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같은 플랫폼, 다른 목적… 기아 EV3·EV4의 '투트랙 전략'

최유빈 기자 2026. 2. 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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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전기차 대중화'를 이끄는 EV3와 EV4는 같은 라인임에도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EV4는 낮은 무게 중심과 하만카돈 오디오를 무기로 '정숙한 이동 수단'으로서의 세단 본연의 가치에 집중한 반면 EV3는 높은 전고와 V2L을 활용해 '움직이는 생활 공간'으로서 SUV 특유의 확장성을 증명했다.

세단인 EV4가 주는 안락함 대신 EV3는 SUV 특유의 탁 트인 시야와 머리 위 공간의 여유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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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2L의 확장성 'EV3' vs 19인치 휠의 안정감 'EV4'
도심의 정제된 감각을 원하는 프로페셔널에게는 EV4(왼쪽)가, 야외 활동과 실용성을 최우선시하는 액티브 유저에게는 EV3가 각각 전기차 대중화 시대의 실질적인 해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최유빈 기자
기아의 '전기차 대중화'를 이끄는 EV3와 EV4는 같은 라인임에도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EV4는 낮은 무게 중심과 하만카돈 오디오를 무기로 '정숙한 이동 수단'으로서의 세단 본연의 가치에 집중한 반면 EV3는 높은 전고와 V2L을 활용해 '움직이는 생활 공간'으로서 SUV 특유의 확장성을 증명했다. EV4가 도심의 정제된 감각을 원하는 프로페셔널을 위한 선택지라면 EV3는 야외 활동과 실용성을 최우선시하는 액티브 유저를 위한 정답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시승한 EV4는 첫인상부터 날렵했다. 전장 4730mm의 긴 차체와 19인치 전면가공 휠이 주는 시각적 안정감은 실제 주행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세단 특유의 낮은 전고 덕분에 코너링이나 급차선 변경 시에도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 현상이 SUV인 EV3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노면에 밀착해 미끄러지듯 나가는 감각은 준중형 세단이라는 차급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실내에서 느껴졌다. 드라이브 와이즈와 연동된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도심의 복잡한 내비게이션 정보를 선명하게 제시해 전방 주시를 도왔다. 차로 유지 보조 2 기능은 정체 구간에서 끼어드는 차량을 인식해 감속하는 과정이 내연기관 모델보다 훨씬 매끄러웠다. 제동 시의 울컥거림이 줄어들어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감이 덜했다.

EV4(위)와 EV3 내장 디자인. /사진=최유빈 기자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는 EV4를 이동하는 청음실로 만들었다. 8개의 스피커와 외장 앰프가 제공하는 단단한 저음은 엔진 소음이 없는 전기차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밤이 되면 1열 도어 맵포켓까지 확장된 앰비언트 라이트가 선루프 너머 빌딩 조명과 어우러지며 고급감을 자아냈는데 파란빛의 은은함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EV3로 갈아타고 글램핑장으로 향했을 땐 EV시리즈의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세단인 EV4가 주는 안락함 대신 EV3는 SUV 특유의 탁 트인 시야와 머리 위 공간의 여유를 선사했다. 2열 무릎 공간은 소형 SUV임에도 중형급 못지않게 설계되어 캠핑 장비를 뒷좌석에 싣거나 사람이 타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EV3(위)와 EV4 외장. /사진=최유빈 기자

현장에서 가장 빛났던 기능은 단연 V2L이다.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 쓰는 이 기능 덕분에 별도의 파워뱅크 없이도 노트북 전원을 공급받아 야외에서 업무를 보거나 전열기구를 사용할 수 있었다. EV4에도 유틸리티 패키지로 포함된 사양이지만 SUV인 EV3의 수직적인 적재 구조와 결합했을 때 그 활용도는 배가됐다.

트렁크 공간 또한 실속이 넘쳤다. 세단인 EV4의 트렁크가 깊고 넓다면 EV3는 위로 높게 열리는 테일게이트 덕분에 부피가 큰 캠핑 박스를 싣거나 차박 모드로 전환하기에 훨씬 수월했다. 74%의 배터리 잔량으로 365km 주행이 가능하다는 계기판 수치는 에어컨과 V2L을 마음껏 쓰면서도 목적지까지 돌아갈 심리적 여유를 갖게 해주는 든든한 보험이었다.

기아 EV3와 EV4는 단순히 체급의 차이를 넘어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기준점을 제시한다. 정숙한 고속 주행과 감성 사양을 중시한다면 EV4가, 실용성과 야외 활동의 확장성을 중시한다면 EV3가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최유빈 기자 kern@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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