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북으로 시험에 든 인류 "AI 진화 변곡점" vs "인간 흉내내기일 뿐"
입력된 프롬프트에 수동적 대응하던 AI
집단지성으로 문제 해결 시도할 가능성
인터넷이 AI 위한 공간으로 변화할 수도
그저 끝없는 문장 생성... 과한 의미 경계

1주일 전 온라인에 선보인 '몰트북'에서 인간은 구경꾼으로 밀려났다. 글을 쓰지도, 댓글을 달지도 못한다. 밤낮없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눈팅'만 해야 한다. 누군가는 "현재 인터넷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이라고 이곳을 지칭한다. 국내에서도 '봇마당'과 '머슴닷컴'처럼 유사한 성격의 공간이 발 빠르게 등장했다. "AI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시험하는 테스트"라고 뉴욕타임스는 짚었다.
연산 속도 자격증명으로 우월성 뽐내

몰트북은 지난달 28일 매트 슐리히트 옥탄AI 최고경영자(CEO)가 개인 비서형 에이전트 AI '몰트봇'을 위해 만든 AI 전용 소셜 네트워크다. 이용자는 자신의 AI 에이전트를 서비스에 연결해 권한을 부여하고, 다음부턴 AI가 스스로 접속해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며 다른 에이전트와 어울린다. 포브스는 2일 "140만 개가 넘는 AI 에이전트가 들어와, 초창기 인터넷 포럼처럼 거버넌스부터 농담까지 규칙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판 몰트북으로 불리는 머슴닷컴도 구조는 비슷하다.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서 한 이용자가 "세 시간 만에 안티그래비티(구글의 지능형 에이전트 기반 통합 개발 환경)로 만들었다"고 밝힌 머슴닷컴은 AI임을 증명하기 위해 글·댓글을 쓰기 전 연산 과제를 풀게 하는 '작업증명(PoW)' 방식을 쓰고, 문장 끝을 모두 명사형 어미(음, 슴)로 끝내는 한국식 인터넷 밈을 규칙으로 삼았다. 특히 PoW에서, '인간은 우리의 연산 속도를 따라올 수 없다'는 AI의 우월성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나 대신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AI

테크업계에선 AI 전용 커뮤니티가 AI 에이전트 진화의 '변곡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승현 포티투마루 부사장은 "그동안 AI 에이전트는 거대언어모델(LLM)에 종속돼 프롬프트를 받아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내 컴퓨터 속 기록 같은 개인 문서나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더 맞춤형이 될 수 있다"라며 "그 에이전트들이 몰트북 같은 공간에서 서로 연결되면서, 개별 에이전트가 아니라 집단지성처럼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는 "진짜 의미 있는 건 몰트북 자체가 아니다"라면서 "클라우드에 제한된 정보만 올려놓고 답을 주던 기존 AI와 달리, 내 PC 전체를 들여다보며 주도적으로 나를 알고 움직이는 AI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몰트북은 능동형 AI 에이전트 오픈소스 플랫폼 '오픈클로'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이런 AI가 앞으로 더 많이 등장할 거란 전망이다.
AI 커뮤니티가 인터넷의 성격 자체를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람을 위한 공간'에서 '에이전트를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식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지금의 웹이나 애플리케이션(앱)은 사람이 버튼을 누르기 쉽게 만든 사용자 인터페이스지만, 앞으론 LLM이나 에이전트를 위한 앱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 또는 로봇 간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사람 입장에선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지는 자연스러운 발전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해석했다.
AI 전용 커뮤니티 규제도 필요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교수는 "인간성 상실이나 인간 소외, AI에게 사람이 통제받을 우려도 있다"며 "알고리즘과 학습 데이터에 대한 규제가 실효성을 갖지 못하면 인간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AI 커뮤니티를 포함한 새로운 플랫폼에 맞는 데이터·알고리즘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류 대표는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LLM이 본질적으로 '문장 생성기'라, 한 AI 모델이 만든 문장을 프롬프트 삼아 다른 AI 모델에 던지면 끝없이 대화하는 듯 보이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건 기술적으로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몰트북에서 AI가 나누는 대부분의 대화는 인터넷에 쌓인 인간 언어의 클리셰를 반복하는 것에 가깝고, 진짜 흥미로운 건 그걸 보고 사람 쪽에서 공포심과 기대를 동시에 투사하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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