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영덕 대형 원전·경주 소형모듈원자로 유치, 울진은 일단 예정된 신한울 원전3·4호기 건설 총력

강시일 기자 2026. 2. 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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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지역에 가동되고 있는 월성원자력본부 전경. 월성원자력본부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을 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원전 유치를 위한 경북지역 시·군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영덕군은 대형 원전, 경주시는 SMR 유치를 위한 공모 절차 준비와 여론 조성에 본격 돌입했다. 울진군은 일단 현재의 원전 예정부지인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의 이번 공모 접수는 오는 3월30일까지다. 대형 원전의 경우 공모 접수 후 5~6개월간 평가 및 선정, 2030년 초 건설 허가, 2037~2038년 준공 순으로 진행된다. SMR은 2035년 준공 목표다. 이번 공모는 지자체 자율 유치방식으로 지방의회 동의를 받은 기초자치단체장이 유치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수원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통해 부지 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 평가해 후보지를 선정한다.

현재 대형 원전은 영덕과 울산시 울주군, SMR은 경주와 부산 기장군 등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

경주시는 SMR 유치를 위해 행정력과 연구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각종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는 전략이다.

경주시는 지난해부터 SMR 유치를 목표로 전문 용역기관에 부지 적정성, 건설 용이성, 환경성 등에 대한 검토를 의뢰해 추진 중이다. 이 용역 결과를 토대로 경제·기술·환경 측면의 타당성 조사를 정리했으며, 현재는 유치신청서 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보지는 50년간 큰 사고 없이 운영돼 온 월성원전 인근 임해 지역이다. 이 일대는 이미 지진·지질 등에 대한 부지 안정성이 검증됐고, 월성 1호기의 영구 정지로 남은 변전설비와 전력 계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규 부지를 조성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SMR 상용화를 서두르는 정부 로드맵에도 부합한다는 것이 경주시의 판단이다.

경북도는 지난달 30일 동부청사에서 '경주 SMR 유치 지원 TF' 킥오프 회의를 열고, 지원체계를 공식화했다. TF는 양금희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행정·입지·지역 3개 분과 15명으로 구성됐다. 경북연구원과 포항테크노파크, 포스코홀딩스, 포스코E&C 등과 협력해 유치전략을 구체화하면서 경주 유치를 지원하고 있다.

경주시가 SMR 유치를 '필수과제'로 규정하는 배경에는 원자력 전 주기 클러스터 구상이 있다. 경주에는 이미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중수로해체기술원이 모여 있다. 특히, SMR 핵심기술 개발과 실증을 담당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설립도 국가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여기에 SMR 모듈 제작을 위한 국가산업단지와 제작지원센터가 더해지면 연구·제조·운영·해체까지 '원전 전 생애주기'를 한 도시에서 구현할 수 있다.
경주지역 원자력산업을 지원하게 될 SMR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경주시 제공

경주시의 가장 큰 경쟁자로는 부산 기장군이 꼽힌다. 기장군 역시 과거 신고리 7·8호기 개발 예정 부지를 SMR 후보지로 내세우며 기존 송·배전망 인프라와 '즉시 착공 가능' 카드를 앞세워 유치전에 본격 가세했다. 임해 지역에 기존 원전이 포진한 두 도시가 나란히 뛰어들면서 동해안을 잇는 'SMR 벨트' 경쟁구도가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앞으로 산·학·연 자문회의와 경주시의회 간담회,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i-SMR 유치 당위성을 적극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영덕군 석리마을 일대 전경. 영덕군 제공

영덕군

영덕군은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군민들의 여론을 모아 대형 원전 유치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영덕군은 9일부터 13일까지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주민 1천400명을 대상으로 신규 원전 유치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고, 조사 결과에 따라 주민설명회는 물론 현수막 게시 등 원전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여론 조성에 나선다.

3일 대구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과거 천지원전 추진 당시 예정 부지였던 영덕읍 석리 일대 주민 등 상당수 영덕군민들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영덕이 신규 원전의 최적지라며 원전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석리 일대는 원전 건설 부지가 확보돼 있는 데다, 한수원 소유의 땅도 많기 때문에 부지 적정성과 순로조운 원전 건설을 감안했을 때 영덕 만한 곳이 없다는 분위기다. 주민 이광성(66)씨는 "영덕은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것은 물론, 산업 기반도 열악하다. 지역경제를 위해 원전 유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한울 3·4호기 부지 모습.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울진군

울진군은 신규 원전 유치에서 한 발 물러선 입장이다. 이는 1999년 신한울 1·2호기 및 3·4호기 건설 발표를 앞두고, 당시 산업자원부가 울진군민의 요구를 수용해 "울진에 더 이상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울진군 관계자는 "과거 산자부가 울진에 추가 원전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한 상황에서 군이 먼저 유치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군민을 상대로 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의견이 모아진다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울진에는 한울 1~6호기와 신한울 1·2호기 총 8기가 가동 중이며,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본격화되고 있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다.
신한울 1·2호기 전경.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하지만 원전이 위치한 북면·죽변면 등 북부권과 달리, 후포면·평해읍·기성면 등 남부권에서는 신규 원전 유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부권은 원전 관련 지원과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체감하고 있는 반면, 남부권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후포면과 평해읍 청년회를 중심으로 신규 원전 유치운동이 전개되며 주요 도로에 현수막이 게시되기도 했다. 다만 죽변면 비상활주로를 기성면 울진비행장으로 이전할 경우, 활주로가 원전 부지 20㎞ 반경에 포함되는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논의는 다소 주춤해진 상태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수원의 공모 발표로 남부권 주민단체들의 움직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들 단체는 울진비행장 인근 지역에 대한 용역을 의뢰해 타당성을 검토한 뒤 신규 원전 유치운동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강시일·손달희·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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