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 얼어붙은 땅을 깨우는 봄의 전령
양력 2월4일…조상들 한해 농사 시무식
기상학적으론 겨울 “장독 깨지는 추위”
소 앞세워 풍년 빌고 오신채로 영양 채워
‘아홉차례’ 강조…부지런한 습관 만들기
흐지부지 한해 계획 다시 세우기 좋은 때


24절기의 수레바퀴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 아직 바람 끝은 매섭지만 땅속에서는 미세한 균열과 함께 생명이 움트는 시기다. 2026년 2월4일 오전 5시2분(절입시간), 태양이 황경 315도에 닿는 순간 우리는 입춘(立春)을 맞이한다.
농부들은 이날 보리 뿌리를 뽑아보거나 오곡의 씨앗을 볶아서 튀어나오는 곡물로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 사실상 한해의 업무를 시작하는 시무식과 다름없었다. 대문마다 붙이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입춘첩도 이러한 바람의 연장선이다.
기상학적으로도 입춘은 여전히 겨울이다. 조상들은 이 시기의 추위에 대해 ‘입춘에 장독 깨진다’ ‘입춘을 거꾸로 붙였나’ 등의 속담을 남겼다.

특히 함경도 지방에서는 ‘목우(木牛)놀이’가 성행했다. 나무로 만든 소를 도구로 부리는 시늉을 하며 마을을 도는 놀이다. 제주도 역시 입춘에 큰 굿을 벌였는데, 전날 밤 나무로 만든 소에 쟁기를 씌우고 전야제를 치뤘다.

입춘에는 유독 숫자 ‘9’와 관련된 풍습이 많다. 이를 ‘아홉 차리’라 부른다. 각자 맡은 일을 아홉번씩 되풀이하거나, 밥이나 나물을 아홉번 먹는 식이다.
우리 조상들에게 10은 꽉 찬 완성의 수였기에, 9는 ‘완성에 이르기 직전의 최선’이자 ‘쌓아가는 과정’을 의미했다. 즉, 아홉 차리는 다가올 농번기에 대비해 부지런한 습관을 만들고, 부지런한 만큼 풍요가 쌓이기를 바라는 풍습이었다. 일부 지방에서는 어려운 이에게 남몰래 아홉 번 베풀면 복이 온다는 적선(積善)의 날로 삼기도 했다.
◇도움말=‘24절기 이야기’(한호철 지음, 지식과교양),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천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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