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 명 해고 vs 552조 투자"…빅테크가 그린 미래
- 552조 원 투자 vs. 대량 해고… 실리콘밸리의 극단적 선택이 보내는 신호
- 2026년 채용 시장, '4~7년차 경력자'와 'AI 인재'만 살아남는다

■ 해고의 물결, 그 실체를 파헤치다
기술 산업의 2025년은 '구조 대전환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레이오프 추적 플랫폼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200여 개 이상의 기술 기업이 지난해에만 11만 명 이상 규모의 대대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적 구조조정이 아닌, 산업 패러다임 자체의 변곡점을 의미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작년 10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누적 3만 명의 인력을 내보냈다. 창립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주목할 점은 과거 물류·창고 중심이었던 감원 대상이 이번에는 사무직 전문 인력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이다. 사무직 전체의 10% 가까이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
베스 갈레티 아마존 수석부사장은 내부 서한에서 "이번 세대의 AI는 인터넷 혁명 이후 우리가 목격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조직의 계층을 축소하고 관료주의를 제거해 더 민첩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메타플랫폼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더욱 과감했다. 올 초 '저성과자 제거' 명목으로 전체 직원의 5%인 3,600명을 정리한 데 이어, 메타버스 개발 조직 '리얼리티랩스'의 1만 5,000명 중 10%를 추가 감축할 계획이다. 동시에 메타버스 관련 예산은 30% 삭감하고, 초고성능 AI 연구 조직인 'TBD랩'에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연초 성과 평가를 근거로 1만 명을 감원한 뒤, 5월 추가로 6,000명(전체의 3%)을 내보내며 총 1만 6,000명을 줄였다. 구글은 1만 5,000명을, 인텔·IBM·델·핀터레스트(700명)·익스피디아(162명) 등도 잇따라 감원을 발표했다.
■ 한국도 피해갈 수 없었다: 이커머스 대격변
국내 시장 역시 구조조정의 한파를 정면으로 맞았다. 국민연금 가입자 데이터 분석 결과,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 주요 업체 12곳 가운데 8곳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직원 수를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원 규모는 약 1,900명에 육박한다.
대규모 정산 사태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티몬·위메프는 590명이 회사를 떠났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399명(13.9% 감소)을 내보냈고, SK그룹 계열 11번가는 284명, 롯데그룹의 롯데온은 271명,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은 228명을 각각 감축했다. 11번가와 롯데온은 지난해에만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했으며, SSG닷컴과 G마켓은 창립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제도를 실시했다.
배달앱 1위 업체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도 4월 권고사직을 단행했다. 회사는 대상자에게 법정 퇴직금 외에 3개월분 급여를 위로금으로 제공했으며,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이미 소규모 인력 조정을 진행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반대편 풍경도 뚜렷하다. 업계 1위 쿠팡은 본사 인력만 1만 1,164명으로 전년 대비 12.4% 늘렸고, 물류·배송 계열사를 포함한 전체 직원은 8만 646명으로 15.9% 증가했다. 흑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무신사와 에이블리 역시 인력을 유지하거나 소폭 늘렸다.
숙명여대 서용구 교수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 단계로 진입하면서 각 기업이 수익성 중심의 최적 인력 규모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올해도 이 같은 선별적 인력 조정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대기업의 전략: 조직을 AI 중심으로
삼성SDS, LG CNS, SK AX 등 국내 IT 서비스 대표 기업들은 작년 말 일제히 AI 중심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들은 대규모 해고 대신 조직의 무게중심을 AI 분야로 이동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 역설의 투자: AI에 쏠린 550조 원
인력 감축과 동시에 기술 기업들은 AI 인프라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4개사만 합쳐 2025년 한 해 동안 약 3,750억 달러(약 552조 원)를 AI 관련 투자에 집행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회계연도에 AI 인프라 구축에만 880억 달러를 투입했다. 아마존은 총 투자액 1,180억 달러(168조 원) 중 대부분을 AI 기술에 배정했다고 공개했다. 아마존은 2030년까지 사업 운영의 4분의 3을 자동화하고, 최대 60만 개 일자리를 로봇과 AI로 대체할 계획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빅테크 기업들은 AI가 중장기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눈앞의 비용 절감과 미래 기술 선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 한국 기업의 AI 투자: 불황에도 멈추지 않는다
국내 기업들도 AI 투자만큼은 주저하지 않고 있다. 삼성SDS가 600여 명의 국내 기업 C레벨 및 IT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설문에서, 2026년 IT 투자 규모에 대해 '증가' 33%, '유지' 52%로 85%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생성형 AI(GenAI) 투자 확대 계획이 75%, AI 에이전트가 74%로 모든 기술 분야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특히 경영 환경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들조차 70%가 GenAI와 AI 에이전트 투자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기 전망과 무관하게 기술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반영한다. GenAI 투자를 늘리는 기업 중 67%는 보안 분야도, 63%는 데이터 인프라 투자도 함께 확대할 계획이어서 AI 관련 전방위 투자가 예상된다.
■ 2026년 채용 시장: 중견 경력자가 핵심
내년 기술 인력 시장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원티드랩이 국내 153개 기업 인사 책임자를 상대로 실시한 대규모 설문 결과, 응답 기업의 74.5%가 채용 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릴 것이라 답했다.
하지만 채용 대상의 질적 변화가 명확하다. 채용 수요는 중견 경력자(4~7년차)에게 집중되며, 전체 채용의 거의 절반(49.7%)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뒤이어 1~3년차(19.6%), 8~11년차(17.6%), 신입(12.4%) 순이었다. 신입 채용 비중이 12.4%에 그쳐 글로벌 추세와 마찬가지로 주니어 인력 수요가 급감했다.
직군별로는 '개발'(28.1%)이 가장 높았고, '영업·제휴'(20.3%), '마케팅·홍보'(15.7%) 등 비즈니스 부문도 꾸준한 수요를 보였다.
■ AI 활용 능력이 채용 필수 조건으로
2026년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 1순위는 '직무 전문 역량'(64.7%)이었다. 그 뒤로 '팀워크·협업 능력'(37.9%), '조직 기여 의지'(28.1%)가 이어졌다. 특히 'AI·데이터 활용 역량'(24.2%)이 4위에 오르며, 직무 영역을 불문하고 AI 활용 능력이 필수 스킬로 자리 잡았음을 확인시켰다.
한국바른채용인증원이 채용전문면접관 41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조직 적합성(인성·협력·책임감)'이 67%로 3년 연속 1위였지만, 'AI 리터러시 검증'(46%)과 'AI로 포장된 지원자 진정성 검증'(41%)이 새로운 평가 항목으로 급부상했다.
원티드랩 관계자는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AI를 업무에 접목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인재 평가의 핵심 기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추세: 신입 채용 붕괴
유럽 테크 업계에서는 변화가 더 극적이다. 유럽 전역 기술 기업의 초급 인력(P1·P2 레벨) 채용 비율이 작년 한 해 동안 73%나 급락했다. 인사·마케팅·엔지니어링 분야의 신입급 채용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정반대로 AI 및 머신러닝 분야 채용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AI/ML 직군 신규 채용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88% 급증했다. AI 관련 직무 종류도 50% 늘어났으며, AI/ML 엔지니어가 전체의 45%, 시니어 AI/ML 엔지니어가 15%를 차지했다.
AI 인재에 대한 대우도 달라졌다. 전문직 트랙에서 AI 관련 직무는 평균 12%의 임금 프리미엄을 받고 있으며, 관리직 트랙에서도 3% 추가 보상이 제공된다. 메타 같은 글로벌 기업은 최상위 AI 인재에게 수백만 달러의 계약금과 보너스를 제시하기도 했다.
■ 운영직의 이중성: 붕괴와 재구성
2025년 운영(Operations) 부문 채용률은 전년 대비 20% 하락했고, 임금 인상 대상자도 14%에 그쳐 전체 평균 23%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운영 부문 전체 채용률은 2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 반복적 운영 업무는 자동화되거나 외주화되는 반면, 전략적 운영 업무는 오히려 중요성이 커지는 '양극화' 현상을 뜻한다. HV 캐피털의 안나 오트 인사 담당 부사장은 "기업들이 AI의 운영 업무 대체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실제 적용 사례를 보면 그런 대규모 감원을 정당화할 만한 성과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 스타트업도 '린 조직' 채택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도 채용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2025년 초기 단계 기업 채용률은 전년 대비 35% 줄어든 27%를 기록했다. 2022~2023년 49%였던 초기 기업 채용률이 이제 성장기(30%), 후기(28%) 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했다.
창업자들은 이제 '폭발적 성장' 대신 '의도적 성장'을 선택한다. 소수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AI 도구와 자동화로 적은 인원이 높은 생산성을 내는 구조를 추구한다.

■ 전문가 경고: 인재 파이프라인 단절 위험
전문가들은 초급 인력 채용 급감이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인재 채용 전문가이자 코호츠 공동창업자인 레니타 카스퍼는 "지금 젊은 인재를 채용하고 키우지 않으면, 5년 뒤 중간관리자와 리더십 풀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주니어 인재를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관점은 그들을 단지 저렴한 사무 처리 도구로 본다는 의미인데, 이는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새 세대가 가져오는 창의적 발상, 다양한 관점, AI 같은 신기술에 대한 감각을 놓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 퇴사 이유: 성장 기회 부족이 핵심
원티드랩 조사에서 최근 1년간 주요 퇴사 이유는 '새로운 커리어 모색'(26.8%), '보상 부족'(21.6%), '성장 기회 부족'(19.6%) 순이었다. 이는 우수 인재 유지를 위해 단순한 금전 보상을 넘어, 명확한 비전과 성장 기회 제공이 필수임을 보여준다.
2025년 채용에서 기업들이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지원자 부족'(42.5%)과 '우수 인재 경쟁 심화'(37.9%)였다. 양질의 경력 인재 수요는 높지만 공급은 제한적인 현실이 반영됐다.
■ 변화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2025년의 대량 해고와 AI 투자 광풍, 그리고 2026년의 선별적 채용은 기술 산업이 근본적으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더 이상 인원수가 아닌, AI와 결합된 고도의 전문성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
한국 시장도 이 전환의 중심에 있다. 국내 기업 4곳 중 3곳이 GenAI 투자를 늘릴 계획이며, 채용은 중견 경력자와 AI 활용 능력을 갖춘 인재에게 집중되고 있다.
구직자들에게는 냉혹한 현실이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AI 리터러시를 갖추고, 특정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쌓으며, 팀워크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 인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한국바른채용인증원 조지용 원장은 "2026년 취업 성공의 열쇠는 단순히 AI 도구를 다루는 수준을 넘어, AI와 협업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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