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COMPANY] ‘불닭’ 단일 브랜드로 9억달러 수출… K-푸드 저변 넓히는 삼양식품

박순원 2026. 2. 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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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 제공]


삼양식품이 '불닭(Buldak)' 브랜드를 통해 K-푸드 수출 신화를 새로 쓰고 있다.

단일 라면 브랜1드를 앞세워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업계 최초로 '9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삼양식품은 불닭 히트 상품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마케팅·생산·유통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지속 발전시켜 글로벌 식품사로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불닭의 성공은 한국 식품 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평가된다.

삼양식품 명동 신사옥. [삼양식품 제공]


◇글로벌 수출 신화의 시작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불닭볶음면은 1년여에 걸친 연구개발(R&D) 끝에 지난 2012년 출시됐다. 국물라면 중심이던 국내 라면 시장에서 '매운 볶음라면'이라는 콘셉트는 당시 파격에 가까웠다. 기존 제품과 확연히 다른 강렬한 매운맛은 출시 초기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입소문을 탔다.

불닭볶음면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 한국과 영국의 문화를 오가며 콘텐츠를 제작하는 글로벌 유튜버 '영국남자'가 '불닭 먹방 도전'(Fire Noodle Challenge) 영상을 올리며 전환점을 맞았다. 영상 속에서 매운맛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은 전 세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를 따라 하는 '챌린지'가 놀이 문화로 확산됐다.

불닭볶음면의 해외 수요는 2016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수출 초기에는 매운맛에 익숙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권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과 동남아 지역은 삼양식품 해외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며 최대 수출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삼양식품은 '마라불닭볶음면', '커리불닭볶음면' 등 현지 입맛을 반영한 확장 제품을 지속 출시하며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대표 매운맛 라면'으로 입지를 굳혔다. 여기에 2017년 국내 라면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울라마협의회(MUI·이슬람 의결기구) 할랄 인증을 획득하며, 전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가 거주하는 동남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삼양식품 제공]


◇미주·유럽에서도 입증한 불닭 파워

불닭볶음면은 2020년 이후 미주와 유럽 지역에서도 성장세를 본격화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불닭 역시 K-푸드 아이콘으로 주목도가 높아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유명 래퍼 카디비가 직접 차를 몰고 까르보불닭볶음면을 구입해 조리해 먹는 영상을 SNS에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같은 시기 한 소녀가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생일 선물로 받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영상도 확산되며 현지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까르보불닭볶음면은 미국에서 품귀 현상까지 빚었다.

뉴욕타임스는 "Good Luck Getting Your Hands on Buldak Carbonara Ramen"(까르보 불닭볶음면을 손에 넣을 수 있길, 행운을 빈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불닭의 인기와 품절 현상을 조명했다. 이후 불닭볶음면의 미국 수출 비중은 24%까지 확대되며 중국과 함께 최대 수출 지역으로 부상했다.

유럽에서는 매운맛에 대한 문화적 인식 차이로 초기 진통도 있었다. 덴마크 수의식품청은 2024년 6월 불닭 3종 제품에 대해 '너무 맵다'는 이유로 리콜 조치를 내렸다. 삼양식품은 식약처와 협력해 캡사이신 함량 관련 오류를 바로잡고 안전성을 입증하며 약 한 달 만에 리콜 해제를 이끌어냈다. 당시 이 사안은 BBC, AP통신, AFP통신,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 주요 글로벌 언론이 일제히 보도하며 불닭의 글로벌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불닭의 미래 전략은 '시스템'

불닭볶음면은 2024년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상반기 기준 누적 판매량은 80억개를 넘어섰다. 삼양식품은 불닭 수출 호조에 힘입어 식품업계 최초로 '9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불닭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 차별화된 마케팅, 생산·유통 인프라 확장이 맞물린 전략이 있다. 삼양식품은 일본의 '야끼소바불닭볶음면', 미국의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중국의 '양념치킨불닭볶음면' 등 국가별 맞춤형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불닭의 매운맛을 다층적으로 확장했다. 면류에 국한하지 않고 불닭소스, 불닭감자칩, 불닭떡볶이 등으로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하며 소비 접점을 넓히고 있다.

마케팅 역시 소비자 참여형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열린 '불닭 빨리먹기 대회', 아시아 9개국에서 5만명 이상이 참여한 불닭 댄스 챌린지, 불닭 캐릭터 '호치'를 앞세운 '스플래시 불닭'(Splash Buldak) 캠페인,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 Coachella와의 공식 파트너십까지 팬덤 기반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생산·유통까지 완성한 글로벌 전략

삼양식품은 급증하는 불닭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 판매법인과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수출 초기에는 현지 대형 유통사와의 파트너십에 의존했지만, 수출 규모가 커지면서 전략적 시장 공략을 위해 직접 진출로 방향을 전환했다. 현재 일본(2019년), 미국·중국(2021년), 인도네시아(2023년), 유럽 네덜란드(2024년) 등 총 5개 나라에서 판매법인을 운영 중이다.

생산 능력 확충도 병행하고 있다. 부산항과 인접한 밀양에 약 42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최대 14억개를 생산할 수 있는 수출 전진기지를 구축했으며, 2027년에는 중국 자싱시에 연간 최대 11억개 생산 능력을 갖춘 새 공장을 준공한다.

불닭은 이제 하나의 히트 상품을 넘어 삼양식품의 글로벌 전략을 관통하는 핵심축이 됐다. '매운맛 라면'으로 시작한 도전은 K-푸드의 글로벌 도약을 이끄는 새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현지화 제품, 팬덤 중심 마케팅, 공급망 투자까지 연결된 구조는 향후 다른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에도 참고가 될 만하다. 불닭은 삼양식품의 브랜드를 키웠을 뿐 아니라, K-푸드의 글로벌 확장 방식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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