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돈줄 끊고 中 견제…'트럼프판 오일로드'로 세계질서 흔든다

이상은/김대훈 2026. 2. 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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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인도로부터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은 단순 무역합의가 아니다.

미국은 인도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25% 추가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에는 이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인도는 언제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며 "러시아산 원유를 실제로 쓰지 않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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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석유전쟁
(1) 석유로 '쥐락펴락'…거세진 美 '에너지 패권'
네마리 토끼 잡은 美
원유 연결고리 끊는 '치명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인도로부터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은 단순 무역합의가 아니다. 원유를 매개로 세계질서를 다시 짜는 효과가 있다. 러시아 돈줄을 끊는 동시에 인도와의 밀착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인도에 미국산 원유 수출을 늘리는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러시아·중국 동시에 압박

트럼프 대통령과의 합의대로 인도가 향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거나 크게 줄인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수적인 돈줄을 잃는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 때부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금융결제망(SWIFT)에서 러시아 금융사를 차단하는 등의 제재로 러시아를 압박했다.

하지만 2022년 돈바스 지역 침공 후 4년 가까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원유와 가스를 사주는 나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1, 2위가 중국과 인도다. 중국은 약 45~50%, 인도는 35~40%가량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원유를 팔아서, 중국은 러시아산이나 이란산 등 헐값에 나오는 원유를 사들임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이런 경제적 이익은 다른 지역에 대한 군사·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자금으로 활용된다. 이 핵심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생각이다.

 ◇ 인도의 협력이 관건

미국의 대(對)러시아 전선에 인도가 동참한다면 미국은 에너지 생산과 소비로 엮여 있는 브릭스(BRICS)의 결속을 깨뜨릴 수 있다. 미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러시아, 중국과도 결코 멀어진 적이 없는 인도가 미국과의 거리를 크게 좁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미국 호주 일본과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협력체제 ‘쿼드’의 회원국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자유롭고 개방된 상태로 유지하겠다는 쿼드 체제는 사실상 대중 연합전선 성격을 띠고 있다. 인도가 미국과 세계 정치·경제 리더십을 두고 다투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핵심 카드인 이유다.

미국은 인도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25% 추가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에는 이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써 미국이 더 강하게 나가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인도가 미국에 보다 기울어진다면, 미국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인도와 함께 ‘공동전선’을 꾸려 중국에 대응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인도는 언제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며 “러시아산 원유를 실제로 쓰지 않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 미국 경제에는 이익

트럼프 정부는 인도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등에 잇달아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종용하고 있다. 생산량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구매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지만,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추가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질적으로 미국 기업이 미국 정부의 통제하에서 생산과 수출을 담당하게 된다면 상당한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대한 구매 약속이 있다면,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량을 현재 하루 100만 배럴 미만에서 과거 수준인 300만~400만 배럴 수준으로 늘리기 위한 투자를 결정하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성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도를 활용한 에너지 공급망 재편은 중남미 패권을 유지하고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 종식하려는 단기적 전략과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을 통한 미국 에너지 패권 강화라는 목표를 모두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김대훈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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