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종로 金거리 ‘눈치 전쟁’… 개인은 패닉셀, 점주는 “기회”
“오늘 손님 많아서 바쁘니까 안 살 거면 빨리 나가세요.”
지난 2일 오후 4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 귀금속 거리의 한 금은방 점주는 이렇게 말했다. 평소라면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지만, 이날 가게마다 금 판매를 문의하는 손님으로 북적였다.
가게 안 계산대 앞에서는 “지금 파는 게 맞느냐” “더 떨어질 것 같으냐”는 질문이 반복됐다. 또 다른 점주 김모(58)씨는 금을 팔겠다는 한 직장인에게 “금은 장기적으로 보면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오히려 판매를 말리기도 했다.

고공행진하던 금과 은 가격이 급락하자, 국내 최대 귀금속 상권인 종로3가에선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금과 은 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에 일부 소비자는 서둘러 팔러 나왔다. 금은방 점주들은 일시적 조정이라고 판단해 매입을 늘리거나, 소비자들에게 매수를 권했다.
◇“지금이라도 팔자” vs “장기적으론 우상향”
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한국 시각으로 이날 오전 10시 30분 은 선물(3월물) 가격은 1트로이온스(약 31.1g)당 85.3달러다. 지난달 29일 120달러 선까지 뚫었으나, 이튿날 31.4% 급락하며 74달러까지 밀렸다. 이후 80달러대에서 횡보 중이다.
금값도 마찬가지다. 금 선물(4월물) 가격은 지난달 29일 1트로이온스당 5600달러 선을 돌파했다가 이튿날 4700달러로 주저앉았다. 이날 현재 4870달러로 소폭 회복했다.

가파르게 오르던 금과 은 가격이 동시에 급락하자 종로3가 귀금속 거리 분위기도 달라졌다. 금은방 점주들은 최근까지 매수 문의가 많았는데, 하루아침에 금과 은을 팔려는 손님이 몰렸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 점주는 “평소보다 매도 문의가 20~30% 정도 늘어난 느낌”이라며 “추가 하락을 우려해 아침부터 금을 빠르게 정리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이라고 꼽혔던 금·은 가격이 출렁이면서 고민에 빠진 손님도 있었다. 커플링을 보러 왔다는 직장인 박모(32)씨는 “주변에서도 금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지금 사야 할지, 한두 달 더 기다렸다가 사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금은방 점주들은 대체로 금과 은 가격 모두 장기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낙관했다. 점주 정모(45)씨는 “폭락장을 노려 오히려 금 주문을 늘려 재고를 확보했다”며 “이럴 때 물량을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점주 김모(47)씨는 “금값이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거라 생각해 팔러 온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지금까지 금값이 계속 올라왔던 추세가 있기에 계속 오를 거다. 2~3주 전 가격으로 살 수 있어 오히려 기회”라고 했다.
한 점주는 낙폭이 컸던 은을 매수 기회로 삼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그는 “은은 반등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런지 대부분 사러 오는 사람이 많다”며 “자산, 투자 목적으론 이만한 게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 “강세론 여전히 유효”
금과 은 가격이 급락한 배경은 여러 가지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달러’를 주장하는 케빈 워시를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목했다. 달러 강세는 대체제인 금·은 가격에 하락 요인이다.
여기에 더해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이 귀금속 선물 거래의 증거금 요건을 강화한 데 이어, 중국 금융 당국도 은 거래 펀드를 규제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금·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던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일으킨 투자자가 많았던 여파가 컸다. 가격 하락으로 증거금이 부족해지면서 연쇄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이 발생하며 하락이 더 큰 하락을 부르는 상황으로 번졌다.
다만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금은방 점주들과 마찬가지로 금 가격이 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말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6300달러로 제시했다.
JP모건은 “각국 중앙은행이 올해 금을 800톤(t) 매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민간 투자자도 실물 자산을 선호해 강력한 가격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금 강세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서 1척 만들 돈이면 韓선 6척… 워싱턴 싱크탱크 “동맹국 조선소 활용이 유일한 대안”
- “주거단지 전락 결사반대”… 근조화환·현수막 시위 등장한 용산·과천
- [바이오톺아보기] 매각 앞두고 쪼갠 시지바이오…그 뒤엔 ‘갑질 퇴진’ 前 대웅 회장이
- [담합과의 전쟁]① “걸려도 남는 장사”… 91조 짬짜미에 과징금은 단 2%
- 메타, 차세대 AI 칩 출시 임박…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공급전 격화
- [르포] 종로 金거리 ‘눈치 전쟁’… 개인은 패닉셀, 점주는 “기회”
- [동네톡톡] “우리가 호구냐” 정부 1·29 공급에 용산·노원·과천 반발
- 10척 수주하면 7척 조기 인도… 글로벌 시장서 주목 받는 韓 조선사 납기 경쟁력
- 中, 세계 최초 ‘매립형 손잡이’ 퇴출…전기차 안전 기준 강화
- 상속세 부담에 고액 자산가 유출, 1년 간 2배로 급증… “20년 분납이라도 도입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