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은 깎을수록 굵어진다? 과학적 사실 아냐[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기온이 내려가면 사람들의 얼굴 풍경도 달라진다. 면도날이 잠시 쉬어 가고, 이른바 ‘겨울 수염’의 계절이 찾아온다.
겨울철 잦은 면도는 피부 자극을 키운다. 면도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상처는 피부 장벽을 약화시키고, 이는 건조함과 염증, 가려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수염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방패가 된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수염은 자외선을 일부 차단하고, 미세먼지나 꽃가루 같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을 줄여준다. 보습 효과 또한 유의미하다. 수염 자체가 수분을 생성하지는 않지만, 피부 표면의 수분 증발을 늦추는 완충층으로 작용한다.
체온 유지 측면에서도 수염은 소소한 역할을 한다. 동물의 털처럼 강력한 보온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얼굴이 찬바람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막아 열 손실을 억제한다.
수염과 관련해 가장 널리 퍼진 오해는 “자주 깎을수록 수염이 굵고 진해진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이는 사실이 아니다. 면도는 피부 밖으로 나온 털의 끝부분만 자를 뿐, 피부 아래의 모낭 구조나 성장 메커니즘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수염이 더 굵어 보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연스럽게 자란 털끝은 가늘고 부드럽지만, 면도로 잘린 단면은 평평하다. 이 단면이 피부 위로 올라오면서 시각적으로 더 두껍고 촉감상 까슬하게 느껴질 뿐이다.
수염의 성장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그 대사산물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관여한다. 흥미롭게도 DHT는 두피에서는 탈모를 촉진하지만, 턱과 뺨에서는 오히려 성장을 강하게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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