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실용 외교’라면 대만도 챙기자

타이베이/류재민 특파원 2026. 2. 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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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중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해 전례 없는 환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화려한 의전 뒤의 성적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실질적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강대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통령은 이러한 외교를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라 부른다. 이 실용 외교가 면피용 수사학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철학으로 인정받으려면, 이제 시선을 대만 문제로 돌려야 한다.

이 대통령의 방중·방일은 대만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대만 사회는 과거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하면 된다”는 그의 발언과 민주당 정권의 전통적 친중 기조를 잘 안다. 이런 상황에서 방중 직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한 말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대만의 위기감은 최근 추가오웨이 주한 타이베이 대표의 ‘작심 발언’에서 드러난다. 그는 “‘하나의 중국’이 반드시 중화인민공화국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중화민국(대만)일 수도 있다”고 했다. 대만 정부가 통상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는 선에서 레토릭을 관리해 온 점을 감안하면, 외교 대사급 인사가 한층 강한 표현을 쓴 셈이다. 한국을 중국 쪽으로 완전히 기울게 둘 수 없다는 절박감이 읽힌다. 지난해 말 한국 전자입국신고서에 대만이 ‘중국(대만)’으로 표기되고 있는 데 대해 대만 외교부가 갑작스레 항의해 온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92년 단교 이후 한·대만 관계는 데면데면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대만 해협의 현상 유지가 흔들리면 한반도 안보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더해 양국 무역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경제·산업 교류도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한국과 대만은 ‘AI 전환’이라는 과제와 ‘중국의 맹추격’이라는 위협 앞에 나란히 서 있다. 세계 정치·경제 지형도가 격변하는 지금, 비슷한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과 대만이 협력의 길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중국에 ‘올인’하고 대만을 경시해 온 외교 구조를 손보는 일은 지난 보수 정권에서도 끝내 해내지 못했다. 중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틈타 양국의 환대를 이끌어냈듯, 중국이 문제 삼기 애매한 선에서 대만과 과감히 손을 잡는 묘수를 찾는다면 대통령의 실용 외교는 비로소 진정성을 얻을 수 있다.

6개월 넘게 공석으로 방치된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대표를 채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관례적으로 ‘퇴직 외교관’이 맡아온 이 자리에 대통령의 외교 철학을 공유하는 측근이나 중량감 있는 정부 인사를 보내는 파격은 어떨까. 중국의 레드라인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만에 한국의 확고한 협력 의지를 보여줄 시그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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