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천국’ 두바이 과거는 잊어라…7월 전자송장 시스템 도입 철저 대비해야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6. 2. 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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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진출 어떻게 해야하나 (29)

“PDF로 세금계산서 보내면 끝 아닌가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한 한국 기업인의 질문이다. 올해 7월부터는 그 답이 “아니오”로 바뀐다. UAE 정부가 전자송장(E-Invoicing) 제도를 본격 시행하면서 PDF나 스캔본은 더 이상 정식 세금계산서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2023년 UAE 법인세 도입 당시를 떠올려보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세금천국 두바이’라는 과거 기억만 믿고 귀찮아서 등록을 미루다가 수백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던 기업들이 속출했다. 이번 전자송장 의무화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작은 회사니까“,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라며 미루다간 똑같은 낭패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선 15년 전에 시행
전자세금계산서는 한국 기업인들에게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2010년부터 법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전자세금계산서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사진=제미나이
사실 전자세금계산서는 한국 기업인들에게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2010년부터 법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전자세금계산서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모든 법인과 연매출 8000만원 이상 개인사업자가 의무 대상이다. 홈택스에 접속한 뒤 국세청에 자동 전송되는 방식이다.

UAE는 한국보다 15년 늦게 이 제도를 도입하는 셈이다. 그런데 시스템은 오히려 더 복잡하다. 한국에서는 홈택스를 통해 누구나 직접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있지만, UAE에서는 반드시 정부가 인증한 중개업체인 ‘ASP(Accredited Service Provider)’를 통해야만 한다. 직접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형식도 까다롭다. 한국처럼 웹사이트에서 양식을 채우는 방식이 아니다. XML이나 JSON이라는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 형식으로 송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 송장은 ASP가 검증한 뒤 거래처에 전송하고, 동시에 세금 관련 데이터를 UAE 연방국세청(FTA)에 보고한다. 쉽게 말해, 한국은 사업자가 국세청에 직접 세금계산서를 보내는 ‘직통 시스템’이라면, UAE는 반드시 인증된 중개업체를 거쳐야 하는 ‘경유 시스템’인 셈이다.

언제부터 누가 해야 하나
UAE 재무부 청사 앞
UAE 재무부가 지난해 발표한 법령에 따르면, 전자송장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당장은 올해 7월 1일부터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자발적으로 전자송장을 도입하고 싶은 기업도 참여할 수 있고, 자발적 참여 기간에는 벌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본격적인 의무화는 기업 규모에 따라 나뉜다. 연 매출 5000만 디르함(약 185억원) 이상인 대기업은 올해 7월 31일까지 중개업체(ASP)를 지정해야 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의무적으로 전자송장을 발행해야 한다. 연 매출 5000만 디르함 미만인 중소기업은 내년 3월 31일까지 ASP를 지정하고, 7월 1일부터 의무 시행이다. B2C 거래, 즉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소매 거래는 당분간 제외한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만만치 않다. 현재 사용 중인 회계 소프트웨어나 ERP가 XML/JSON 출력을 지원하는지 확인해야 하고, UAE 재무부 홈페이지(mof.gov.ae)에서 ASP 목록을 확인해 상담을 시작해야 한다. 전자송장은 발행하는 쪽만의 문제가 아니라 받는 쪽도 ASP를 통해 수신해야 하므로, 주요 거래처들과 미리 일정을 조율해두는 게 현명하다.

위반시 매달 수백만원 벌금
법령을 보면 전자송장 위반에 대한 벌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기한 내에 전자송장 시스템을 갖추지 않거나 ASP를 지정하지 않으면 매달 5000디르함(약 18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령을 보면 전자송장 위반에 대한 벌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가장 무거운 벌금은 시스템 미도입이나 ASP 미지정이다. 기한 내에 전자송장 시스템을 갖추지 않거나 ASP를 지정하지 않으면 매달 5000디르함(약 18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미루면 미룰수록 벌금이 누적된다.

전자송장을 기한 내에 발행하지 않으면 건당 100디르함(약 3만7000원)의 벌금이 붙는다. 다만 월 최대 5000디르함으로 상한이 있다.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는데 이를 FTA에 제때 신고하지 않으면 하루당 1000디르함(약 37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전자송장 관련 데이터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건당 1만 디르함(약 370만원), 재범 시 2만 디르함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행히 파일럿 기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에는 이 벌금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시스템을 미리 테스트하고 싶다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법인세 때 교훈을 잊지말자
UAE의 세금정책을 총괄하는 연방 국세청 (Federal Tax Authority)
2023년 UAE 법인세 도입 당시를 떠올려보면 많은 한국 기업들이 ‘UAE는 세금 없는 나라’라는 과거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혹은 “나는 프리존 기업이니깐 등록 안 해도 되겠지”라며 기한을 놓쳤다가 뒤늦게 허겁지겁 등록하고 벌금까지 물어야 했다.

전자송장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만 해당되는 거 아니야?”, “아직 2027년까지 시간 있잖아”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ASP 선정, 시스템 연동, 테스트, 직원 교육까지 모든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 특히 대기업은 올해 7월 31일이 첫 번째 마감이다.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두바이 회계업계 관계자는 “전자송장은 단순히 송장 형식만 바꾸는 게 아니라 기업의 전체 거래 데이터가 정부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스템”이라며 “준비 없이 시행일을 맞으면 거래처와의 송장 교환 자체가 막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법인세 때처럼 ‘설마 나까지’라며 미루다간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도움말 및 참고자료 = UAE 이음 택스, UAE 재무부(Ministry of Finance) 홈페이지, UAE 연방국세청(FTA), 장관령(Ministerial Decision) 제243호·제244호(2025년), 내각령(Cabinet Decision) 제106호(2025년), 딜로이트 중동, PwC 중동, 한국 국세청 자료 종합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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