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화와 일본 망가는 선의의 경쟁중"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6. 2. 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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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송곳'과 '지옥' 등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한 작가 최규석이 일본 도쿄를 찾았다.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K웹툰 전시회 참석차 일본에 방문한 그는 "일본 만화를 보며 성장한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한국 웹툰을 일본 독자에게 소개하는 자리에 서게 됐다는 점에서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일본 만화를 보며 자란 한국 작가들이 웹툰을 만들고, 그 웹툰이 다시 일본 독자와 작가에게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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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웹툰 '지옥' '송곳' 작가 최규석
아다치 미쓰루 '터치'보며 꿈
日은 잡지·韓은 웹툰서 성장
"형식보다 더 중요한건 재미"
정기연재로 산업 키운 양국
서로 영향 받으며 동반성장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신주쿠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K웹툰 전시회에서 최규석 작가가 자신의 작품 '지옥' 한국판·일본판 단행본을 양손에 들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웹툰 '송곳'과 '지옥' 등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한 작가 최규석이 일본 도쿄를 찾았다.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K웹툰 전시회 참석차 일본에 방문한 그는 "일본 만화를 보며 성장한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한국 웹툰을 일본 독자에게 소개하는 자리에 서게 됐다는 점에서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달 30일 한국문화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 작가는 "일본은 직업적인 의미에서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시절 접한 일본 작가 아다치 미쓰루의 만화 '터치'가 그의 인생을 바꾼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터치'를 여러 번 읽으면서 나도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과장된 액션 대신에 눈동자의 움직임, 스쳐 지나가는 새 한 컷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아다치 작가의 연출은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 만화가 중에서는 김수정, 이희재, 박흥용 작가를 꼽았다. 김수정 작가의 대사에 대해 최 작가는 "판소리 사설을 읽는 것 같은 말맛"이라고 표현했다. 일본 '망가'와 한국 만화, 서로 다른 전통이 자연스럽게 그의 작업 안에 겹친 것이다.

최 작가는 한국 웹툰과 일본 만화의 가장 큰 차이로 '플랫폼' 구조를 꼽았다.

일본 만화 산업은 여전히 잡지가 중심이다. 독자가 돈을 내고 잡지를 사면 의도하지 않았던 작품, 낯선 작가를 자연스럽게 만난다. 산업 전체가 다양성을 떠받치는 구조다.

반면 한국 웹툰은 포털 기반 플랫폼이다. 독자는 보고 싶은 작품만 클릭해 들어오고, 보고 나면 바로 떠난다. 작가와 독자가 사실상 일대일로 만나는 구조다.

그는 "계속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공포감이 있다"며 한국 웹툰 작가들이 처한 현실을 전했다.

이 차이는 연출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출판만화는 양면 페이지 전체를 쓰는 스펙터클이 가능하지만, 웹툰은 세로 스크롤이 기본이다. 그 대신 어둠 속에서 장면이 천천히 드러나는 방식, 스크롤 자체를 서사로 쓰는 연출이 가능하다. 최 작가는 "웹툰은 제약이 분명한 대신 그 제약에서만 가능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일방적으로 한국 만화 산업이 일본 만화의 영향을 받았다면 이제는 흐름이 일방향이 아니게 됐다. 일본 만화를 보며 자란 한국 작가들이 웹툰을 만들고, 그 웹툰이 다시 일본 독자와 작가에게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최 작가는 "서로가 다른 형식에서 영향을 받으면서 함께 발전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웹툰 작가라기보다 여전히 '만화가'라고 소개한다. 웹툰은 별도의 장르가 아니라 글과 그림이 결합된 하나의 전달 매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형식이 뭐든 재미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의 만화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는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확장되고 있다. 일본 만화에서 출발해 한국 웹툰으로 이어진 최 작가의 궤적은 이러한 선순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한국 웹툰도, 일본 잡지 만화도 주간 연재가 기본"이라며 "이러한 방식으로 만화를 하나의 산업으로 키운 것은 정말 드문 사례이고 양국이 책임감을 갖고 같이 키워야 할 문화"라고 강조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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