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손저림, 손 저리다고 다 손목문제는 아냐
무리한 손목 사용 ‘손목터널증후군’
손가락·손바닥 저리고 무감각 증상
‘목 디스크’가 팔 신경 눌러 방사통
과도한 혈관 수축도 손저림의 원인
약물·보조기·물리치료 등으로 호전
장갑·핫팩으로 체온 유지 예방 도움

◇손목이 찌릿찌릿? '손목터널증후군' 의심
겨울철에 손저림 증상이 유독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동영 울산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는 "낮은 기온은 우리 몸의 근육과 인대를 수축시켜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동시에 혈관이 수축하면서 말초 신경으로 가는 혈액 공급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러한 환경은 평소 잠재돼 있던 신경계 질환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영 전문의는 이어 "좁아진 혈관과 경직된 근육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더욱 좁게 만들고, 그 압박으로 인해 신경 손상이 가속화되는 것"이라며 "즉, 겨울철 손저림은 추위가 만든 병이라기보다는 추위라는 환경적 요인이 숨어있던 병을 깨운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 증후군)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반복적으로 무리하게 손목을 사용하게 되면 인대가 두꺼워지고, 손목 안의 압력이 높아져 그 속을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눌려 발생한다. 주로 엄지, 검지, 중지, 손바닥 부위가 저리고 타는 듯한 통증과 손저림, 물건을 잡아도 감촉을 느끼지 못하는 등 이상 감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손이 타는 듯한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고 손목을 터는 듯한 동작을 계속하면 통증이 가라앉기도 한다.
김 전문의는 "겨울철에는 수근관을 덮고 있는 인대가 추위로 인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면서 터널 내부의 압력을 높인다"며 "김장철 이후나 연말연시 잦은 집안일, 그리고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 등으로 손목에 무리가 간 상태에서 추위까지 겹치면 정중신경이 심하게 눌리게 된다"고 밝혔다.
손목터널증후군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엄지, 검지, 중지, 그리고 약지의 절반이 저리고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김 전문의는 "재미있는 점은 새끼손가락에는 저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정중신경의 지배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환자들은 주로 '손바닥이 타는 듯하다'거나 '밤에 자다가 손이 너무 저려서 잠을 깬다'고 호소한다. 이때 손을 털거나 주무르면 일시적으로 혈액 순환이 되면서 통증이 가라앉기 때문에 병을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신경이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일 뿐, 근본적인 압박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체온유지' 중요…휴식과 스트레칭 습관
그러나 손이 저리다고 해서 무조건 손목 문제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김 전문의는 "의외로 많은 환자가 손이 아닌 '목'의 문제로 손저림을 겪는데, 바로 '경추 추간판 탈출증(목 디스크)'이다"라며 "겨울철에는 추위로 인해 목과 어깨를 잔뜩 움츠리게 되는데, 이때 경직된 근육이 경추(목뼈)를 압박해 디스크가 탈출하거나, 이미 튀어나온 디스크가 팔과 손으로 내려가는 신경을 누르면서 저림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의는 이어 "목 디스크로 인한 손저림은 손목터널증후군과 달리 팔 전체에서 손가락 끝까지 전기가 통하듯 찌릿한 방사통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라며 "또한 손저림과 함께 뒷목이 뻐근하거나 어깨 통증이 동반된다면 목 디스크를 의심하고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혈관 자체가 과도하게 수축해 발생하는 '레이노 증후군' 역시 겨울철 손저림의 주요 원인이다. 레이노 증후군은 추위에 노출되거나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손가락 끝의 혈관이 발작적으로 수축해 혈액 공급이 차단되는 질환이다.
이처럼 손저림은 그 원인이 신경 압박인지, 혈관 수축인지, 혹은 경추의 문제인지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정확한 감별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의 겨울철 손저림 환자는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김 전문의는 "증상 초기에는 약물 치료와 함께 손목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손목 터널 내에 직접 약물을 주입하여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는 주사 요법을 시행한다"며 "또한 체외충격파나 전문적인 물리치료를 병행해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겨울철 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온 유지'에 힘써야 한다. 김 전문의는 "외출 시에는 반드시 장갑을 착용해 손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핫팩 등을 이용해 말초 혈관이 수축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설거지나 손빨래를 할 때도 찬물보다는 온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할 때는 1시간에 5분 정도는 반드시 휴식을 취하며 손목 스트레칭을 해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손에 힘을 빼고 가볍게 털어주거나, 팔을 앞으로 뻗고 손가락을 몸 쪽으로 당겨주는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수근관 내부의 압력을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