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환자가 가장 두려울 때 만나는 사람"…'공감 회진'

2026. 2. 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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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하지 않은 환자까지 챙기는 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환자가 자신 상태 이해하고
불안 내려놓는 순간 회복
목동힘찬병원 올해 개원 20년
무릎 인공관절 수술 6만례
로봇수술 연 2000건 비결은
숙련된 경험·정확한 기술
직접 개발한 '조인트슈즈'
환자 중심 재활 철학 돋보여
게티이미지뱅크

"수술한 지 며칠 됐죠? 오늘은 좀 어떠세요."

오후 회진 시간에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선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환자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환자는 "생각보다 덜 아프다"며 웃었고, 이 대표원장은 무릎을 살짝 만져보며 부기와 열감을 확인한 뒤 자연스럽게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 이 정도면 아주 좋아요. 무릎 각도가 지금 110도만 넘으면 충분합니다."

이 병실의 환자는 이 대표원장이 직접 수술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일주일에 여러 차례 병동을 돌며 자신이 집도하지 않은 환자들까지 꼼꼼히 살핀다.

이 대표원장이 이런 회진을 이어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술 결과는 수술실에서 끝나지 않으며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불안을 내려놓는 순간부터 회복을 시작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는 "의사는 환자를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후배 의료진과 간호사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도록 솔선수범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진 자리에서 그는 상처 자체보다 부기·열감·근육 상태를 확인하고 왜 아픈지 언제까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반복해 설명했다. 이런 과정이 환자 만족도와 치료 성과를 동시에 높인다는 것이 그간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힘찬병원의 이러한 진료 철학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목동힘찬병원은 개원 이후 20년 가까이 매년 평균 3000건에 육박하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해왔으며 누적 수술 건수는 6만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이 대표원장은 "경험이 쌓이면 수술 정확도와 판단력이 달라진다"며 "출혈과 통증을 줄이고 빠르게 회복하도록 만드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함께해온 의료진의 팀워크 역시 이런 안정적인 성과의 배경이다. 10년 이상 근속한 의료진과 직원들이 다수인 조직 구조는 개별 의사의 역량을 넘어 병원 전체 노하우를 축적하는 토대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 분야에서도 힘찬병원은 선도적 위치에 서 있다. 2020년 국내 의료계에 비교적 이른 시점에 로봇수술을 도입한 후 마코와 로사 등 복수의 시스템을 운용하며 환자 상태에 맞는 수술 전략을 적용해왔다. 그 결과 연평균 2000건이 넘는 로봇수술을 안정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누적 수술 건수와 임상 경험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는 평가다.

이 대표원장은 "로봇수술은 기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경험을 더 정확하게 구현하는 도구"라며 "경험이 많을수록 수술 시간은 줄고 결과는 좋아진다"고 말했다.

힘찬병원의 경쟁력은 연구로도 이어진다. 관절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다수의 국제 학술지 논문을 발표하면서 대학병원에서도 보기 힘든 이례적인 연구 성과를 쌓아왔다. 특히 로봇 인공관절 수술과 관련한 데이터는 향후 진료 가이드라인 정립에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 대표원장 얘기다.

이 대표원장은 "수술 기법뿐 아니라 재활 시점과 방법도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환자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면서도 결과가 더 좋은 길이 있다면 그것이 표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중심 시선은 재활 영역으로도 연계된다. 수술 후 보행 불안을 줄이기 위해 의료진이 직접 개발한 '조인트슈즈'는 회복 과정에서 환자가 겪는 작은 불편에서 출발한 결과물이다. 굳이 환자용 신발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대표원장은 "수술이라는 나무보다 환자의 일상이라는 숲을 봐야 한다"는 표현으로 병원 방향성을 전했다.

후배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이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는 "실력은 기본이지만 그 위에 친절과 공감이 더해져야 한다"며 "환자가 가장 두려운 순간에 만나는 사람이 의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수술하지 않은 환자까지 찾아가 손을 잡고 상태를 설명하는 회진은 그런 메시지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 대표원장은 "의사가 즐겁게 의미를 느끼며 진료해야 오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에게는 안심을, 후배에게는 기준을, 병원에는 문화를 남기겠다는 그의 진료 철학은 힘찬병원이 지난 20년간 무릎 치료의 현장에서 쌓아온 신뢰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상훈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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