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제동원 조선인 수몰 유해 기다렸지만… 발굴 재개 첫날은 실패
악조건 속 과거사 해결하려는 日시민단체
한일 정상 합의 후 요지부동 日정부도 변화
84주기 추도식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릴 듯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된 조선인이 수몰된 조세이 탄광 사건 84주기를 맞은 3일 일본 시민단체가 추가 유해 발굴에 나섰다. 조세이 탄광 문제가 지난 1월 한일 정상회담 의제에 오른 후에도 아직 소극적인 일본 정부의 태도를 바꾸려, 악조건 속에서도 한 발 더 내디딘 것이다. 아쉽게도 첫날엔 기계 문제와 날씨 탓에 발굴에 실패했다.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 모임)'은 이날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 탄광 갱도에 일본인 전문 잠수사를 투입해 유해 발굴 작업을 벌였다. 올해 첫 잠수 조사로, 11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조사에는 핀란드, 태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잠수사 6명도 동참할 예정이다.
조세이 탄광 수몰 사건은 1942년 2월 3일 우베시 해안에서 약 1㎞ 떨어진 해저 지하 갱도에 바닷물이 들어와, 강제 동원돼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던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183명이 숨진 참사다. 일본 정부의 외면 속에 매년 추모식을 열어 오던 새기는 모임은 2024년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민간 잠수사들을 투입해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이노우에 요코 새기는 모임 공동대표는 "1942년 2월 3일 이후 사고 발생 84년이 된 오늘, 유가족들이 유골을 직접 볼 수 있게 하고자 잠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기는 모임은 지난해 8월 두개골 등 유골 4점 발굴에 이어 6개월 만의 추가 발굴을 기대했다. 일본 주요 언론사들은 이날 오전 일찍 잠수 현장으로 몰려들었고, 취재진과 자원봉사자 등 30여 명의 응원 속에 잠수가 진행됐다.
그러나 잠수사는 예정 시간보다 1시간가량 일찍 올라왔다. 이사지 요시타카 잠수사는 "바닷속에 설치해 둔 잠수 보조 기기에 문제가 생겨 다소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며 "10㎝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닷속이 뿌연 탓에 이동 시간도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궂은 날씨도 방해 요소였다. 전날 오후 늦게까지 비바람이 분 탓에 조사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우에다 게이시 새기는 모임 사무국장은 많이 안타까워하며 "어젯밤 10시쯤 돼서야 겨우 잠수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며 "이사지 잠수사가 전날 장비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 이전까지 본 적 없던 갱도 내 새 출입구를 발견했다. 새기는 모임은 내부 논의를 거친 뒤 6일 해외 잠수사들과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새기는 모임 측은 잠수 시 안전성 확보와 유해 발굴 작업 가속화를 위해 추가 시추 작업도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사지 잠수사는 "대규모 예산 편성이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피아(탄광 배기구) 청소에 들어가는 비용이라도 정부가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노력에도 요지부동이었던 일본 정부는 연초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13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발굴 유해 유전자정보(DNA) 공동 감정 작업을 벌이기로 합의한 후 후생노동성 담당 실장이 지난달 21일 탄광 현장을 사전 시찰했고, 30일에는 지질·광산·잠수 전문가 5명과 동행해 안전 문제를 직접 확인했다. 우에다 사무국장은 "정상회담 이튿날인 1월 14일 후생노동성으로부터 갑자기 '현장 시찰을 가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한일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성과"라고 말했다.

새기는 모임은 조세이 탄광 문제가 한일 공통의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올해 추도식을 역대 최대 규모로 추진하기로 했다. 7일 개최될 제84주기 추도식에는 한일 양국에서 최대 1,0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해 참석자의 2배 수준이다. 한국 행정안전부도 추도식을 찾아 새기는 모임에 정부 포상을 수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한일 과거사 관련 활동을 해 온 일본 시민단체에 포상을 수여하는 건 처음이다. 다만 올해 추도식 참석을 검토해 온 일본 정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불참하기로 했다.
새기는 모임은 탄광 인근에 추도 광장을 조성했고, 한글과 일본어로 된 추도문을 설치했다. 2013년 작성한 추도문에는 "희생자 중 136명은 일본의 식민지 정책으로 토지와 재산 등을 잃고 어쩔 수 없이 일본에 일을 구하러 왔거나 강제 연행된 조선인"이라며 "조선인과 유족에게 일본인으로서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글을 남겼다.
우베=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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