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국민의힘, 망해야 산다
‘윤 어게인’이 지도부 장악
합리적 보수 떠나간다
그럴 바엔 빨리 망하자
진영논리로 표 주지 마라
그래야 보수도, 나라도 산다

“조선이 지금의 야만적 상태에 머무느니, 차라리 문명국의 식민지가 되는 게 낫겠다.” 1890년 미국 밴더빌트대에 유학 중인 한 조선인 지식인은 조국의 암울한 현실에 절망했다. 부패하고 무능한 조선 정부의 폭정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망하는 게 어떨까! 문명국 식민지가 되면, 그나마 거듭날 기회가 있지 않을까? 물론 잘못된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 희망이 없다면, 죽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끔찍한 고통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 폐허 위에서 새 생명이 싹틀 것을 믿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진작에 망했어야 했다. 좀비 정당이 죽지 않고 숨을 할딱이며 여기까지 왔다. 엊그제 국민의힘 의총에서는 육두문자가 난무했다.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에 대한 당 지도부의 설명을 듣는 자리였다. 숨을 고르고, 어떻게든 화합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자리였다. 하지만 장동혁계 인사가 “야, 인마 나와!”라고 소리치자 한동훈계 의원이 “나왔다. 어쩔래!”라고 맞장을 떴다. 뒷골목 깡패들인가. 보수 대표 정당이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나?
보수 정당은 이미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안고 있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은 현금이 가득 담긴 트럭이나 승합차로 정치자금을 받았다. 2004년 박근혜 전 대표가 ‘천막 당사’로 속죄하며 겨우 국민의 용서를 받았다. 물론 오늘날 부패에는 여야가 없다. 대장동 사건의 부당 이익은 무려 8000여억 원에 이른다. 최근 민주당 김병기·강선우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을 통해, 검은돈에 찌든 한국 정치의 실상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하지만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의 부패는 류가 달랐다.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너 그렇게 똥, 오줌을 못 가려?”라는 고함을 들으며, 정치적 필요를 넘어 인간성 자체가 썩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기막힌 건, 이런 일이 백주에 드러나도 장관직에 대한 집착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강렬하고 끈적거리는 탐욕에 몸서리친다. 국민의힘은 이런 사람에게 어떻게 다섯 차례나 공천을 주었나? 차떼기 유전자가 당의 은밀한 곳에 깊숙이 숨어 있었을까. 그러니 이혜훈 청문회는 국민의힘에게 사실상 하늘 보고 침 뱉기고, 부끄러운 자기 고백이었다.
12·3 비상계엄의 원죄는 어떤가. 물론 민주당의 입법·탄핵 폭주가 그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87년 민주화 이후 유일하게 민주 헌정체제를 뒤흔든 사건이었다. 한국 보수정당은 반(反)공산주의로 나라를 지키고 산업화의 위업을 이뤘다. 그러나 본래 민주정당이 아니었다. 그런데 1990년 3당 합당으로 산업화와 민주화의 물길이 합류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진심으로 배우지는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건 그 때문이었다. 적폐 청산으로 참혹한 고통을 겪었지만, 그걸 정쟁으로만 보고 민주주의 문제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
그 결과가 12·3 비상계엄이었다. 역사의 의미를 자각하지 못하면 비극은 반복된다. 비상계엄에 대해선 이미 헌재가 판결을 내렸고, 국민도 선거로 심판했다. 정치적으론 벌써 끝난 일이다. 국민의힘도 정권을 잃고 당은 괴멸 상태에 빠졌다. 그런데도 또다시 윤 어게인파가 당 지도부를 장악했다. 통탄할 일이다. 김종혁·한동훈 제명 등 지금의 온갖 분란과 망조가 여기서 싹텄다. 장동혁 대표를 지지하는 유튜버는 최근 당사에 전두환·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을 걸자고 했다. 국민의힘의 문제는 결국 민주주의와 당 정체성 문제인 것이다.
김문수 같은 사람의 잘못이 크다. 그의 역사적 책무는 보수에 민주주의를 심는 거였다. 그의 삶이 그랬고, 시대가 그랬다. 그런데 책무를 망각했다. 산업화의 대의에 승복하는 걸 넘어, 저 멀리 오른쪽 끝까지 갔다. 김성식 전 의원 같은 합리적 보수주의자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되어 민주당으로 떠났다. 조국 사태 때 민주당 민낯에 질려 찾아온 김경율, 민경우도 쫓겨났다. 그러니 지금 국민의힘을 혁신할 에너지가 어디 있겠나. 실제로 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6·3 지방선거는 필패다. 장동혁 지도부는 그래도 좋다고 보는 것이다. 당권만 보면 그게 옳다. 하지만 민주당 일당 지배가 도래하면 국민은 큰 고통을 겪을 것이다. 역사란 망하긴 쉽고, 전진하긴 힘들다. 조선이 망한 뒤 36년 식민 지배를 겪고, 1300여 년 만에 나라가 두 쪽 나 지금도 그 고통 속에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면 빨리 망하는 편이 낫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유권자가 많아야 한다. 같은 편이라고 무조건 찍으면 안 된다. 그래야 보수도 살고, 나라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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