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위성 100만기 쏘겠다”…‘우주 데이터센터’ 기선 잡기
미 연방통신위에 신청서 제출
태양광 전력·레이저통신 사용
스페이스엑스와 AI기업 합병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스페이스엑스가 100만기의 저궤도 군집위성으로 우주 데이터센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데 이어 인공지능 개발 기업 엑스에이아이(xAI)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우주 데이터센터란 지상 대신 우주에 구축한 데이터 저장과 처리 장치를 말한다.
스페이스엑스는 지난달 30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저궤도에 만들기 위해 태양광 발전으로 작동하는 100만기 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위성들은 레이저 통신으로 연결하며 고도 500~2000km 사이의 궤도에 발사할 예정이다.
스페이스엑스는 신청서에서 “이 군집위성은 급증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이는 태양의 모든 에너지를 활용하는 ‘카르다쇼프의 2단계 문명’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했다.'
카르다쇼프 2단계 문명이란 러시아 천문학자 니콜라이 카르다쇼프가 1964년 에너지를 사용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구분한 문명의 발전 단계를 가리킨다. 그에 따르면 1단계는 행성에 있는 에너지만 사용하는 행성문명, 2단계는 별, 즉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는 항성문명, 3단계는 은하 에너지까지 사용하는 은하문명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현재 지열, 풍력 등 행성 에너지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는 인류 문명은 1단계도 완성하지 못한 수준이다.
스페이스엑스는 이어 2일(현지시각) 엑스에이아이 인수 소식을 알리며 “이는 인공지능, 로켓, 우주 기반 인터넷, 모바일기기 직접 통신, 세계에서 가장 앞선 실시간 정보 및 자유발언 플랫폼을 아우르는, 지구상에서 가장 야심찬 수직 통합 혁신 엔진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위성 발사 계획을 밝힌 것은 스페이스엑스가 처음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100만기의 위성이 즉각 승인될 가능성은 낮으며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비현실적인 숫자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위성 운영업체들은 설계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로 배치할 위성 수보다 더 많은 수의 위성에 대한 승인을 요청하는 경향이 있다.

규제 없는 상황 이용한 선점 전략
이번 신청서는 머스크가 올해로 예정된 스페이스엑스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인공지능 개발 기업 엑스에이아이(xAI)와 스페이스엑스의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공개됐다. 미 언론들은 스페이스엑스가 테슬라와의 합병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위성 100만기는 현재 스페이스엑스가 쏘아올린 우주인터넷 군집위성 스타링크 1만기의 100배나 되는 규모다. 스페이스엑스는 저궤도 혼잡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대부분의 위성은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는 고도”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지메이슨대의 피터 플라브찬 교수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우주 공간에 대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영토 선점권을 주장하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천문학자 조너선 맥도웰 집계에 따르면 이번 신청을 합쳐 세계 각국 기관과 기업이 신청한 군집위성 수는 모두 170만기에 이른다.

온실가스 배출·물 부족 문제 없어
스페이스엑스는 “우주 데이터센터로 쓸 위성들은 운영 및 유지 보수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며 “지상 데이터센터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환경 친화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엑스는 또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로켓 스타십을 사용할 경우, 발사와 관련한 비용과 환경 영향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십은 한 번에 100톤 이상의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데다 로켓 1단과 2단을 모두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우주에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인공지능을 배치하는 데 가장 저렴한 장소는 우주가 될 것이며 이는 2년 안에, 늦어도 3년 안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규모 군집위성은 우주 쓰레기 발생 위험, 우주 방사선으로부터의 장비 보호, 이상이 생길 경우 즉각적인 대처 문제 등에 직면할 수 있다. 도이치뱅크는 2027~2028년에 소규모 궤도 데이터센터 배치를 통해 기술과 경제성을 검증한 뒤, 이것이 성공할 경우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2030년대에 들어서야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5년 내 기가급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엔비디아의 투자업체인 스타클라우드는 지난해 말 우주데이터센터 기술을 시험하는 위성을 저궤도에 쏘아올렸다. 위성에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칩 H100을 탑재해 구글의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인 젬마를 학습하고 실행하는 실험이다. 스타클라우드는 향후 5기가와트급 데이터 센터를 구상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의 인공지능 전용 칩 티피유(TPU)로 저궤도에 인공지능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선캐처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 첫번째 시제품을 발사할 계획이다.
중국도 최근 확정한 제15차 5개년 계획에 2030년까지 저궤도에 기가와트급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포함시켰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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