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컷에 담긴 소리 없는 수많은 말

류민기 기자 2026. 2. 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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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서 <퓰리처상 사진전>
첫 수상작부터 최신 수상작까지 전시 현대 세계사 조망
인류 희로애락 기록 ‘불행은 되풀이되는 것인가?’ 질문
<퓰리처상 사진전-슈팅 더 퓰리처(The Pulitzer Prize Photographs: Shooting the Pulitzer)>가 1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류민기 기자
창원문화재단이 4월 19일까지 성산아트홀 1~4전시실에서 <퓰리처상 사진전-슈팅 더 퓰리처(The Pulitzer Prize Photographs: Shooting the Pulitzer)>를 연다. 이번 전시는 1942년 첫 퓰리처상 사진 부문 수상작부터 최근 국제 정세를 담은 최신 수상작까지 80여 년에 걸친 '현대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을 사진으로 조망하는 기획전이다. 전쟁·정치·인권·재난·스포츠·일상의 감동까지 인류의 희로애락을 기록한 보도사진의 힘을 경험할 수 있다.
<퓰리처상 사진전-슈팅 더 퓰리처(The Pulitzer Prize Photographs: Shooting the Pulitzer)>가 1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류민기 기자
<퓰리처상 사진전-슈팅 더 퓰리처(The Pulitzer Prize Photographs: Shooting the Pulitzer)>가 1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류민기 기자

전쟁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

전시는 연대기별로 구성돼 있다. 수상작 한편으로 수상자, 수상 부문 등 정보와 함께 사건 중심의 해설문이 있다. 작품마다 촬영 당시 상황과 기자의 취재 배경이 소개되며, 수상자 인터뷰 영상과 아카이브 자료도 곳곳에 있어 사진 감상을 넘어 '기록으로서 사진'을 조명한다.

전시는 '전쟁'과 궤를 함께한다. 1940년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 1950년대에는 냉전과 한국전쟁, 1960~70년대에는 베트남전쟁, 1980년대에는 레바논·라이베리아 등지에서 발생한 분쟁, 2000년대에는 9.11테러와 미국의 이라크 침공, 2010년대에는 시리아 내전과 아프가니스탄 테러, 2020년대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이르기까지 수상작들을 감상하다 보면 '전쟁 없는 세상'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1951년 퓰리처상 수상작. 맥스 데스퍼 '한국전쟁'. /류민기 기자
2019년 퓰리처상 수상작. 김경훈 '장벽에 막히다'. /류민기 기자

1951년 수상작 '한국전쟁'은 AP통신의 맥스 데스퍼가 1950년 12월 12일 중공군을 피해 폭파된 대동강 철교를 건너는 피난민들의 모습을 담아 현대 한국사의 아픔을 전한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1951년 한국전쟁과 관련한 보도와 사진에 7개 상을 수여했다. 전 세계 언론의 시선이 한반도에 집중돼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국적 사진기자로는 첫 사진 부문 수상자인 김경훈 기자의 2019년 수상작 '장벽에 막히다'도 전시돼 있다. 로이터통신 소속 김경훈 기자는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이민자 행렬을 장기간 취재했으며, 미국 국경에서 최루탄을 피해 몸을 피하는 온두라스 모녀의 모습을 포착했다. 이 사진은 동시대 이주 문제의 현실을 집약하며 국제 사회에 인상을 남겼다.

미소 짓게 만드는 순간들도

전쟁·기근·폭력이 가득한 수상작들 사이에서 관람객을 미소 짓게 만드는 사진도 있다. 윌리엄 C. 비얼의 1958년 수상작 '신념과 신뢰'는 퍼레이드 중 보도에서 내려온 아이에게 눈높이를 맞추며 타이르는 경찰관의 모습을 담아내며 빛을 발하고 있다.

브라이언 랭커의 1973년 수상작 '생명의 순간'은 라마즈 분만법으로 첫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담아냈다. 갓 세상에 나와 첫 숨을 쉬는 아이와 아버지의 표정, 어머니의 미소가 감동을 전한다.
1958년 퓰리처상 수상작. 윌리엄 C. 비얼 '신념과 신뢰'. /창원문화재단
1973년 퓰리처상 수상작. 브라이언 랭커 '생명의 순간'. /류민기 기자
1976년 퓰리처상 수상작. 마이클 코어스 '루이빌에서의 버스 타기'. /류민기 기자
2021년 퓰리처상 수상작. 에밀리오 모레나티 '포옹과 키스'. /류민기 기자

마이클 코어스의 1976년 수상작 '루이빌에서의 버스 타기'는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이뤄진 학교 통합으로 백인과 흑인 아이가 손을 맞잡는 순간을 포착했다. 백인과 흑인 부모들의 염려 속에서도 아이들은 새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존 H. 화이트는 1982년 수상작 '시카고에서의 삶'을 통해 미국 시카고에서 집을 구한 가정의 아이들이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을 담았으며, 켄 가이거와 윌리엄 스나이더는 1993년 수상작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통해 여자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환호를 전하고 있다.

에밀리오 모레나티의 2021년 수상작 '포옹과 키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속 비닐 분리막을 사이에 두고 포옹하며 입을 맞추는 80대 노부부의 모습을 포착했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드는 순간이었다.

창원문화재단은 어린이 관람객의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 읽기와 감정 표현을 중심으로 한 활동지(워크북)를 마련해 가족 단위 관람객이 함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4월 19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제1~4전시실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입장료는 일반 1만 3000원, 어린이 8000원이다. 매주 월요일과 설 연휴인 16~17일은 휴관한다. 문의 055-268-7913.
<퓰리처상 사진전-슈팅 더 퓰리처(The Pulitzer Prize Photographs: Shooting the Pulitzer)>가 1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도슨트가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퓰리처상 수상작을 설명하고 있다. /류민기 기자

/류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