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인력 제한이냐, 준공영제 수술이냐'… 서울 버스, 이번엔 제도 두고 '충돌'

송주용 2026. 2. 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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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필수공익사업에 버스 지정 요청
노동계 "진짜 문제는 버스 준공영제"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노동권 침해" 주장도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철회된 15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시내버스가 오가고 있다. 뉴스1

최근 '버스 파업'을 겪은 서울시가 시내버스의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추진하면서 노동계와 갈등이 불붙고 있다. 파업할 때도 최소한의 노동자는 남겨두도록 해 '교통 대란'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노조는 "시내버스의 구조적 문제는 방치하고 노동권만 제약한다"며 맞서고 있다. 필수공익 사업은 업무가 중단될 경우 국민의 일상 생활과 경제에 큰 피해를 주는 업종을 뜻한다. 철도와 지하철, 수도, 가스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파업 등을 할 때도 최소한의 인력을 투입해 업무를 유지해야 한다.


"진짜 문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의 버스운송업 필수공익사업 지정 요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노동계는 서울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움직임을 비판하며 "진짜 다뤄야 할 문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라고 주장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버스회사 운영은 민간기업이 하되 노선과 요금은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방식이다. 민간이 100% 운영하면 수익성이 나지 않는 노선을 폐지하거나 요금을 크게 올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도입한 제도다. 특히 버스 회사가 적자를 내면 지자체가 이를 보조해준다.

실제 준공영제 탓에 버스회사가 방만 경영을 한다는 지적은 곳곳에서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회사의 총 적자는 2014년 3,283억 원에서 2022년 8,571억 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버스회사에 투입된 지자체의 지원액도 2,538억 원에서 8,114억 원으로 치솟았다. 반면 민간 버스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준공영제 도입 첫해인 2004년 133억 원 손실을 낸 반면 2023년에는 894억 원 흑자를 기록해 "세금으로 민간 회사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도 준공영제가 방만 경영을 불렀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측은 지자체의 금전 지원 덕에 이익을 내면서도 노동자 처우 개선은 뒷전으로 미룬다고 토로했다. 23년 차 버스기사인 김헌수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장은 "휴일, 연장, 야간근로를 통해 최대 노동시간인 주 52시간을 꽉꽉 채워 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본급은 낮고 성과급은 높은 불합리한 임금체계 때문에 수입은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회사별로 격차는 있으나 평균적으로 기본급과 성과급이 6배가량 차이 난다고 한다.

이 같은 임금구조는 지난달 버스노동자 파업의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통상임금 요건에 고정성을 폐지하면서 버스노동자들도 성과급을 통상임금에 반영해 밀린 임금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서울시와 버스회사들은 서로 책임을 미뤘고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도 지적됐다. 김 본부장은 "지자체가 버스기사들의 식대를 지원하기 위해 버스회사에 지원금을 주지만 실제 나오는 식단은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열악한 처우로 버스노동자들이 이탈하면서 서울은 전체 버스기사 정원의 80~90% 정도만 채워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버스 노동자들도 시내버스 파업으로 인해 시민들이 겪게 될 불편함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파업 없이는 버스현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토로했다.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이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 등 노동권을 제약한다는 비판도 있다. 박용원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필수공익사업 제도를 두고 '엄격한 운영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요청한 바 있다"며 "현재 필수유지업무에 포함된 철도와 지하철은 파업 시에도 운행률이 80%에 달해 사실상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이 무력화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버스는 대중교통"…필수공익사업 지정 속도

서울시내 한 버스 종점에 시내버스들이 모여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연관이 없음. 연합뉴스

노동계의 반발에도 서울시는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대전, 부산 등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다른 지자체와 함께 국회와 정부에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공식 요구했다. 이를 위해선 국회가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버스는 시민의 삶과 밀접한 대중교통으로 지자체 보전이 없이 시장논리에 맡겨두면 폐지될 노선도 여럿 있다"면서 "철도, 지하철, 수도처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후 버스기사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져 지난해 평균 연봉은 6,500만 원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했고 올해는 7,000만 원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매년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요구가 있지만 노동권 제약을 우려하는 노동계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내버스의 준공영제와 필수공익사업 지정 여부를 두고 논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권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먼저 치고 나갔다. 그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정책토론회'에서 "서울 시내버스의 준공영제에 (버스 회사의 이윤까지 보전해줘 경영 효율화 동기가 사라지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며 '일부 시내버스 노선의 공영화'를 제안했다. 수익이 나지 않아 시내버스나 마을버스 운영이 어려운 노선은 공공버스 전환을 검토하고 대중교통망에서 소외된 지역에 공공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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