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러 드론, 스타링크 무단사용 차단”…무차별 드론 공격 주춤해질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러시아 무인기(드론)의 스타링크 서비스 무단 사용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최근 종전 협상이 교착된 상황을 틈타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을 대상으로 무차별 드론 공격을 확대해왔다.
머스크는 2일(현지시간) 엑스에 “러시아의 스타링크 무단 사용을 막으려는 조치들이 효과를 낸 듯하다”며 “더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알려달라”고 밝혔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앞서 러시아 드론이 스타링크 위성 시스템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상공을 공격하고 있다며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 접촉해 차단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이스X는 전 세계 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스타링크 위성 서비스를 우크라이나에 전면전이 시작된 2022년 초부터 제공해왔다. 정보통신 기반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서 스타링크는 전장은 물론 민간에도 중요한 기술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에선 스타링크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활성화돼있지 않지만, 단말기 암시장이 형성되고 중개상들이 러시아군에 이를 공급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자문을 맡은 군사기술 전문가 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우는 지난달 30일 “스타링크 단말기가 장착된 러시아 드론 공격 사례가 수백건 확인됐다”며 “이 드론은 군사 목표물이 아니라 후방과 전선의 민간 도시, 주거 건물을 겨냥하고 있다. 사실상 평화적 통신 기술을 이용한 테러행위”라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최근 러시아가 저가 자폭 드론 ‘몰니야’에 스타링크 단말기를 장착하기 시작한 이후 이들 드론의 전장 효율성이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스타링크를 탑재한 드론은 우크라이나의 전파 교란을 피할 수 있는 데다, 러시아 본토에서 실시간 원격 조정이 가능해 사거리와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다. 우크라이나로선 격추하기 힘들고 민간 피해를 키우는 골칫거리로 여겨졌다. 최근 우크라이나 여객 열차를 겨냥한 러시아 드론 공격도 스타링크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내 모든 스타링크 단말기 등록을 의무화하는 결의안도 승인했다. 스페이스X와 협력하는 다음 조치로 우크라이나 영토 내 승인된 스타링크 단말기만 서비스에 연결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러시아 전쟁 블로거들은 러시아군이 최전선에서 인터넷을 제공하는 데도 스타링크를 활용하고 있어서, 이 같은 조치의 파장이 드론 공격을 넘어설 수 있다고 BBC에 전했다.

러시아는 최근 병원과 통근버스 등 우크라이나 도심 민간시설을 겨냥해 드론 공격을 퍼부어왔다. 미국의 중재로 혹한기 에너지 시설 공격을 잠시 중단했지만, 도심이나 최전방 공격은 계속되면서 긴장 완화로 나아가지 못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지난 한 달 동안 공격용 드론 6000대, 유도항공폭탄 5500발, 미사일 158발 이상을 우크라이나로 날렸다고 전했다.
ISW 등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가 같은 기간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약 481㎢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점령 면적(244㎢)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장 빠른 진격 속도를 보인 것이라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미국이 참여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3자회담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오는 4~5일 재개된다. 지난달 24일 첫 번째 3자회담이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지 열흘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종전 협상에 대해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며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했고 그는 동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무엇에 동의했는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와 푸틴 사이 엄청난 증오가 있다”고 말한 점에 비춰보면 젤렌스키·푸틴 대통령 회담을 염두에 둔 발언일 가능성이 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문제가 푸틴·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 통화에서 다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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