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 오버투어리즘 ⑤] “지속가능관광 개발” 각국 정부의 과잉 관광 대책

오버투어리즘은 단순히 사람이 많이 몰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관광객이 늘면 지역 경제는 활기를 띠지만, 그 부담은 도시와 주민에게 쌓인다. 주택은 숙박업소로, 마을의 작은 상점은 기념품 가게로 바뀐다. 임대료는 오르며, 대중교통·쓰레기 처리·치안 같은 기본 인프라도 한계에 부딪힌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관광이 여전히 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관광은 일자리와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다.
2025년 동안 전 세계를 찾은 국제 관광객은 약 15억 2천만 명으로, 2024년보다 약 6천만 명 늘었다. 관광 서비스 물가 상승과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만 보더라도 관광은 주요 성장 동력 중 하나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 Tourism)에 따르면, 유럽은 2025년에만 약 7억9천만 명의 국제 관광객을 맞이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보다 6% 늘어난 수준이다. 관광 산업은 유럽연합(GDP)의 약 10%를 차지하며 2,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떠받치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는 관광을 '유치'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관광세 인상, 숙박 규제, 방문객 수 제한 같은 조치가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동시에 관광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는 만큼, 환경과 지역 사회에 부담을 덜 주는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주거 문제
과잉 관광이 만든 가장 큰 마찰은 주거 문제였다. 관광객을 위한 숙소가 늘면서 집값과 임대료가 오르고, 주민이 도심을 떠나는 일이 반복됐다. 이에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숙박 규제를 핵심 대응책으로 꺼내 들었다.
스페인은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반발이 큰 국가 중 하나다. 인구 약 160만 명의 바르셀로나에는 해마다 수천만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관광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택 상당수가 에어비앤비 등 단기 임대용으로 전환됐고, 임대료 상승과 주거난이 심화됐다. 스페인 전역에는 약 6만6천 채의 불법 관광 아파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바르셀로나는 불법 숙소 단속을 강화했고, 법원은 2024년에 관광 규정을 위반한 에어비앤비 등록 5천 건의 삭제를 명령했다. 시 당국은 2028년까지 관광객 대상 단기 임대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탈리아 피렌체는 역사 중심지 내 에어비앤비와 단기 임대를 금지했다. 관광객 숙소 확산이 주민 이탈을 부추긴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스 파리도 몽마르트와 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거 환경 훼손 논란이 커지자, 주택 규제를 강화하고 단기 체류 제한을 조정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시민 청원을 계기로 연간 숙박 관광객 체류 한도를 2천만 명으로 제한했다. 신규 호텔 건설을 막고, 일부 호텔을 사무실이나 주택으로 전환하는 조치도 함께 시행됐다. 포르투갈 리스본은 단기 임대 허가 발급을 중단했고, 그리스 아테네는 단기 임대 신규 등록을 1년간 금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유럽 밖으로도 번지고 있다. 미국 뉴욕은 2023년부터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의 단기 임대를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말레이시아 페낭은 단기 임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등록된 상업용 부동산만 숙소로 허용하고 있다.
관광객 '숫자'를 관리하는 도시들
주택 규제와 함께 각국이 선택한 또 다른 해법은 관광객 수 자체를 관리하는 것이다. 관광세 인상, 입장 제한, 예약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방문 시기와 규모를 조절하고, 관리에 필요한 재원도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성수기 당일치기 방문객에게 부과하는 요금을 최대 10유로로 인상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고급 호텔 투숙객의 관광세를 1박당 6.75유로로 올렸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도심 호텔 숙박에 12.5%의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역시 숙박 형태에 따라 지역세와 관광세를 함께 적용한다.
아시아도 비슷한 흐름이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1인당 10달러의 관광세를 도입했고, 태국은 2025년 중 항공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관광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일본은 올해부터 항공료에 포함돼 있는 출국세를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도쿄, 교토, 삿포로, 구마모토 등 주요 관광지에는 숙박세가 오르거나 새로 도입될 예정이다.
자연환경이 관광 자산인 일부 지역에서는 '녹색 요금(Green fee)'을 도입했다. 섬나라 몰디브는 숙소 규모에 따라 하루 최대 12달러의 환경 부담금을 받고 있다. 이는 해양 생태계를 보존하는 데 사용된다. 하와이는 2026년부터 단기 숙박에 부과하는 세금을 0.75% 올리고, 크루즈에도 관련 세금을 적용해 기후·환경 대응 재원으로 쓰겠다는 방침이다. 부탄은 하루 100달러의 지속가능발전비를 부과하며 관광객 규모를 관리하고 있다.
관광객 수를 물리적으로 제한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하루 방문객을 2만 명으로 제한하고 시간대 예약제를 운영한다. 이탈리아 폼페이 역시 하루 최대 2만 명까지만 입장을 허용한다. 일본 후지산은 성수기 하루 등산객 수를 제한하며 입산료를 부과하고 있다. 페루 마추픽추는 시간대별 입장권과 지정 동선을 통해 방문객 흐름을 통제하고 있다.
대형 크루즈 관광도 규제 대상이다. 베네치아는 2021년부터 대형 크루즈선의 도심 진입을 금지했고, 암스테르담은 2035년까지 대형 크루즈를 도심에서 완전히 없애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프랑스 니스와 칸 등도 크루즈선 규모와 하선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전환
최근 각국의 대응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 여행 방식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방문객 수를 무작정 줄이기보다, 환경과 지역 사회에 부담을 덜 주는 여행을 유도하려는 시도다.
덴마크 코펜하겐과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는 자전거 중심 교통, 재생에너지 사용, 쓰레기 감축 정책을 앞세워 지속가능한 관광 도시를 홍보하고 있다. 관광객에게 "오지 말라"는 게 아니라, "덜 훼손하며 머물라"는 메시지다.
자연 보전을 위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에서는 분홍빛 모래로 유명한 '스피아지아 로사' 해변에서 모래를 훼손하거나 가져갈 경우 500유로에서 최대 3,5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탈리아 카프리는 해안 훼손을 막기 위해 해안에서 100미터 떨어진 곳에 부표 방어막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지정된 산책로 이용과 가이드 동반 방문이 의무화됐고, 주요 자연 명소에서는 개인 요트 출입이 제한된다. 일본 오키나와 이리오모테 섬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하루 방문객 수를 1,200명으로 제한했다. 태국 마야 베이에서는 산호 보호를 위해 수영과 모터보트 운항이 금지되고, 체류 시간도 1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와 서울 북촌 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 부산 감천문화마을 등에서 관광객으로 인한 주민 불편과 환경 훼손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관광객들로 인한 생활폐기물 처리 비용이 대폭 증가하면서 2023년에 환경보전분담금(입도세) 도입이 논의됐으나, 관광 위축 우려 등의 논란이 있었다. 반면 서울 종로구는 2024년부터 북촌한옥마을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시간대별 통행 제한 등 제도적 대응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 관광 산업 전문가들은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을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정 장소에 관광 수요가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유도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이훈 교수는 "북촌 사례는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인식한 뒤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 이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북촌이 관광객이 집중되는 구역과 그렇지 않은 구역을 나눠 관리 강도를 달리하고, 관광버스의 진입을 제한해 보행 중심 동선으로 전환한 점을 주요 대책으로 들었다. 또 주민 생활권을 보호하기 위해 저녁 시간대 관광객 통행을 제한하고,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는 등 시·공간별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오버투어리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제도 및 정보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객을 특정 장소에만 몰리지 않도록 다양한 명소를 소개해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도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김영남 교수는 오버투어리즘 갈등의 본질을 주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에서 찾았다. 그는 "관광객이 늘어도 주민이 체감하는 이익은 크지 않고, 주거비 상승이나 환경 부담만 커질 경우 관광을 반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문제는 관광 수익이 지역에 얼마나 남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져나가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버투어리즘을 완화하려면 관광객 수를 줄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발생한 관광 수익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도록 설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