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패색 짙어지자…연방정부가 선거 관리하자는 트럼프

정유진 기자 2026. 2. 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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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주정부가 절차 통제…“공화당이 국가화에 나서야” 주장
민주당이 장악한 15개 주 비난하면서 ‘부정선거 의혹’ 되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보수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미 거짓으로 판명난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주장을 또다시 되풀이하면서, 공화당이 미국의 선거 절차를 “접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패색이 짙어지자 부정선거 ‘밑밥 깔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공개된 댄 본지노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공화당이 미국의 선거를 ‘국가화(nationalize)’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화당은 최소한 15개 주의 선거 절차를 접수해야 한다”면서 “너무나 부정부패한 주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각 주법에 따라 시행되는 선거 절차를 연방정부 통제하에 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선거 제도는 헌법에 따라 고도로 분권화돼 있으며, 전국 수천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각 카운티와 주정부 공무원들이 투표를 관리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미국 선거가 광범위한 부정으로 얼룩져 있으며, 특히 민주당이 미등록 이민자에게 투표하도록 해 조직적으로 투표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에 집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5개 주는 민주당이 장악한 주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팟캐스트에서 “그들(미등록 이민자)을 몰아내지 않으면, 공화당은 다시는 어떤 선거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투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등록 이민자 등 비시민권자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부정 투표하고 있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조지아주 국무장관실이 2024년 실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조지아주에 등록한 유권자 820만명 중 비시민권자는 단 20명에 불과했으며 이 중 실제로 투표한 사람은 9명뿐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팟캐스트에서도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허위 주장을 반복한 뒤 최근 연방수사국(FBI)이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한 사실을 언급하며 “조지아에서 흥미로운 일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FBI는 지난달 28일 풀턴 카운티 선관위를 급습해 2020년 선거 기록을 압수수색했다. 현지 언론 WSB TV는 FBI 요원들이 상자 700개 분량의 서류를 가져갔다고 보도했다. 이날 현장에는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DNI)이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 관련 발언의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오는 11월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공화당은 지난해 11월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에 큰 격차로 패배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텃밭’인 텍사스에서 치러진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의석을 뺏겼다. 이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17%포인트 차로 이겼던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의 안전과 보안을 매우 중시한다”며 “투표 시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의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우편투표를 금지하는 등의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의회에 촉구한 것”이라고 ABC뉴스에 해명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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