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 등장한 54세 배팅볼 투수… 잠재력을 눈에 담다, 무한 경쟁에 기름 붓는다

김태우 기자 2026. 2. 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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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훈련에서 타자들에게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는 김원형 감독 ⓒ두산베어스

[스포티비뉴스=블랙타운(호주), 김태우 기자] 2일 두산의 호주 스프링캠프에는 색다른 배팅볼 투수가 등장했다. 타자들의 타격 훈련이 한창 진행되던 동안 가벼운 캐치볼로 몸을 풀더니 곧이어 마운드에 씩씩하게 ‘등판’했다. 이 배팅볼 투수의 등판 자체로 캠프 분위기에 긴장이 흘렀다.

올해로 54세, 아마도 KBO리그 캠프 최고령 배팅볼 투수였을지 모른다. 주인공은 올해 두산 사령탑에 취임한 김원형 두산 감독이었다. KBO리그 통산 134승을 기록한 레전드 출신의 투수인 김 감독은 모처럼 실력 발휘를 해볼 참인지 마운드에 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타자들의 방망이에는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SSG 시절 김 감독과 한솥밥을 먹어 성향을 잘 아는 이진영 타격 코치는 그저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김 감독의 배팅볼은 속사포였다. 다른 요원들에 비해 인터벌이 짧기로 소문난 ‘배팅볼 투수’인 김 감독은 쉴 새 없이 타자들에게 공을 던졌다. 그냥 치기 좋게 한가운데만 던져준 게 아니었다. 몸쪽으로 던졌다가, 바깥쪽으로 하나를 던지는 등 코스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공을 던져줬다. 캠프를 배팅볼 투수로 준비한 것은 아닐 텐데, 역시 레전드 투수의 클래스는 살아 있었다.

▲ 김원형 감독은 여러 코스를 던지며 타자들의 강점과 단점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 애를 썼다 ⓒ두산베어스

그렇게 20분 이상 공을 계속 던진 김 감독은 결국 팔꿈치를 부여잡고 ‘강판’해 선수 및 코치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굳이 던지실 거면 인터벌이라도 짧게 하시라”는 주위의 핀잔에 가볍게 웃으며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배팅 게이지 뒤에서 직접 지켜보며 전체적인 훈련 과정을 눈에 담았다.

김 감독은 ‘카리스마’도 있는 스타일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선수들과 소통에 능한 지도자다.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선수들과 면담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제시하고 또 솔직한 의견을 듣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두산 감독이 된 이후에도 그 스타일에는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아직 모르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의 기운이 캠프를 감싸고 있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김 감독이 베테랑 선수보다는 어린 타자들의 차례가 되자 때를 맞춰 마운드에 올라갔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내가 직접 던지면서 이 선수가 어떤 코스에 강하고, 어떤 코스에 약한지 확인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전력 분석 자료나 코치들의 의견이 계속 올라오기는 하지만 또 스스로 직접 그 보고를 확인하며 감을 맞춰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이벤트로 마운드에 올라간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 주전 경쟁의 곳곳을 공란으로 해놓고 선수들의 경쟁 의식을 고취하고 있는 김원형 두산 감독 ⓒ두산베어스

두산은 지난해 정규시즌 9위에 머물렀다. 가진 전력에 비해 성적이 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력 곳곳에 구멍이 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도 변수가 많은 전력으로 평가된다. 특히 야수진 곳곳은 아직 확실한 주인이 없다. 말 그대로 무한 경쟁이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두산 선수들을 100% 알지 못하는 만큼 선입견이 없다.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가 다 열려있다.

김 감독도 여러 포지션을 ‘공란’으로 해놨다. 주전 구도를 물어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시범경기까지 가봐야 한다”는 말이 돌아오기 일쑤다. 베테랑 선수들에게 100% 우선권이 있지도 않다. 베테랑들은 어쨌든 자기 자리를 지킬 만한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알게 모르게 치열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새 감독 선임 때 기대할 수 있는 하나의 기대 효과다.

실제 5선발 자리 하나가 비었고, 6~7회 불펜 셋업맨 또한 결정한 게 없다. 내야도 4년 총액 80억 원을 들여 영입한 유격수 박찬호 외에는 모두가 긴장해야 한다. 양석환 안재석 등 상대적으로 조금 앞서 나간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들도 라인업에 못이 박힌 건 아니다. 외야는 좌익수 한 자리에서 미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포지션을 이야기하는 김 감독의 입에서는 여러 후보자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오는데, 사실상 캠프에 온 모든 선수를 나열하는 것과 똑같은 수준이다. 모든 게 원점부터 시작이다. 호주는 기회의 땅이다.

▲ 치열한 경쟁의 공기 속에 힘차게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두산 베어스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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