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비수도권 유형’ 문 열리자… 고양시 철도사업 판 바뀐다
인천2호선 고양 연장 등 광역철도·도시철도 추진축 대한 평가 논리 재정비 필요
철도망 확충의 체감은 ‘환승·연계교통’서 결정…버스개편·보행 접근성도 신경써야
통과 이후가 더 중요…다음 과제는 건설비·운영비·재정 리스크 관리

예타 '비수도권 유형' 문 열리나… 평가 프레임 변화
가장 먼저 달라질 지점은 '예타 통과'라는 관문이다. 도시철도·광역철도는 사업비가 크고 수요 전망이 보수적으로 산정될 경우 경제성 지표(B/C)가 약점으로 작용하기 쉽다. 그런데 유형 분류가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제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정책적 필요성과 지역적 특수성(교통 소외, 이동권 격차, 생활권 연결 필요 등)을 더 큰 비중으로 설득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 고양 철도사업이 'B/C가 조금 부족하면 사실상 어렵다'는 프레임에서,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논리까지 묶어 종합평가로 승부한다'는 전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이 변화는 고양시가 추진 중이거나 추진을 준비 중인 철도사업들에 곧장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고양 연장은 인천 독정에서 고양 걸포북변·킨텍스·중산 방면을 잇는 구상으로, 예타 단계에서 오랜 시간 '문턱' 논란이 이어진 사업으로 분류된다. 제도 변화로 예타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있지만, 성패는 결국 예타 평가 논리의 완성도와 광역 협의, 재원·운영 부담까지 포함한 종합 설계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고양 철도망 3대 축…인천2호선 연장·내부 노선·광역철도 검토
고양 내부 철도망으로는 가좌식사선(가좌·장항·식사 연결)과 대곡고양시청식사선(대곡역~고양시청~식사 연결) 2개 노선이 '제2차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에 포함돼 국토교통부 승인·고시를 받은 상태다. 두 노선은 트램 형태로 제시됐고, 향후 사전타당성조사·예타 등 후속 절차를 밟게 된다. 특히 대곡고양시청식사선은 대곡역 환승거점(광역·국철 연계)을 강화하는 성격으로 설명된다.
여기에 고양시는 광역철도 노선인 '고양은평선 일산 연장'이 '제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에 신규 반영될 경우, 도시철도보다 광역철도 추진을 우선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고양은평선(새절~고양시청)을 식사 지역까지 약 2.04km 연장하는 구상으로, 이 노선의 반영 여부가 고양 내부 노선(대곡고양시청식사선 등)의 추진 형태(도시철도·지하철 전환 검토)와 행정력 집중 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이러한 제도 변화가 반드시 '자동 통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가 축이 넓어진 만큼, 고양시는 지역 불편과 공공성, 생활권 연결 효과를 정량 자료와 대안 설계로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는다.
광역 협의가 관건…노선 정합성과 재원·환승 설계 시험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광역 협의의 중요성도 커진다. 철도는 노선 연계·환승체계·재원 분담 등에서 인접 지자체와의 조율이 예타 단계부터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시가 추진하는 주요 철도사업들이 '고양만의 노선'이 아니라 서북권·인천권·김포권 등 광역 생활권의 통행을 전제로 하는 만큼, 공동 논리 구성과 역할 분담, 연계 노선의 정합성이 촘촘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철도망이 현실화될 때 시민 체감 변화는 '연결'과 '분산'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특정 축에 몰리던 출퇴근 수요가 일부 분산되고, 고양 내부 이동에서도 장거리 버스 의존도가 완화될 여지가 있지만, 철도 노선이 늘어난다고 도로 혼잡이 자동으로 해소되진 않는다.
덕양구에 거주 중인 자영업자 이상만(65) 씨는 철도망 확충이 지역 상권과 생활 동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대곡역이 환승 거점이 되고, 고양은평선이든 대곡고양시청식사선이든 실제로 연결이 늘어나면 손님 동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철도는 선로만 깔면 끝이 아니라 역 주변 주차·버스·보행이 같이 정리돼야 체감이 난다"며 "예타 통과를 목표로만 하지 말고, 개통 이후 운영과 환승까지 '패키지'로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시민 체감은 역에서 갈린다…환승센터·버스개편·보행 동선 숙제
역세권 개발이 속도를 낼수록, 환승센터·버스노선 개편·보행 접근성 개선 같은 '연계교통 패키지'가 따라가지 않으면 혼잡이 자칫 역 주변으로 옮겨 붙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즉, 철도사업의 성패는 선로 자체보다 '역에서의 환승 만족도'와 '첫·마지막 1km'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정 리스크도 분명한 숙제다. 예타 문턱이 낮아지는 방향은 지역 교통복지 측면에서는 기회지만, 건설비뿐 아니라 운영 단계의 적자 가능성, 추가 환승 인프라 비용, 단계별 투자 우선순위 문제가 함께 따라온다.
단순히 통과가 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영까지 내다본 설계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트램으로 제시된 내부 노선들 역시 도입 방식과 운영 구조에 따라 비용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예타 논리와 별개로 운영 단계의 현실성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 관계자는 "향후 추진할 여러 철도사업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지침이 최근 변경된 사안인 만큼, 현재 예타가 진행 중인 사업부터 변경 지침에 맞게 방향을 수정해 검토하면서 대응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지자체들과 함께 검토하면서 협의하고, KDI 등 관련 기관에도 계속 요구를 하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유제원·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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