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하메네이 표적 제거 목소리… 트럼프의 선택은?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6. 2. 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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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격하면 전례 없는 대응”… 美-이란 6일 핵 협상 가능성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1월 31일(이하 현지 시간) 공개 행보에 나섰다. 뉴시스
"이란 신정체제를 종식할 유일한 방법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표적 제거하는 방법뿐이다. 전쟁을 지지하지 않지만 국가 폭력을 종식하기 위해 하메네이와 파스다란(이란 혁명수비대) 지도부를 겨냥한 참수작전을 지지한다."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가 1월 22일(이하 현지 시간)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에 실린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에바디는 "이란인들에겐 총칼 앞에서 주먹을 치켜드는 것 외엔 다른 무기가 없고, 정권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하메네이와 탄압 책임자들을 표적 제거하는 것 외엔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강조했다. 에바디는 이란 신정체제 하에서 민주주의, 인권, 여성과 어린이 권익 증진에 헌신해온 인권 변호사로 이란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다. 

2009년 영국 런던으로 망명한 에바디는 이란 신정체제를 비판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마저 하메네이 참수를 주장하는 것은 이란 정권이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기 때문이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이란에서 1월 8~9일 이틀 사이에 최대 3만 명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에바디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인은 1500여 명"이라면서 "이란에서 지금 일어난 일은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보다 훨씬 더 심각한 반인륜 범죄"라고 성토했다.

‘참수론'에도 하메네이, 보란 듯 공개 행보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자가 1월 14일 독일 베를린에서 하메네이 포스터를 태워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이란 국내외에서 하메네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대는 그동안 금기시돼 왔던 '하메네이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거리낌 없이 외친다. 해외에선 이란 교포와 망명자들이 각국 이란 대사관 앞에서 하메네이 초상화에 불을 지르고 그것으로 담뱃불을 붙이는 등의 시위를 하며 '하메네이 타도'를 주창하고 있다. 1939년생인 하메네이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제자이자 혁명 1세대를 대표하는 성직자다. 

하메네이는 1960년대부터 팔레비 왕조 타도 운동에 뛰어들어 호메이니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 됐다. 이슬람 혁명 이후 국방부차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등 각종 요직을 거쳤다. 1981년 마무드 알리 라자이 당시 대통령이 폭탄테러로 살해된 후 치러진 선거에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됐고, 1989년까지 재임했다. 호메이니가 1989년 사망하자 국가 최고지도자(라흐바르)로 선출됐다. 올해 87세인 하메네이의 임기는 죽을 때까지다. 하메네이는 지금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사실상 '국왕'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실제로 군 최고 통수권자이자 최고 종교지도자인 하메네이는 대통령 인준과 해임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입법, 사법, 행정 등 국정 전반에서 최후 의사 결정권을 행사한다. 이란은 명목상 이슬람 공화국일 뿐, 종교지도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신정체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하메네이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 사태가 벌어지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참수작전'을 우려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왔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하메네이가 요새화된 지하 벙커에서 은신했고, 이 벙커가 테헤란 북동부 라비잔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4월과 10월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작전을 수행할 때도 하메네이는 그곳에 숨어 있었고, 이스라엘이 지난해 6월 '12일 전쟁'을 벌일 때도 같은 장소에 피신했다고 한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국 고위 관리 2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지난해 6월 13일 밤 하메네이를 제거할 기회를 잡고 미국에 알렸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이란의 이른바 '최고지도자'가 어디 숨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며 "그는 쉬운 표적이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그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하메네이를 제거하지 않은 이유는 자칫하면 하메네이를 '순교자'로 만들어 이란의 신정체제를 더욱 결속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개 행보는 안전 과시"

하메네이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1월 31일 테헤란 인근에 있는 호메이니 영묘(靈廟)를 찾아 참배하고 기도하는 사진을 올렸다. 하메네이 X 계정
그런데 하메네이가 이슬람 혁명 47주년을 하루 앞둔 1월 31일 공개 행보에 나섰다. 하메네이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테헤란 인근에 있는 호메이니 영묘(靈廟)를 찾아 참배하고 기도하는 사진을 올렸다. 호메이니는 15년의 해외 망명 생활을 청산하고 1979년 2월 1일 귀국해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켰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하메네이가 공개 석상에 나온 건 반정부 시위 사태 이후 처음"이라며 "수 주 간의 소요 사태와 미국의 참수작전 공습 우려 속에 자신의 안전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하메네이가 '순교자'가 되려는 의도가 있다"면서 "미국에 참수작전을 실행해 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기습 작전을 벌여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압송했지만,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난도가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이란 수도 테헤란은 내륙의 매우 깊숙한 곳에 있고, 이란 정권이 최고지도자 보호에 철저하기 때문이다. 혁명수비대도 모르는 특수 경호부대가 하메네이를 지키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영구적이고 전면적인 종식과 비축분 폐기 ▲탄도미사일 사거리와 수량 제한 ▲하마스·헤즈볼라·후티 반군 등 중동 내 무장 세력에 대한 지원 중단 등 세 가지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규모 군사 행동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해협 쥐고 있는 이란 정부

반면 이란 정권은 미군이 하메네이에 대한 참수작전을 벌인다면 전면전에 들어가겠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이란 남쪽의 좁은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30%가 지나가는 전 략요충지다. 하루 100여 척 이상의 대형상선과 유조선이 그곳을 통과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우리는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지만, 미국과 그 지지자들이 이란에 대한 전쟁으로 이익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전체 길이는 167㎞로, 가장 좁은 지점 폭은 37㎞에 불과하다. 수심도 얕아 대형 선박은 대부분 이란 영해를 지나간다. 이란은 기뢰를 비롯해 대함 탄도미사일, 드론, 크루즈 미사일, 자폭용 드론 보트, 소형 잠수함 등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해상 목표물을 표적 공격할 수 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이란이 잠수부를 동원해 목표 선박 선체에 직접 부착하는 방식의 '림펫 기뢰', 부력과 중력을 이용해 수면 바로 아래 있다 접촉 시 폭발하는 '계류 기뢰',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가 목표물이 접근하면 부상해 폭발하는 '침저기뢰' 등 5000개 이상의 기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DIA는 이란 혁명 수비대가 이 기뢰들을 신속하게 호르무즈 해협에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은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들에 대한 보복 공격에도 나설 것이 분명하다. 이란은 중동 전역과 이스라엘까지 도달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2000여 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베남 벤 탈레블루 이란 담당 선임 연구원은 "이란 정권은 약해졌을지 몰라도 이란의 미사일 전력은 여전히 치명적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자국 핵 시설을 폭격했을 때도 카타르의 미군 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보복 공격을 감행한 적이 있다. 이란은 또 '12일 전쟁' 때 극초음속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당시 이란이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파타흐-1로 2023년 개발이 완료된 바 있다. 이란 최초의 극초음속 미사일인  파타흐-1의 사거리는 1400㎞이며 속도는 마하 13~15에 달한다.

하메네이를 지키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로고. IRGC 제공

전투 드론 1000대 추가 배치

그런가 하면 이란은 또 사거리 2000㎞ 이상인 전략 전투 드론 1000대를 육·해·공군 및 방공 부대에 추가 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동 지역에 배치된 미군 8~9개 시설과 병력 3만~4만 명이 이란 드론 수천기와 탄도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미군은 중동 거점 곳곳에 패트리엇 포대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했지만, 중동 전역을 완벽하게 방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마즐리스) 의장은 "미국 대통령은 진정한 대화를 원하지 않으며 단지 자기 뜻을 타국에 강요하려 할 뿐"이라면서 "트럼프가 전쟁을 시작할 수는 있어도 전쟁의 결말은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메네이의 정치고문인 알리 샴카니도 "미국이 공격한다면 이란의 대응은 즉각적이고 전면적이며 전례 없는 수준이 될 것이고 미국을 지원하는 모든 세력이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킨 게임' 결과는 2월 6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매체 엑시노스는 1일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핵 협상을 위해 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을 경우 지난해 6월 '12일 전쟁' 이후 미국과 이란의 첫 공식 만남이 된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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