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가치투자…불장에도 올해 2000억 ‘썰물’

장문항 기자 2026. 2. 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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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연일 고점을 높여가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가치주 펀드에서는 오히려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대형주와 상장지수펀드(ETF)로 수급이 쏠리면서 전통 가치주 투자 전략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모습이다.

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102개 가치주 펀드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2037억 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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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장 속 펀드 상대적 매력 줄어
자금쏠림 대형주·지수ETF에 밀려
18%대 수익률에도 수급 역주행
“조정국면 오면 다시 주목받을 것”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연일 고점을 높여가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가치주 펀드에서는 오히려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대형주와 상장지수펀드(ETF)로 수급이 쏠리면서 전통 가치주 투자 전략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모습이다.

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102개 가치주 펀드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2037억 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설정액도 1017억 원 줄어들며 몸집이 축소됐다. 코스피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주식형 ETF로 8조 698억 원이 순유입된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미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도 해외 주식형 ETF에는 6조 9616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KCGI코리아증권투자신탁1’ 펀드에서는 올 들어 502억 원이 빠져나가며 가치주 상품 중 순유출 1위를 기록했다. 최근 3개월로 기간을 넓혀봤을 때 1050억 원가량 자금이 유입된 점을 감안하면 연초 이후 단기간에 환매가 집중된 셈이다. 이 외에도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280억 원), 신영밸류고배당(-188억 원), 한국밸류10년투자(-121억 원), 신영마라톤(-120억 원) 등 순유출 상위 5개 펀드에서 올해 1211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올해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은 18.19%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다만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ETF 수익률(27.83%)에는 크게 못 미치며 상대적인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가 시장 수급을 사실상 독차지한 데다, 최근에는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지며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ETF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이 지수 추종형 ETF 중심으로 급격히 몰린 점도 전반적인 펀드 수급에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환경 변화 자체도 가치주 펀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8월까지는 정책 기대감을 중심으로 이른바 ‘코리아 리레이팅’ 국면이 전개되며 가치주 전략이 힘을 받았지만, 이후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이 맞물리면서 상승 동력이 특정 업종에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시장을 폭넓게 추종하는 가치주 펀드의 성과가 지수를 따라가기 어려워졌고 올 들어 주도주 중심의 활황장이 지속되자 자금 이탈이 가속화했다.

가치투자의 명가로 불리는 VIP자산운용은 지난달 고객들에게 운용 성과가 기대에 못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과문을 내놓기도 했다. VIP자산운용은 “가치투자 전략이 개별 종목 단에서 작동을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지만, 포트폴리오 비중이 낮은 정보기술(IT) 업종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상품 성과가 시장 대비 현격히 낮았다”며 “장기적으로 멀티매니저 시스템을 강화해 시장 대응력과 유연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가치주 전략이 재부각될 여지도 남아 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지난해 상법 개정 등 정책 기대감 속에 가치주 펀드에 이목이 쏠렸지만,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관심도가 떨어졌다”며 “단기 급등에 의한 부담이 커져 ‘키높이 장세’가 전개될 경우 저평가·고배당 종목 중심 펀드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문항 기자 jm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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