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막힌 IBK기업은행장 출근길…6년 전과 속사정 다르다

곽소은 기자 2026. 2.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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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땐 '낙하산 인사'…장민영은 '임금체불 해결'
반복되는 내부 갈등…장기화 시 금융소비자 피해 우려
두 행장 모두 임시 공간서 업무 수행…"실무 차질 없다"
장민영 신임 IBK기업은행장(왼쪽)과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 (이미지=곽소은 기자)

장민영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노조) 출근 저지 투쟁으로 취임 후 13일째 본점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윤종원 전 행장이 노조 반발로 한 달여간 본점 문턱을 넘지 못했던 상황이 6년 만에 재현된 모습이다.

윤 전 행장 시절에는 인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핵심이었다면 이번 사태는 제도 개선 요구가 새 행장 취임 국면과 맞물리며 전면에 부상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출근 저지 사태가 반복되면서 노사 갈등이 은행 운영의 구조적 리스크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그 여파가 금융소비자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장 행장은 임기 첫날인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본점 출근을 시도했으나 건물 출입문을 막은 노조원들과 약 5분간 대치한 끝에 발길을 돌렸다. 

이후에도 출근 저지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인근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앞서 윤 전 행장 역시 취임 직후 27일간 본점에 들어가지 못해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 내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한 전례가 있다. 

두 사례 모두 노조의 물리적 방해로 본사 출근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다만 갈등의 배경과 성격은 분명히 다르다.

윤 전 행장 당시 노조의 반발은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논란에 집중됐다.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외부 관료 인사에 대한 반감이 노조 반발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국책금융기관인 기업은행의 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수장 인선 과정에 정치권이 관여하는 만큼 행장 교체마다 인사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과 노조 반발이 반복됐다.

장 행장은 1989년 입사해 37년간 기업은행에 몸담은 내부 출신 인사다. 하지만 '총액인건비제'를 둘러싼 임금체불 논란이 노사 갈등으로 확산되며 출근 저지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노조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는 정부가 공공기관별로 연간 인건비 총액 상한선을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급여와 수당을 집행하도록 한 제도로 2007년부터 시행됐다.

제도상 시간 외 근무 수당이 인건비 한도를 초과할 경우 현금 대신 보상휴가로 전환된다. 그러나 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누적되면서 사실상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상장사이자 공공기관이라는 기업은행의 이중적 성격이 제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과 경쟁하며 정책금융을 수행해 업무 부담이 큰데도 인건비 총액이 묶여 있어 초과 근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임금체불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총액인건비제와 관련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노조의 압박 수위를 높인 배경이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총액 인건비 때문에 돈이 있어도 급여를 주지 못하는 공공기관이 기업은행 말고도 몇 군데 있는 것 같다"며 "법률을 위반하면서 운영하도록 정부가 강요한 측면이 있다. 정책실에서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이후 재정경제부(재경부)가 관련 전수조사에 착수했지만 구체적인 개선 방향이 나오지 않으면서 노조는 대통령 지시 이후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고 판단해 장 행장 취임 국면에서 문제를 재차 제기했다.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첫 출근을 시도한 장 행장에게 '대통령의 약속'을 언급하며 해결 의지를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총액인건비제를 일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며 "이 사안은 은행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재경부와 금융위 지침에 따라 좌우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이어 "새 행장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을 상대로 해결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출근 저지 사태는 윤 전 행장 사례와 유사한 형식을 띠고 있지만 갈등의 성격과 전개 방향은 다르다는 점에서 향후 해법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윤 전 행장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과 희망퇴직 등 6개 안건에 합의한 뒤에야 본점 출근이 가능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경우 노사 갈등이 은행 운영의 상시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경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주요 의사결정 지연 등으로 은행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고 그 영향이 금융소비자에게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물리적 대응보다는 대화와 합리적 논의를 통해 구조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이달 'IBK형 생산적금융 30-300 프로젝트'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앞으로 5년간 성장 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에 300조원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내부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중장기 과제의 추진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노사 관계의 흐름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 행장은 현재 임시 사무공간에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결재를 포함한 주요 의사결정과 영업점 운영 등 실무 전반에는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곽소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