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GO] 김창종 전 헌법재판관 “탄핵 심판, 한 달 내내 잠 못 잤다”
“헌재소장은 9명 중 1명일 뿐”…사법 신뢰·재판 독립성 강조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이 두 번이나 탄핵되는 불행을 겪었다. 대구·경북 출신 첫 헌법재판관인 김창종 변호사(법무법인 법연 고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 직접 참여했다. 경북일보TV '만나GO'에 출연한 김 변호사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을 상세히 공개하며, 당시의 극도의 긴장감과 심적 부담을 생생하게 전했다. 현 시점에서 그의 증언은 더욱 의미 깊게 다가온다.
김 변호사는 2012년 9월 20일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후 13년 만에 고향 대구로 돌아왔다. 헌법재판관 퇴임 후 3년간 경북대학교 로스쿨과 동국대 법대에서 석좌교수로 활동했으며, 2021년 10월부터는 서울에서 변호사로 개업했다. 올해부터는 작년 대구지방법원장을 퇴임한 한재봉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신설 법인인 대구 법무법인 법연에서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담: 김창종 법무법인 법연 고문 변호사(전 헌법재판관)

△극도의 긴장 속 탄핵 심판 과정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회고에서 김 변호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며 당시의 심적 부담을 토로했다. 그는 "정말 힘들었다. 특히나 현직 대통령 파면을 결정해야 하는 사건이었고 그게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사회적,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선고 한 달 전부터의 상황이었다. "선고 하기 한 달 전부터는 거의 잠을 못 잔 것 같다. 계속 고민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정문 앞이나 안국역 쪽에서 벌어진 탄핵 찬반 집회의 마이크 소리와 함성이 재판관실까지 들렸으며, 광화문 집회 소리도 1㎞가 넘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들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철저한 보안 조치와 신변 보호
탄핵 심판 기간 중 헌법재판소는 극도의 보안 조치를 취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관 회의실 겸 평의실이 따로 있는데, 그전부터 도청 방지 장치가 돼 있었지만 최신형으로 다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평의실 창문 커튼을 닫아 망원렌즈 촬영을 차단했고, 평의실 입구는 완전히 폐쇄한 채 청원경찰이 지키며 출입을 통제했다. 3층에 있는 평의실로의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등 철저한 보안 체계를 구축했다.
재판관들에 대한 신변 보호도 강화됐다. 각 재판관의 주거지 관할 경찰서에서 4~5명씩 팀을 구성해 경호를 실시했다. 김 변호사는 "근접 경호는 아니고 재판관이 출퇴근할 때 뒤에서 보이지 않게 순찰차가 따라가는 정도로 하기도 했는데 나는 그걸 하지 못하게 했다"며 "아파트 안이나 주변 도로에 순찰차를 세워두고 순찰 도는 정도로 했다"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경호 조치로 인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사실 그때까지 아파트 주민과 슈퍼 이런 데서는 나를 몰랐다. 그런데 경찰관들이 경호를 시작하면서 몇 층에 누가 사는지 이런 걸 자꾸 묻고 순찰차가 주차돼 있으니까 신분이 탄로 났다. 그 다음부터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헌법재판소장의 역할과 권한
김 변호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때 헌법재판소장의 영향력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상황과 관련 "전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재판관 9명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헌법에도 재판소장이라는 자리를 못 박고 있지 않다.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대법관 이렇게 헌법에 명시적으로 자리가 있다"며 구조적 차이점을 지적했다. 헌법재판소장은 "재판관 중에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9명 중 1명으로서 평의에 참여를 하기 때문에 전혀 영향력을 끼칠 그런 구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장의 실질적 역할은 "변론할 때 재판장으로 역할을 해서 진행하는 거와 평의 할 때 사회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서명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지위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전원합의체 대법원 판결에 보면 서명란에는 대법원장 누구 대법관 누구 이렇게 서명을 한다. 그런데 헌재 결정문에는 재판소장도 그냥 재판관 누구누구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6년간의 헌법재판관 활동
김 변호사는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접수된 사건만 1만3000건이 넘었다고 밝혔다. 적법 요건을 갖추지 않아 각하되는 사건이 많았지만, 전원합의부로 넘어간 사건 중 약 3200건을 처리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들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 외에도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유신헌법상 긴급조치 사건, 성매매 처벌법 사건, 간통죄 폐지, 국회 선진화법, 부정청탁 금지법(김영란법),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 등을 꼽았다.
△김영란법에 대한 비판적 견해
부정청탁 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비판적 견해를 표명했다. "부정청탁금지법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법 제정 당시에 사회적 여론에 떠밀렸는지는 모르지만 너무 성급하게 제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법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 그것을 알게 된 공직자 등이 신고하지 않으면 공직자를 처벌하고 그 배우자는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근본적으로 법 체계 상으로 안 맞다"며 "이른바 불고지죄인 셈인데 국가보안법밖에 없는 규정이다"라고 비판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 수수 논란과 관련해서도 "부정청탁금지법상으로는 처벌 규정이 없다. 부인에 대해서는 그렇다. 남편은 그 사실을 알고 신고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게 돼 있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사법부 신뢰 회복 방안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김 변호사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근본적으로 법원은 재판을 하는 곳이다. 결국 좋은 재판을 하는 게 신뢰를 얻는 방법"이라며 "좋은 재판이라는 것이 결국은 당사자나 국민들을 잘 설득할 수 있는 재판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당사자의 주장이나 입증 이런 것을 열심히 듣고 또 기록을 열심히 파악해서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우선 파악해야 될 것 같다"며 절차적 공정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절차적 만족감을 주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재판부가 공정한 재판을 한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주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권력이라든가 여론 압박 이런 데서도 자유로워야 된다. 오직 법리에 따라서 재판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워낙 사회가 복잡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사건을 잘 처리할 수 있는 법률 이론을 항상 연구해서 실력을 갖추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법관 증원에 대한 신중론
현재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법관 수 대폭 증원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어떤 사법제도든 시대적 변화에 따라서 보완할 건 보완하고 또 수정할 건 수정을 해야 된다. 잘못 수정하면 다시 바꾸는 데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며 "섣불리 결론을 내는 것보다는 심사숙고해서 앞을 내다보고 10년, 50년, 100년 정도 내다보고 설정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개인적 취미와 여가 활동

해외 여행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지금까지 65개국을 방문했으며, 여행 중 촬영한 사진들은 전문 작가 수준의 실력을 보여준다. 덴마크 자치령 페로제도, 스위스 룽게른,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 등의 작품을 소개하며 "여행 다니면서 이렇게 좋은 풍광을 만나면 그냥 기념 삼아 담아 오는 정도다"라고 겸손하게 표현했다.
김창종 변호사는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성원해 주시고 도와주시고 이끌어주신 고향에서 마지막으로 법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이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언제까지 변호사 생활을 할지 모르지만 하는 동안 힘닿는 데까지 잘 도와드릴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발언 전문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