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임대 5만 호가 ‘빈집’…관리비 등 작년 손실액만 745억
정부 수도권 공공주택 확대 발표에
LH '공공임대 공가 늘어날까' 우려
이미 작년 중순 4만9000호 넘어
전문가 "수요 높은 입지·평형 지어야"
편집자주
정부가 수도권 주거난 해결책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 카드를 꺼냈다. 아파트를 신축하거나 기존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내놓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급량을 과도하게 늘리느라 수요가 없는 주택도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일보가 공공임대주택 공실 문제를 매입임대주택과 건설임대주택으로 나눠 이틀 연속 보도한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0209590000746)

“초등학생이 몇 명이냐고? 단지 전체에 5명도 안 될걸. 젊은 세대가 없어.”
2일 찾아간 충남 당진시 LH천년나무3단지 공공임대 아파트. 오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단지는 적막했다. 경로당에서 만난 한 노인은 그 이유가 실제 주민이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전체 696호 중 절반이 비었다는 얘기였다. 또 다른 노인도 "직장인 살라고 단지를 지었는데 기업들이 안 들어오니까 주민이 없지"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는 큰 불편은 없다면서도 "공실이 많아 단열이 안 된다"며 웃었다. '수요 없는 공급'이 부른 풍경이다.
정부가 수도권 6만 호 착공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공공임대주택 공실이 난제로 떠올랐다. 국·공유지를 택지로 활용하는 만큼, 상당수가 임대주택으로 공급될 전망인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임대주택 공실이 이미 5만 호에 육박한다. 관리비 등 손실액이 지난해 700억 원을 돌파할 정도다. 공공임대주택 건설 전 입지·품질부터 확보하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LH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건설임대주택 98만2,631호 중 4만9,230호(5%)가 6개월 이상 입주자를 못 구했다. 최근 3년간 LH 임대주택 물량은 111만 호에서 116만8,000호로 연평균 2% 늘었는데 장기 공가는 연평균 30%씩 늘었다. LH 임대주택은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매입임대와 직접 건설하는 건설임대로 나뉘는데 모두 빈집이 느는 추세다.
건설임대주택 장기 공가는 특정 주택 유형에 집중됐다. 준공 후 30년이 지난 경우가 많은 영구임대주택과 소형 평형이 많은 행복주택 공가율이 9.5% 수준이다. 수도권 임대주택 당첨이 복권 당첨만큼 어렵다지만 서울, 경기 공가율도 3.6%에 이른다. 1인 가구만 입주한다고 가정해도 1만5,221명이 머물 보금자리가 비어 있는 셈이다.

핵심 원인은 주택을 수요가 적은 지역에 건설한 탓이다. 대도시 외곽이나 비수도권 소도시가 특히 문제로 경기 양주회천 A10블록(공가율 34.7%), 대구혁신10단지(24.9%)가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주택 품질도 주요 원인이다. 면적이 좁거나 평면이 나쁜 주택, 채광이 어려운 배치 등이 문제다. 당장 LH천년나무3단지 주민들은 ‘V’자 모양으로 건설돼 채광이나 조망에 불편함을 호소한다. 경남 양산물금(27.8%) 부산정관 A4블록(34.7%) 등도 공실률이 높다.

근본적 문제는 정부 정책 추진을 앞세우다보니 LH 내부적으로도 사업 전 면밀한 검토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건설임대주택 유형 난립을 막고 2022년부터 '통합공공임대주택'만 건설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신규 유형이 추가됐다. 통합공공임대주택 세부 유형만 56종에 달하는 상황에서, 청년특화주택이나 지역주택 등이 신설돼 별도로 지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제안형 특화주택은 지방자치단체 제안을 받아 건설하는데 지자체 요구 수용 시 입주자격 유형이 전국 250여 개 지자체 수 이상으로 증가한다. 전북 익산제3일반산단 단지처럼 공가율이 78.5%에 이르는 곳까지 나타난 결과, LH 손실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임대료 손실과 공가 관리비 총액은 2020년 310억 원에서 2024년 578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745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가 9.7 부동산 대책, 1.29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내놓은 만큼, LH도 중·대형 평형 확대 등 대책을 고심하는 중이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정부가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주택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더라도 기존 공실을 해소하는 방안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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