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부터 학교서 한자 비중 커진다는데…‘신입생’ 뜻부터 시작해 볼까
2022 개정 교육과정 따라 한자 중요성 커져
한자 교육 관련 찬성vs반대 여론 팽팽하나
현대 한국어 어휘 60~70%가 한자어 구성
경제·사회·과학 등 개념어 대부분 한자어
어휘력·문해력·사고력·언어이해력 등 도움
자격증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아이들에게 한자 교육을 시켜야 할까?’는 많은 부모들의 고민이다. 내신이나 입시에서 한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영어·수학 등 다른 과목을 배울 시간을 할애해서까지 굳이 한자를 가르칠 필요가 있냐는 의문 때문이다. 실제 상당수 부모들은 한자를 배울 시간에 차라리 영어, 수학 등 다른 과목을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2027년부터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 교육에서 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초등학교 1·2학년 국어 수업시간이 연간 34시간으로 확대되고, 고등학교에는 ‘언어생활과 한자’ 과목이 포함된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힘, 말과 글로 생각을 표현하는 힘,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사용하는 능력. 즉, 학생들의 어휘력과 문해력 저하의 배경 가운데 국어와 한자 교육 소홀이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전시교육청은 2024년 제정한 ‘대전시교육청 한자 교육 지원 조례’에 따라 올해 6개 학교를 선도학교로 지정해 한자 교육 및 교재를 지원하기로 했다.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올해부터 ‘소리뜻 한자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문해력을 강화할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와 별개로 충남도의회와 충북도의회는 ‘한자 교육 지원에 관한 조례안’ 제정을 추진했거나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김언종 한국고전번역원장이 “학생들이 대통령 이름 한자인 ‘있을 재(在)' ‘밝을 명(明)'조차 모르는” 현실을 지적하며 한자 교육 강화를 요청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다시금 한자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왜 지금 다시 한자 교육을 주목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한자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아이들에게 한자가 어렵고 고리타분한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서윤쌤의 초등한자어휘일력’ ‘이서윤쌤의 초등 한자 어휘 끝내기’ 등을 집필한 이서윤 교사, ‘중학 생활이 쉬워지는 초등 만능 문해력 전과’ ‘초등 독서 습관 60일의 기적’ 등을 쓴 김선호 유석초 교사, ‘하루 한장 초등 경제 신문’ 등을 펴낸 김선 교사, ‘중등 필독 신문’ ‘중등 필독 고전’ 등을 쓴 이현옥 교사의 조언을 받아 그 내용을 정리했다.
한자 교육의 필요성
김선 교사는 “우리 일상 언어, 특히 사회·경제·과학 용어의 뿌리가 한자라는 점에서, 과거처럼 무조건 암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자를 ‘언어 이해의 도구’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며 “한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학습을 이어가는 것은 언어 해석의 장벽에 부딪혀 개념을 구조화하는 어려움을 겪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이서윤 교사는 “한자는 표의문자이자 조어력(造語力)이 매우 높은 문자다. 조어력은 ‘말을 만들어내는 힘’으로, 한자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예를 들어 ‘날 생, 살 생(生)’ 하나만 알아도 생생하다, 생방송, 생크림, 인생, 탄생, 생일, 생명, ‘생과 사의 갈림길’ 같은 표현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즉, 어휘를 하나하나 외우는 방식이 아니라 어휘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한자 능력 수준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한다. 김선 교사는 “자신의 이름조차 한자로 쓰지 못하거나 가장 기본적인 ‘월화수목금토일’조차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자 교육의 장점
한자 교육의 또 다른 장점은 단어를 스스로 추측하고 해석하는 힘을 불어넣어준다는 점이다. 김선 교사는 “우리가 영어 단어를 배울 때 어원을 알면 공부가 더 즐거워지듯, 한자도 마찬가지로 부수를 알고 거기서 파생된 한자어를 이해하면 훨씬 쉽게 언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며 “특히 사물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는 아이들이 원리를 깨닫는 순간 학습에 재미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뫼 산(山)'이 산봉우리 모양에서, ‘문 문(門)'이 양쪽으로 열리는 문짝 모양에서 왔다는 것을 그림으로 보여주면 아이들은 관심을 보이는데, 이런 시각적 이해가 바탕이 되면 문해력의 기초 체력이 붙는다는 것이다.
한자어를 이해하면 문장 속 핵심어가 또렷하게 보이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실제 한자를 많이 아는 학생들의 경우 독서나 논술 과정에서 글의 구조와 논리를 파악하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라 평균적으로 독해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서윤 교사는 “한자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어휘가 눈덩이처럼 커지며, 문해력이 향상된다는 점이다. 아는 어휘가 많으면 많을수록 글을 이해하기가 수월해진다”며 “어휘력이 올라가면 글이 더 쉽게 이해되니 글을 읽어나가는 힘이 생기고, 읽는 글의 양도 많아지고 읽는 양이 늘어나면 다시 어휘와 배경지식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김선호 교사는 한자 교육의 장점으로 언어력 증진뿐 아니라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는 점을 들었다. 어려운 외국어가 아닌 상대적으로 쉬운 한자를 배우면서 외국어를 배우는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데,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단어의 뜻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선호 교사는 “한자라는 새로운 형태의 문자를 습득하는 과정을 통해 추후 다른 외국어를 배우고 익히는 데 있어 자신감을 갖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자를 쓰고 소리내어 읽고 그 의미를 되짚는 과정 자체가 뇌에 자극을 줘 뇌 발달을 촉진할 수 있다. 한자를 알고 있는 아이의 경우 스스로 단어의 뜻을 유추해 가면서 논리적 사고, 추상적 사고가 깊어져 사고력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한자 교육 언제부터?
실제 김선호 교사가 근무하는 서울 유석초에서는 매일 아침 등교 후 1교시 시작 전 모든 학급에서 약 10분간 (담임재량활동수업) 한자 교육을 하고, 매 학년 2월에 한자급수시험을 보고 있다고 한다. 전교생이 졸업 전에 최소 5급(누적 한자 약 1200) 정도의 한자를 습득하는 것이 목표인데, 상당수가 그 목표에 도달한다고 한다. 김선호 교사는 “한자 교육은 아이들의 인지 발달 속도에 맞춰 이뤄진다면 언어력 증진, 뇌발달 자극, 문해력 증진, 사고력 확대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자 교육을 시작하는 시기와 관련해, 김선·이서윤·이현옥 교사 모두 초등학교 1학년을 추천했다. 다만, 이서윤 교사는 ‘쓰기 위주의 암기’가 아니라 눈으로 익히는 것부터 시작하는 어휘 이해 중심, 즉 말로 풀어보는 방식을 제안했다. 김선 교사는 “한자능력시험을 위해 유치원부터 아이들을 너무 힘들게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며 “아이가 즐거움을 느끼고 스스로 실력을 확인하고 싶을 때 도전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자 교육 이렇게 해볼까!
이현옥 교사는 “한자 교육을 한다고 따로 자격증 시험을 공부한다거나 교재를 사서 공부시키는 것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가르쳐야 한다”며 “신문이나 책을 읽는 과정, 뉴스를 접하는 동안 새로운 단어가 나왔을 때, 한자 뜻을 설명해주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1학년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왜 신입생이라 부르는지, ‘새로울 신(新)’ ‘들어갈 입(入)’을 알려주며 새롭게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를 그렇게 부른다고 설명하면, 자신이 왜 신입생이라고 불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국어사전과 한자사전을 선물하고 활용법을 일러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김선 교사는 “사전 활용이 어렵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한자 일력 등을 선물해 매일 조금씩 눈으로 익히게 하는 것도 좋다”며 “예를 들어 ‘하루한장 초등경제신문’ 등의 책을 읽을 때 옆에 사전을 두고 찾아보는 방식을 추천한다. ‘입금(入金)'이라는 단어를 찾았을 때, ‘들 입(入)'과 ‘쇠 금(金)'을 연결해 보며 ‘돈이 (은행에) 들어가는 거구나’라고 구체적인 뜻을 확인하는 식인데, 이렇게 스스로 알아가는 재미를 붙이면 한자를 배우는 기쁨을 더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서윤 교사 역시 신문과 고전 읽기를 한자 교육과 연계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모르는 어휘 발견하기-뜻을 유추해보기-국어사전 빨리찾기 놀이-정리하기 등의 순서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김선호 교사는 “활동성이 강한 아이라면 카드놀이 형식의 한자 학습, 평소 30분 이상 앉아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학생이라면 한자능력시험 준비도 괜찮다.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문해력 관련 도서 중 한자 어휘를 습득할 수 있는 ‘초등만능문해력전과’ 같은 책을 선택해 읽는 것도 방법”이라며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중요한 것은 꾸준함인데, 초등시기 5급 정도 수준(1200 한자)을 갖추면 되기 때문에 3년 정도 매일 한 글자를 습득한다는 가벼운 기분으로 하면 충분하다”고 제안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 대통령 “다주택자 눈물? 청년 피눈물은 안 보이냐”
- 코스피 급반전, 하루 만에 5000 탈환…‘매수 사이드카’ 발동도
- ‘파면’ 김현태 “계엄은 합법, 문형배·민중기는 내란조작범” 궤변
- “양수 터졌어요”…병원까진 40km, 119가 도와 구급차서 낳았다
- 박지원 “합당 논의 권력투쟁으로 가선 안 돼”...중진 회의 제안
- ‘내란선동 혐의’ 전한길 162일 만에 입국…경찰 수사 본격화할 듯
- “너 나와” “나왔다, 어쩔래”…국힘, 한동훈 제명 내홍 속 ‘막장 의총’
- [단독] 김경과 별도로…남동생 재단 회원도 강선우 ‘쪼개기 후원’ 정황
- “그록, 비키니 입혀줘” 순식간에 300만장…선 넘은 머스크의 ‘딥페이크 돈벌이’
- BTS 광화문광장 ‘아리랑’ 공연, 넷플릭스 전 세계로 생중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