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국인 교황' 레오14세, 트럼프와 정면충돌 대신 전략적 신중"
![레오 14세 교황 [EPA=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3/yonhap/20260203152948998hrrv.jpg)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 정책과 정면충돌하는 대신 신중하고 간접적인 외교 노선을 택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5월 선출된 교황은 취임 초기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비인도적"이라고 지적하고, 베네수엘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등 트럼프식 '무력 외교'와 각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교황의 대응 기류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교황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시도, 이민단속 연방 요원의 총격으로 인해 미국인 2명이 숨진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사태 등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미국과 쿠바 간의 긴장 고조에 대해 지난 1일 "폭력을 피해야 한다"며 짧게 우려를 나타낸 것이 전부다.
이는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미국 가톨릭교회가 입을 타격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미 분열된 미국 가톨릭교회의 균열을 더 키우지 않으면서, 교황의 발언이 특정 정치 진영의 시각으로 해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바티칸 소식통은 AFP 통신에 "교황은 자신의 목소리가 전 세계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미국인으로서 트럼프주의의 대척점에 있지만, 현재 미국 문제에 관해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교황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칼끝이 미국 교회가 보호하는 이민자와 히스패닉 공동체를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교황의 신중함이 신자 보호를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대신 교황은 미국 현지 주교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실제로 폴 코클리 미국가톨릭주교회의(USCCB) 의장은 지난달 미니애폴리스 사태에 대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실패"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칸소주 리틀록 교구의 앤서니 테일러 주교는 현재 미국의 상황을 나치 독일 시절에 비유하며 "과거의 실패를 기억하고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같은 오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시카고와 워싱턴, 뉴어크 대교구를 이끄는 추기경 3명은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의 개입주의 경향과 다자주의 훼손을 비판했다. 이 성명은 교황의 묵시적 승인 하에 나온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탈리아 역사학자 마시모 파졸리는 "교황의 목표는 5년, 10년, 20년 뒤 역사가들이 '미국 가톨릭교회가 트럼프주의와 결탁했다'고 기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미국 교회의 평판과 역사적 역할이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작년 5월 선출 직후 JD 밴스 부통령을 접견했으나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는 만나지 않았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 중인 가자지구 관련 '평화 위원회' 참여 요청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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