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사회안전망 확대’ 첫 발걸음 뗀 송보석 인천노동공제회 운영위원장
비에 젖은 노동자들 함께 쓰는 파란우산… 862만 권리 지킨다
배달원·대리 기사·경비원·프리랜서 등 취약계층… 연대·협력 상징
공동기금 조성… 소액대출·명절선물·긴급 생활비·퇴직금 공제 제공
2000년 초 금속노조 정책국장 활동… 향후 권익보호 조례 제정 온힘
내달말 본격 운영… 안정적 제도 위해 지자체 차원의 지원·관리 중요

최근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두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마련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는 최대 86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인천에서는 권리 밖 노동자를 위한 전국 최초의 광역단위 노동공제회가 출범했다. 노동자이지만 법적으로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온 배달노동자와 대리 기사, 경비원, 프리랜서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로 구성된 상호부조 형태의 공제회가 마련된 것이다. 송보석(58) 인천노동공제회 운영위원장은 “인천에서 일하는 배달노동자와 대리기사 등 불안정 노동자들은 규모조차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이들이 직종과 사업장을 넘어 서로 연결돼 근로기준법 밖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복지제도’를 만들어 간다는 점이 노동공제회의 의미”라고 말했다.
■ 서로를 지키는 연대… ‘파란우산’에 담긴 의미
최근 출범총회를 개최한 인천노동공제회의 공식 명칭은 ‘일하는 사람들의 인천노동공제회 파란우산’(약칭 파란우산)으로 결정됐다. 소상공인 대상 공제회인 ‘노란우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송 위원장은 “공제회라고 하면 떠오를 수 있는 이미지인 ‘우산’에 연대와 협력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더했다”며 “노동자들이 하나의 우산 아래 모여 만들어낸 금융시스템이 어려운 순간 서로의 생활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노동공제회는 비영리법인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노동조합 가입이 어렵거나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공동 기금을 조성하는 형태다. 1인당 가입비 3만원과 월 1만5천원 공제회비를 지불하면, 공제회는 출자금을 바탕으로 소액 대출, 명절 선물, 긴급 생활비, 퇴직금 공제 등을 제공한다.
송 위원장은 경제적 지원의 의미를 넘어 불안정 노동자들을 묶어내는 시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헌법에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할 수 있는 권리, 교섭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노동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불안정 노동자들은 교섭을 누구와 해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렵다”며 “이들이 모일 수 있는 조직을 꾸리고,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단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천노동공제회는 지자체 단위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첫 공제회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재 노동공제회는 경기 북부 등에서 소규모 마을공동체 형식이나 신협 형태로만 조직돼 운영돼 왔다. 송 위원장은 “인천에서 광역 모델이 만들어져 잘 자리 잡으면, 하나의 선례로서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 현장 경험이 만든 노동공제회 구상
송 위원장이 노동공제회 창립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과거 노동조합 활동 경험이 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금속노조 정책국장 등으로 활동하며 노조가 없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조직해왔다. 이 과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노조로 묶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고 한다. 사업주와의 관계 부담과 열악한 처우로 노조 가입을 꺼리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송 위원장은 “노조 결성조차 어려워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을 보며 생각한 것이 노동공제회였다”며 “노동조합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처지의 타 사업장 노동자들끼리 공제회를 꾸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해외 사례도 참고했다. 일본과 프랑스 등에서는 노동조합과 노동공제회가 노동자조직의 양대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전국노동금고협회(로킨협회)가 자리를 잡았다.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출자로 운영되는 노동금고협회는 전국 13개 도시에서 지역별로 마련돼 있다. 가입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소액 대출, 생활안정기금, 재난지원금 등을 지원한다. 지난해 기준 이 노동금고에 마련된 예금액은 약 23조엔(약 214조원)에 달한다.
송 위원장은 “해외의 노동공제회는 역사가 무척 길 뿐더러, 국가 차원에서 ‘노동금고법’ 등의 법으로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그런 단계까지 가기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이번 시도로 한국형 모델이 출범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안전망 범위 넓혀야… 지자체의 역할 중요
인천노동공제회의 향후 목표는 ‘인천시 불안정 노동자 권익보호 조례’를 제정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불안정 노동자를 위한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하고 공제회 운영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3월 말부터는 본격적인 공제회 운영과 함께 조례제정 운동을 공식적으로 선포할 계획이다.
송 위원장은 “불안정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안전망이 지속해 운영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인천시 조례에 노동공제회 운영의 법적 근거를 포함시켜, 안정적인 운영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제회가 안정적인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지원과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별도의 ‘노동국’을 두고 노동안전망 정책을 전담하는 경기도나 지자체 주도의 노동공제회를 추진 중인 서울과 비교했을 때, 인천의 노동행정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와 서울연구원 등 주도로 ‘서울형 노동공제회 연구’를 진행하며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서울지역 노동공제회 정책 간담회’를 열고 지자체 주도 노동공제회 설립을 위한 정책 방향과 운영모델을 논의했다.
송 위원장은 “안정적이지 않은 일자리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나고, 디지털 전환으로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직업군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며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불안정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공공 차원의 안전망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협동조합 형태로 출범한 인천노동공제회가 인천시 차원에서 노동자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제도를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송보석 운영위원장은?
▲1996년 대우그룹노동조합협의회 조직국장
▲1997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통령 후보 비서
▲1999년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총무부장, 조직국장
▲2003년~2019년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책국장·비정규사업실장·조직실장
▲2015년 양대노총(민주노총, 한국노총) 제조연대 정책위원장
▲2016년~2017년 전국금속노동조합 사무차장(대변인 겸임)
▲2020년 민주노총 대변인
▲2021년 한국폴리텍대학 전남캠퍼스 학장
▲현재 인천노동공제회 운영위원장

/송윤지 기자 ssong@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