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황인찬]약탈 유산 전시 日 국립박물관… 외국인 요금 2∼3배 인상 차별 논란
경영난에 외국인 요금 인상 시도… 외국인에 2, 3배 비싼 요금 검토
佛 루브르도 이중가격제 도입… 도쿄 주요 박물관에 韓 유산 5925점
약탈 논란 유산 전시하며 고려청자-한복 활용 기념품도 판매


이날 만난 도쿄국립박물관 관계자도 “외국인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시행 여부, 시행 시점, 인상률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14일부터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또한 한국 미국 영국 중국 등 비(非)유럽연합(EU) 출신 관광객의 입장료를 기존 22유로(약 3만7000원)에서 32유로(약 5만4000원)로 45% 올렸다. 세계 유명 박물관이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거나 검토하면서 이에 따른 찬반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 이중가격제 찬반 팽팽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문화청은 인기 관광지인 도쿄, 교토, 나라 등의 국립박물관 및 미술관 11곳을 대상으로 이중가격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중 8곳은 수입의 절반 이상을 국가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정부 재정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메꾸는 것이 한계에 이른 만큼 입장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이 많이 찾는 도쿄의 도쿄국립박물관과 국립서양미술관은 이중가격제로 이를 가장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국립박물관 관계자는 인상 이유와 관련해 “예산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혼잡도를 줄이려는 측면도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늘 매표소 앞에 긴 줄이 생긴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 자원봉사자 등의 의견은 엇갈렸다. 미국 메릴랜드주 출신으로 일본 여행을 왔다는 26세 미국인 여성은 “현지인이 외국인보다 각종 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그런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 또한 방문한 적이 있다는 그는 “한국의 주요 박물관은 무료이거나 외국인 이중가격제가 없어서 좋았다”고 했다.
한때 이 박물관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는 60대 일본인 여성 또한 “박물관 운영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장료가 같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20대 한국인 남성 관광객은 “일제강점기에 많은 우리 문화재가 일본으로 건너갔고, 도쿄국립박물관이 보관 중인 물품도 많다”면서 “일본이 강탈한 한국 유물을 보기 위해 한국인이 더 많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 日에 韓 문화유산 약 11만 점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세계 각국에 흩어진 우리 문화유산은 최소 24만7718점이다. 이 중 일본이 10만8705점(43.9%)으로 가장 많다. 이어 미국 6만5860점(26.6%), 독일 1만5477점(6.2%), 중국 1만4226점(5.7%), 영국 1만2778점(5.2%) 순이다.

오구라 컬렉션은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1870∼1964)가 1910∼1950년대 한반도에서 유물들을 수집해 일본으로 반출한 것으로 1030여 점에 달한다. 오구라 씨의 사망 후 아들이 1982년 전체를 일본 정부에 기증했다. 이 중 39점은 일본에서도 중요문화재, 중요미술품으로 지정될 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965년 한일 기본조약 체결 때도 정부는 이들 문화재에 대한 반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은 개인 소장품이라는 이유 등으로 거부했다. 이후 국내 민간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환 운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는 없는 편이다.
문화유산회복재단에 따르면 일본 곳곳의 박물관에 산재된 한국 유산은 도쿄 5925점, 교토 297점, 규슈 186점 등이다. 일본이 자국의 국보, 중요문화재, 중요미술품으로 지정한 우리 유산만 150여 점에 이른다.
도쿄국립박물관 내 동양관 5층의 한국관을 찾았다. ‘오구라 컬렉션’에 속하는 유산들이 대거 전시돼 있었다. 일본이 ‘중요미술품’으로 지정한 가야의 ‘금제관’(6세기·삼국시대)과 ‘견갑형동기’(기원전 3∼기원전 1세기), ‘중요문화재’로 지정한 ‘금동관모’(5∼6세기·삼국시대) 등이었다.

● 히메지성은 거주지에 따라 차등 요금
일본은 다른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이중가격제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효고현 히메지시 당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유명 관광지 히메지성의 외국인 입장료를 내국인(1000엔)보다 4배 비싼 4000엔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외국인 차별 등 비판 여론이 커지자 시민과 비거주자간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부분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히메지 시민에게는 기존 1000엔의 입장료를 받고 히메지 외 거주자에게는 2500엔(약 2만3000원)을 받기로 했다.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나눈 것이 아니라 지역민과 비지역민으로 구분해 비판을 피해간 것이다.
현재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은 입장료를 전혀 받지 않고 무료로 운영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효과에 힘입어 연 관람객 650만7483명을 기록했다. 루브르 박물관(873만 명), 바티칸 박물관(682만 명)에 이어 전 세계 박물관·미술관 가운데 세 번째에 해당한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약 246만 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무료로 하면 격이 떨어져 싸게 느껴진다”며 유료화 전환을 시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특히 외국인과의 이중가격제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했다. 또 일본의 외국인 이중가격제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 박물관의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황인찬 도쿄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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