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볼펜인 줄 알았는데"… 일상 파고든 위장형 카메라
누구나 10만원 안팎에 구매 가능
광주·전남서 불법 촬영 범죄 급증
"판매·사용 관리 체계 마련해야"

"몰카 범죄가 계속되는데, 이런 물건을 이렇게 쉽게 팔아도 되는 건가요."
3일 오전 10시께 광주 서구의 한 대형 전자제품 판매장.
평일 한산한 판매장 복도 정적을 깨는 건 벽면을 가득 채운 자극적인 문구들이었다. '초소형 몰카', '비밀 녹음', '최저가 판매'. 형형색색 광고물이 붙은 진열장 안에는 얼핏 보면 평범한 볼펜이나 손목시계, USB 메모리가 나열돼 있었다. 본보 취재진이 자세히 살펴보니 제품 끝에는 바늘구멍보다 작은 렌즈가 숨겨져 있었다.
카메라와 보안 기기를 취급하는 한 매장 상인은 "블랙박스 대용이나 개인 기록용으로 찾는 분들이 많다"며 안내물을 건넸다. 안내물 속 기기들은 일상 소지품과 전혀 구별되지 않을 만큼 정교했다. 심지어 벽면에는 '차량 내부 녹음', '회의·통화 녹음' 등 구체적인 활용 예시까지 적혀 있어 범죄 악용 가능성에 대한 경고보다는 '은밀한 성능'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는 단순한 기우나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었다. 광주·전남에서 매년 가파르게 솟구치는 불법 촬영 범죄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광주지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검거 건수는 모두 861건에 달한다.
2022년 103건에서 2023년 178건, 지난해에는 214건으로 2년 만에 2배 이상 폭증했다. 전남 역시 같은 기간 78건에서 147건으로 크게 늘었다. 공중화장실부터 숙박시설까지 일상의 안전지대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전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전국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발생 건수는 7천84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5천32건과 비교하면 4년 만에 55.8% 가량 증가한 수치다. 피해자 지원 인원 또한 1만 명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14.7% 증가하는 등 지역 사회의 고통은 깊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기기들이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보안용'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단돈 수만 원에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위장형 카메라의 판매나 소지 자체는 불법이 아니어서 범죄가 발생한 후에야 처벌이 가능한 사후약방문식 대응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소형·위장형 촬영 장비의 확산에 대해 제도적 대응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삼광 호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기술 발전으로 촬영 장비는 갈수록 소형화·은밀화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제도와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며 "유통 단계에서부터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장비의 규격과 용도에 맞게 사용되도록 하는 사전 예방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촬영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제품일수록 판매 과정에서 경고를 강화하고, 구매자 책임을 분명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