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제마·호날두 연쇄 보이콧에 사우디리그 비상…‘10억달러 프로젝트’ 2년 반 만에 빨간 불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가 스타 선수들의 보이콧 선언에 흔들리고 있다. 카림 벤제마(39·알힐랄)에 이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알나스르)까지 구단 운영에 항의하며 경기 보이콧을 선언했다. 2023년 여름 이적시장에만 9억5700만달러(약 1조3871억원)를 쏟아부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사우디 프로젝트에 2년 반 만에 빨간 불이 켜졌다.
벤제마의 분노는 모욕적인 재계약 제안에서 비롯됐다. 2022년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연봉만 1억800만달러(약 1565억원)를 받던 그에게 이전 소속팀 알이티하드는 고정급 없이 초상권 수익만 100% 보장하는 안을 내밀었다. 구단이 이적시장 내내 답변을 회피하다 막판에 이런 제안을 하자 벤제마는 킥오프 몇 시간 전 출전을 거부했고, 결국 라이벌 알힐랄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3일 알 힐랄은 벤제마와 1년 6개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호날두 역시 사우디국부펀드(PIF)의 차별적 투자에 반발해 3일 알리야드전 출전을 거부했다. PIF는 4대 구단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는 편중했다. 알나스르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21세 유망주 한 명만 영입한 반면, 알힐랄은 카데르 메이테 영입에만 3000만달러(약 434억원)를 투자하고 벤제마까지 합류시켰다.

투자 급감은 더 충격적이다. 2023년 여름 프리미어리그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인 9억5700만달러를 지출했던 사우디는 2026년 1월 이적시장에서 단 2500만달러만 썼다. 전년 대비 97% 감소한 수치다.
PIF는 2023년 4대 구단에 3년치 예산을 한꺼번에 내려보냈고, 이후 추가 증액 계획은 없다. 사우디 스포츠부는 지난해 새로운 재정 규정을 도입해 총수입 대비 선수 연봉과 이적료 지출을 단계적으로 70%까지 제한했다. 재정 감독 위원회를 신설해 구단별 예산 집행을 정기 검증하면서 PIF가 무제한으로 적자를 메우던 시대는 끝났다.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도 만 21세 이상은 구단당 8명으로 제한되는데, 18개 구단 모두 이 할당량을 이미 채운 상태다. 유럽 출신 스타들에게 쓴 돈 대비 이적료 손실이 이미 3억유로(약 5136억원)를 넘어섰다. 사우디 국가 재정 적자는 2025년 2450억리얄(약 94조7096억원)까지 확대됐고, 유가 하락으로 PIF의 투자 우선순위가 재조정되면서 축구 쪽 비중이 줄어들었다.
천문학적 투자에도 관중 동원력은 참담하다. 2023년 대규모 스타 영입 이후 평균 관중은 오히려 감소해 2024~2025시즌 경기당 평균 8354명을 기록했다. 2025시즌 K리그1 평균(1만81명)보다 낮으며, 일부 경기는 89명만 입장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우디는 구단 민영화도 추진 중이지만 호날두 연봉만 2억유로(약 3424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수익성 확보는 요원해 보인다. 정부 주도 투자, 수익 모델 부재, 스타 이탈, 재정 긴축이 겹치며 10년 만에 몰락한 중국 슈퍼리그와 똑같은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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