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1지구 보상 논란…과세·보상 엇갈린 공시지가

서울 서초구 서리풀1지구 공공주택지구 지정 이후 토지 보상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시지가를 과세와 보상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적용하는 구조가 갈등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서초구 원지동·신원동 일대 221만㎡를 ‘서울 서리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고시하고, 총 1만8000가구 공급 계획을 확정했다. 2029년 첫 분양과 착공이 목표다. 하지만 지구 지정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토지주와 주민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보상 기준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며, 사업 추진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논란의 출발점은 공시지가 적용 방식의 비대칭성이다. 보유세 등 과세 과정에서는 공시지가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해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반면, 토지 수용 보상에서는 ‘개발이익 배제’ 원칙에 따라 사업인정 고시 이전 시점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같은 공시지가가 세금과 보상에서 다른 기준으로 쓰이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표준지 공시지가는 동일하지만, 과세와 보상에서 적용 방식과 시점이 다르다”며 “과세는 현행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는 반면, 보상은 과거 시점에 고정돼 체감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괴리는 현장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서리풀1지구의 상당 부분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수십 년간 토지 이용이 제한돼 왔다. 그 결과 공시지가는 인근 지역과 큰 격차를 보인다.
서리풀지구 주민 B씨는 “내곡지구 아파트는 평당 5000만원을 넘고 반포는 1억원을 호가하지만, 이곳 공시지가는 평당 100만~200만원 수준”이라며 “그린벨트로 묶어 시세를 눌러놓고 그 가격을 기준으로 보상하겠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A씨도 “지구 지정이 예고된 이후 주변 집값과 땅값은 이미 올랐지만, 보상 기준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현재 보상금으로는 인근 지역으로 옮겨 사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불만은 서리풀지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채관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의장은 “공공택지로 지정되는 지역은 공시지가가 시세보다 낮게 평가된 그린벨트가 대부분”이라며 “공시지가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활용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보상 체계가 공공주택 사업의 성격상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린벨트 토지는 제한적 이용만 가능했고, 공공택지에 조성되는 주택은 시세보다 낮게 공급돼야 한다는 논리다. 보상금 인상은 조성 원가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덕인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현행 토지보상법을 잘못된 구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공공이 창출한 개발이익을 다수의 입주민에게 환원한다는 공익적 전제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갈등의 핵심은 보상액 자체보다, 같은 공시지가를 언제·어떻게 적용하느냐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세는 현재 기준을, 보상은 과거 기준을 고정하는 구조가 유지될 경우 유사한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제도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지가는 67개 행정 제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공적 기준 가격”이라며 “보유세와 보상은 각각 다른 법령과 원칙에 따라 공시지가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공주택 공급의 지속성을 위해 공시가격 적용 기준과 시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시지가가 정책 목적에 따라 다르게 활용되면서 갈등이 누적되고 있다”며 “가격 산정 과정의 중립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보상금을 일괄적으로 인상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공시지가 적용 시점을 조정하거나 장기 규제 지역에 대한 보완 장치를 두는 절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호 기자 okcompu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