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내시' 합성사진이 성별 비하? 정치인 풍자한 내 글이 사라졌다
'임시조치' '공직선거법' '통신심의' 과잉규제 논란
개선 추진했지만 허위조작정보 규제 국면에 감감무소식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지금 이 순간에도 온라인 공간 속 게시물들이 무더기로 삭제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선 극단적인 주장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문제로 보기 어려운 표현물까지 무더기로 차단하고 삭제할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한다. 이들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잇따랐지만 허위조작정보 규제 국면이 이어지며 '제동'이 걸린 상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차단하는 임시조치
당신이 카카오톡 첫 화면을 SNS처럼 바꾼 개편을 이끈 카카오 임원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면 갑자기 삭제됐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이용자의 원성을 샀던 카카오톡 개편 책임자로 거론되며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의 나무위키 항목이 일시적으로 차단됐다. 홍민택 CPO의 법률대리인이 임시조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게시물을 30일간 우선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조치 제도가 있다. 인터넷 게시물로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 권리침해를 당한 당사자의 게시물 삭제요청이 있으면 사업자가 해당 게시물을 즉각 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30일 이내에 복원신청이 없으면 삭제하는 조치다. 나무위키 게시물의 경우 이의제기가 있어 복구됐다.
지난해 8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인터넷 방송인의 LA 동행 소식을 전한 인터넷 커뮤니티 더쿠의 게시물이 차단된 것도 임시조치 때문이었다. 게시물을 차단 당한 당사자가 통보문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는데, 사유는 '방시혁 의장에 대한 사생활 침해'였다. 2023년엔 조용기 목사 사망 소식을 접하고 “지옥갔다에 100만 원 건다”고 쓴 글이 조용기 목사 법무대리인측의 신고로 임시조치를 당했다. 나경원 등 정치인을 비난한 게시물이 차단되는 경우도 많다.

임시조치는 인터넷상의 무분별한 권리침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지도 않고 당사자 신고만으로 게시물을 우선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2023년 하반기 기준 명예훼손을 이유로 임시조치된 네이버 게시물만 14만3961건에 달한다. 202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임시조치에 관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리뷰 등 공공의 관심 사안이나 정치적 공인과 관련된 사안에 임시조치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며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했다.
제도 개선 목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작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업무계획에 당사자의 이의제기 권한을 법에 명시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했으나 2020년부터 업무계획에서 빠졌다. '가짜뉴스 규제' 논의가 대두되면서 관련 논의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는 2024년 업무계획에 임시조치 대상에 '모욕'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는 등 되레 강화하려 했다. 이재명 정부 차원에선 제도 개선방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인 성별비하? 황당한 선관위 게시물 삭제
당신이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을 '내시'에 빗댔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권으로 삭제할지도 모른다.
미디어오늘이 사단법인 오픈넷과 함께 선거 기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게시글 삭제 현황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제출 받은 결과 20대 대선 당시 선관위가 삭제요청한 게시물은 8만6783건에 달한다. 이는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많은 건수로 시간이 흐를수록 선거 때마다 삭제 건수가 늘고 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자와 관련한 허위사실·비방 등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다. 20대 대선의 경우 윤석열, 이재명 후보에 비판적인 내용을 삭제한 사례만 각각 1만 건이 넘었다. 사이트별로 보면 디시인사이드 게시물 삭제만 2만6595건에 달했다.
문제는 법원이 아닌 선관위가 '허위사실'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2016년 뉴스타파의 나경원 의원 자녀 특혜 입학 의혹 보도에 기반해 문제를 제기하는 인터넷 댓글을 선관위가 임의로 삭제한 사례가 있다. 기준이 모호한 '비방'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점은 더 큰 문제다. 2016년 총선 당시 유승민 의원을 내시에 빗댄 게시물을 '성별비방'이라는 이유로 삭제했다.
선관위 게시글 삭제 조치는 한국의 '특수한 규제'로 꼽힌다. 19대 국회 때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표현의자유특위 위원장)이 후보자비방죄를 폐지하고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 명령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통신심의 '사회질서 혼란'의 기준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에선 주로 방송심의가 논란이 되지만 인터넷 게시물을 대상으로 하는 통신심의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크다.
방미심위는 불법정보뿐 아니라 기준이 모호한 유해정보까지 심의해 사업자에 삭제나 차단을 요청한다. 표면적으로는 강제성 없는 '시정요구' 조치를 내리지만 국내 사업자들은 강제적 규제로 해석하고 있고 해외 주요 사업자들도 협조하는 추세다. 특히 통신심의 규정 가운데 '사회질서 혼란' 조항은 사실상 가짜뉴스(허위정보) 규제로 작동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정부에 비판적 음모론과 허위정보 대응에 쓰였다. 미디어오늘이 집계한 결과 박근혜 정부 때 세월호 참사(378건), 메르스(11건), 북한 목함지뢰 도발 및 과거 연평도 포격도발 관련(69건), 사드배치(12건) 등을 다룬 게시물에 시정요구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3년 간 코로나19 허위정보 및 음모론 200건에 시정요구를 했다. 이 가운데는 김정숙 여사 관련 음모론 게시물도 포함됐다.

윤석열 정부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심위는 더욱 적극적으로 심기 경호를 위한 통신심의에 나섰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류희림 전 위원장 취임 이후 방심위는 27건의 콘텐츠를 '사회혼란 야기' 조항으로 시정요구했는데 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풍자영상만 26건에 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 “사실상 행정기관이 인터넷 게시물을 통제하는 것으로 검열의 위험이 높다”며 통신심의 및 시정요구 권한을 민간자율단체로 이양하라고 권고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유엔(UN)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도 심의 기능 이양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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