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진정 피해자를 보호하려면 [미디어 전망대]


김동찬 |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언론중재법상 피해구제 수단인 정정보도청구권은 국외에서 흔히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제도다. 본래 반론권에서 유래한 정정보도청구권은,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 신속하고 간편하게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어수단을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2005년 언론중재법 제정과 함께 정정보도청구권은 반론권과 구별됐다. 기존 반론권이 단순히 반박 기회를 제공해 형평을 도모하려는 것이라면, 정정보도청구권은 허위보도를 진실에 부합하도록 시정하는 수단으로 입법화됐다. 반론권이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반박 기회를 부여하는 것과 달리, 정정보도청구권은 허위 여부 판단 과정을 필요로한다.
독특한 점은, 정정보도청구권이 민법상 명예회복을 위한 정정보도청구 제도와 달리 언론사의 고의·과실이나 위법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의·과실이나 위법성을 따질 경우 신속한 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의 허위가 인정되면 언론사는 공익성이나 진실 상당성을 이유로 항변할 수 없고, 면책 사유와 관계없이 자기 이름으로 보도를 정정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전례가 없고,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헌법재판소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에도 피해자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제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리하면, 반론보도청구권은 장황한 사실 조사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신속하고 대등하게 반박문을 공표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정정보도청구권 역시 고의·과실 여부나 위법성을 따지는 복잡한 판단에 매몰되지 않고, 허위가 확인되면 신속한 정정을 통해 피해를 구제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입법 취지와 달리, 보도 내용의 허위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명백한 허위보도나 오보라면 언론사가 스스로 정정하거나 분쟁이 비교적 쉽게 해결되겠지만, 대부분의 분쟁에서는 당사자들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진실이라 주장하며 맞선다. 이러한 경우 입증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려, 신속한 분쟁 해결이라는 입법 취지가 퇴색된다. 그렇다고 법원이나 중재위원회가 진실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면 불신을 초래할 우려도 크다.
따라서 정정보도청구제도는 명백한 허위보도나 오보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두고, 허위성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반론보도 형식을 적극 활용하며 필요할 때는 민사적 구제수단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위 공직자나 정부 정책 등 공적 사안에 관한 언론보도는 공적 감시 기능이 중요하므로, 정정보도보다는 반론보도 등 덜 침해적인 방식으로 조정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이렇게 운용해야 일반 시민의 피해구제가 실효적으로 이뤄지고, 국민의 알 권리도 충실히 보장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발의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러한 방향과 거리가 멀다. 우선 개정의 취지가 부적절하다. 입법자들은 언론 보도 분쟁을 자율적·효율적으로 해결하려는 문제의식보다는, 주로 정치적 사안을 다룬 보도에 대한 언론중재위원회와 법원의 허위성 판단에 불만을 표하며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정보도청구권 도입 당시부터 제기된 우려로, 정치권의 불만에 따라 제도가 흔들릴 경우 피해구제 절차 전반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부 개정안의 내용은 피해자의 신속한 권리구제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허위보도와 허위조작보도의 정의를 신설하고 이를 구별해 정정보도를 청구하도록 한 성립요건은, 구분 자체가 어렵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법의 근본 취지에 반한다. 또한 ‘반론보도청구권 확대’는 이미 조정이나 재판 과정에서 의견에 포함된 사실적 주장까지 다루고 있어 실익이 없고, ‘순수 의견’까지 포함해 대폭 확대될 경우 신속한 권리구제가 오히려 지연될 우려가 크다. 이는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언론사에 부담을 지우면서 운용해 온 우리만의 독특한 피해구제제도의 헌법적 정당성까지 훼손할 소지가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해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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