹을 수 있도록 소포장 제품까지 출시됐다. 

최근 올리브유는 마치 홍삼과 같은 건강보조식품 대접을 받고 있는데 이는 돼지기름과는 판이하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식물성 기름은 건강에 유익하고 동물성 기름은 해롭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해 있다. 하지만 최근 학계의 연구 결과들은 이 ‘오래된 상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올리브유와 비교해 돼지기름의 영양적 가치를 다시 한번 짚어보자.

돼지기름이 영국방송공사(BBC)가 2025년 발표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 100가지 중 8위에 올랐다. 돼지기름은 100점 만점에 73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토마토·고등어·완두콩·적양배추·상추·오렌지·고구마보다 높은 순위다.
올리브유와 돼지기름 모두 ‘올레산’ 풍부
올리브유와 돼지기름의 영양 성분에 있어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방산 구성이다. 많은 사람이 돼지기름을 포화지방산 덩어리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놀랍게도 올리브유와 돼지기름은 공통적으로 ‘올레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단일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은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고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리브유가 ‘건강한 기름’의 대명사가 된 것도 바로 올레산 덕분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국가표준식품성분 분석에 따르면 올리브유 100g당 올레산 함량은 70~80g에 달한다. 하지만 돼지기름 역시 100g당 올레산 함량이 40~50g에 달해 올리브유보다는 낮지만 매우 높은 함량을 나타낸다.

돼지기름, 필수지방산인 리놀레산 함량 높아
다음으로 돼지기름이 함유하고 있는 다불포화지방산과 포화지방산의 영양적 가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돼지기름에는 필수지방산인 리놀레산(Linoleic acid)이 100g당 약 10% 함유돼 있다. 필수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합성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중요한 영양소다.

리놀레산은 세포막의 구성 성분이며 염증 반응 조절과 면역 기능에도 관여한다. 피부와 모발 건강에 영향을 줘 리놀레산 결핍 시 피부 벗겨짐, 탈모, 상처 치유 지연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처럼 돼지기름은 우리 몸에 필요한 건강한 지방산을 공급하는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

돼지기름(라드).

돼지기름에 포함된 포화지방산 중 하나인 스테아린산도 흥미로운 특성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포화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테아린산은 예외적으로 포화지방산임에도 불구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돼지기름 100g당 스테아린산 함유율은 약 13%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 등에 따르면 돼지기름에 풍부한 스테아린산은 인체 내에서 올레산으로 전환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중립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돼지고기 지방을 섭취한다고 해서 무조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는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이다.

돼지기름 자체 내 콜레스테롤 함량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많은 이들의 오해와 달리 돼지기름의 콜레스테롤 함량은 100g당 95㎎ 정도로 높지 않다.

오히려 돼지기름에는 혈관 속 기름을 배출해 주는 고밀도지질(HDL) 관련 단백질이 풍부해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고밀도지질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해 제거하는 역할을 하므로, 심혈관 질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이 균형 있게 섞인 돼지기름은 혈중 고밀도지질 콜레스테롤 수치를 안정화시키므로 지질 대사에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돼지기름, 천연 비타민D 풍부하고 열 안정성 우수
이 외에도 돼지기름이 갖고 있는 매우 독보적인 장점 가운데 하나는 비타민D 함량이다. 돼지기름은 생선 간유 다음으로 비타민D가 풍부한 식품 중 하나다.

비타민D는 야외 활동이 적은 현대인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로 뼈 건강뿐 아니라 면역력 강화, 호르몬 조절, 우울증 예방에 필수적이다. 특히 햇빛 노출이 적은 겨울철이나 실내 생활이 많은 사람들에게 돼지기름은 훌륭한 비타민D 공급원이 될 수 있다.

돼지기름에 비타민D가 풍부하다면 올리브유에는 폴리페놀과 비타민E가 풍부하다. 이러한 항산화 성분들은 비가열 상태에서 활발하게 작용하므로 올리브유는 생식용으로 가치를 지닌다. 반면에 올리브유(엑스트라 버진)는 발연점이 낮아 고온 조리 시 쉽게 산화돼 발암물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돼지기름은 올리브유보다 발연점이 높고 열에 매우 안정적이다. 이는 고온 요리 시 기름이 산화되거나 발암물질인 트랜스지방으로 변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돼지기름의 발연점은 180~ 190℃로 튀김이나 볶음 요리 시 지방의 산패를 막아준다.열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열 조리 시 보다 안전한 선택지가 되는 것이다. 

돼지기름, 단순히 지방 덩어리 아냐
영국방송공사(BBC)는 2025년 전 세계에서 발표된 식품 영양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1000개의 식품을 분석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상위 100가지를 선정해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돼지기름은 100점 만점에 73점을 기록해 8위에 올랐다. 이는 토마토·고등어·완두콩·적양배추·상추·오렌지·고구마보다 높은 순위다.

돼지기름은 단순히 지방 덩어리가 아니다. 올리브유처럼 올레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고 이외에도 건강에 유익한 여러 가지 영양소를 갖추고 있다. 인류가 수만 년간 적응해 온 고밀도 에너지원이며 요리의 풍미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돼지기름이 올리브유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 영양적 우수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축산물의 가치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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