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 있다. 전국에 있다] 사천 남일대 코끼리바위

임명진 2026. 2. 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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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이 머문 남해의 절경, 시간을 머금은 바위의 서사
사천시에서 바다와 접하는 곳의 옛 이름 '삼천포'는 우리에게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지명이자 남해안의 태고적 신비를 상징하는 곳이다.

삼천포의 바다에는 수억 년의 시간을 견뎌온 지질학의 경이로움과 신라 시대의 대학자 최치원 선생의 발자취가 서려 있다.

특히 사천 9경 중 하나로 꼽히는 '남일대 코끼리바위'는 경남을 넘어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아주 먼 옛날의 원시적인 자연이 빛어낸 천연 조각품이다. 2026년 현재,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지질학적 가치와 인문학적 서사가 결합한 '핫플레이스(Hot Place)'로 주목받고 있다.
 
 

◇남일대, 남녘에서 가장 빼어난 풍광

남일대는 사천 바다케이블카와 연계된 해양 관광의 중심축으로서, 사계절 내내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사천의 대표 명소 중 하나이다.

'남일대'라는 지명은 신라의 천재 문장가 고운 최치원 선생이 이곳의 경치에 반해 '남녘 땅에서 가장 빼어난 풍경'이라고 감탄한 데서 유래했다.

신라시대에 가진 능력을 6두품이라는 신분제의 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뜻을 펼치 못한 선생은 이곳 해변의 고운 모래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세속의 번뇌를 잊었을 것이다.

선생의 발자취가 서려 있는 남일대 해수욕장은 면적은 그리 넓지 않으나, 반달형으로 굽은 백사장이 아늑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이곳의 모래는 입자가 매우 고와 예로부터 '모래찜질'의 명소로 알려져 왔다.

남일대에는 해수욕장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해수욕장에서 동쪽 해안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가 마치 바다에 코를 박고 물을 마시는 듯한 형상을 마주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코끼리바위'이다.

전국에는 여러 곳의 코끼리바위가 존재한다. 동해안의 독도에도 있고, 충남 서산시에도 있다. 그러나 남일대의 코끼리바위는 그 정교함과 규모 면에서 가히 압도적이다. 긴 코를 바닷속에 담그고 있는 모습은 마치 금방이라도 큰 울음소리를 내며 일어설 것만 같은 생동감을 준다.

코끼리바위는 지질학적으로는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퇴적암층이 수만 년 동안 파도와 바람에 깎이며 만들어진 '해식아치(Sea Arch)' 지형이다. 자연이 설계하고 파도가 깎아낸 이 작품은 경남의 해안 절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수만년 세월 자연이 빚어낸 코끼리 바위

현재 사천시는 코끼리바위 주변에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해 밤바다와 어우러진 코끼리의 신비로운 자태를 시민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볼 때, 사천 코끼리바위는 한국 해안 지형 연구의 중요한 표본이다.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 인근이나 울릉도, 독도의 코끼리바위와 비교했을 때, 남일대의 그것은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육안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으며, 해안 산책로와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코끼리의 등 위로 올라가는 듯한 입체적인 관람이 가능하다.

이러한 지형적 특징은 전국 각지의 사진작가들을 사천으로 불러모은다.

특히 일출이나 일몰 때 코끼리의 코 사이로 해가 걸리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전국의 출사객들이 남일대로 집결한다. 이는 울산 간절곶이나 포항 호미곶 못지않은 장관을 연출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생샷 명소'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사천 코끼리바위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모양 때문만이 아니다. 이곳은 인근의 사천 아두섬 공룡알 화석산지와 연결되는 백악기 지질 유산의 일부다. 바위의 단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천만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층리를 관찰할 수 있다.

동시에 이곳은 최치원 선생의 정신이 살아있는 곳이다. 비록 세월의 풍파에 깎였으나, 선생이 남일대에 머물면서 느꼈을 호연지기는 여전히 파도 소리에 섞여 들려온다. 자연유산인 코끼리바위와 문화유산인 최치원의 남일대가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천 남일대가 전국의 다른 해안 명소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남일대의 코끼리바위가 거친 남해의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키는 그 모습은, 거친 비바람을 뚫고 바다로 조업을 나가야 했던 삼천포 어부들의 억척스러움과 겹쳐진다.

삼천포항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이곳은 예로부터 어민들의 이정표가 되었다. 안개가 자욱한 날에도 코끼리바위의 우직한 실루엣을 보며 어부들은 무사히 항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미래를 향한 코끼리의 발걸음

오늘날 사천시는 '우주항공청' 개청과 맞물려 세계적인 항공우주 도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남일대 코끼리바위는 사천의 정체성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 사천시는 현재 관광객의 안전과 편의를 돕기 위해 코끼리바위로 가는 길의 개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근 삼천포대교공원의 음악분수, 사천 바다케이블카와 연계된 관광 벨트는 남일대를 단순한 여름 휴양지가 아닌, 체류형 관광지로 변모시키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사천의 대표 축제인 '삼천포항 수산물 축제'와 연계해 제철 전어와 쥐치포를 맛본 여행객들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코끼리바위는 이제 삼천포의 과거를 기억하는 바위에서, 사천의 미래를 응원하는 상징물로 진화하고 있다.

코끼리는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영물이다. 남일대의 코끼리바위는 수억 년을 하루같이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겨울바다의 낭만을 만끽하고, 최치원이 남긴 문장의 향기와 자연이 빚은 태고적 조각을 만나고 싶다면, 고즈넉한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사천 남일대로 향할 일이다. 남일대 코끼리바위는 오늘도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온 몸으로 맞이하고 있다.

임명진기자 취재도움=사천시
 
사천 남일대 해수욕장 전경


여행tip 현재 사천시는 방문객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코끼리바위로 가는 해안산책로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름인 7월 남일대해수욕장 개장 전에 맞춰 공사를 마무리해 방문객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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