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AI로 바뀌는 고용 대전환 원년"…대량 해고에 채용문도 닫힌다
향후 몇 년 내로 50만명 이상 줄일 계획
2026년 일자리 대전환 원년
미국 주요 기업. AI 자동화 속도 높여

아마존, 스타벅스, 베스트바이, 버버리, 카터스(유아복 브랜드), 디즈니, 에스티로더, 아메리칸에어라인, 버라이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반도체 장비 회사), 오토매틱(텀블러 모회사), 네슬레, 나이키, 파라마운트, 타깃….
올해 구조조정을 시작했거나 대량해고를 예고한 글로벌 기업들의 명단이다. 해고와 구조조정의 이유는 단순하다. ‘인공지능(AI)’다. AI 발전으로 사람이 덜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생산 공장에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됐다.
◆ 고용시장 이끄는 아마존 ‘50만 명’ 없앤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새해부터 1만40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감원은 이르면 2월 초부터 실시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소매유통, 프라임 비디오, 인사팀 등을 중심으로 부서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1만4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아마존은 총 3만 명에 달하는 인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감원으로 약 2만8000명의 직원을 해고한다면 2만7000명을 줄였던 2022년의 해고 기록을 넘어선다.
아마존은 기업 문화 혁신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AI 발전이 고용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비판을 받자 아마존은 공식적으로 AI와 구조조정은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CEO)는 대외적으로 “기업 문화를 재설정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재정적인 이유도 아니고 AI 때문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절감한 인건비를 데이터센터 확장, AI 기술 개발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아마존은 정부 고객을 위한 AI와 데이터센터 투자에 500억 달러(약 71조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AI 기술 선점으로 연내 기업가치를 3조 달러(약 430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아마존의 기업가치는 2조6200억 달러(약 3700조원) 수준이다.
아마존은 AI 적용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자회사 아마존로보틱스는 자사 네트워크 사업에 100만 대 이상의 로봇을 배치하기도 했다.
문제는 아마존이 미국 채용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아마존은 또 다른 유통업체 월마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고용 규모가 큰 민간 기업이다. 아마존이 채용을 줄이면 미국 고용 시장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마존은 향후 몇 년 내로 5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감원하려고 한다. 전 세계 직원의 33%에 달하며 미국 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이 더이상 미국 내 인력을 늘리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반면 2033년까지 판매 제품 수는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NYT는 “제품이 이렇게 늘어나면 60만 명 이상의 인력이 더 필요하지만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아마존은 운영의 75%를 자동화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 2026년, 일자리 대전환 원년
대량해고 문제는 아마존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여러 기업들이 감원을 예고했다. 메타(옛 페이스북)는 2026년을 ‘효율성의 해’로 정의하고 최대 1500명의 인원을 감원한다. 메타버스와 가상현실 기술을 담당하는 리얼리티랩 부서의 인력 15%가 여기에 해당한다. 메타는 2025년에도 전 세계 직원 4000명을 줄인다고 발표했었다.
월가 대형은행 씨티그룹은 1000명의 직원을 감원한다. 오는 3월 추가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마크 메이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전체 직원 수를 24만 명에서 22만60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인텔은 전체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2만4000명을 감원하고 1만5000명을 줄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연내 추가 감원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소셜미디어 기업 핀터레스트는 AI 도입에 따라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한다. 1월 26일 회사는 “이사회 승인을 받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직원을 줄이고 사무 공간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AI 전환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제56회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도 같은 우려가 나왔다. 이번 포럼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사람에 대한 투자’다. 다보스포럼은 올해 글로벌 리스크로 AI 기술의 부작용을 뽑았다.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상실이 전 세계적 문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92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다보스포럼에서 “AI는 경제성장의 주요 요인이지만 AI는 노동시장에 쓰나미처럼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대부분의 국가와 기업은 이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최대 인력 회사인 란스타드의 CEO인 산더 반트 노르덴데는 2026년을 ‘대대적인 적응의 해’라고 정의했다. 일자리 감소를 AI 발전과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것은 비약일 수 있지만 AI와의 공생과 인재 보호를 위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에 대한 근로자들의 인식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머서(Mercer)의 ‘2026년 글로벌 인재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AI로 인한 일자리 상실 우려는 2024년 28%에서 2026년 40%로 급증했다. 직원의 62%는 “리더들이 AI가 미치는 정서적, 심리적 영향을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했다.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들은 “AI를 이용한 인력 감축은 2026년의 주요 특징이 될 것”이라며 “기업은 일자리 감축의 상당 부분을 AI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 현대차가 먼저 움직였다…남 일 아닌 한국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가 생산 현장에 로봇 자동화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사업 확대 일환으로 오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부품 작업 공정에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아틀라스는 현대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제품이다. 어깨와 팔꿈치 관절 등을 180도 이상 돌리는 움직임을 보인 데다 인간에 가까운 보행 능력을 지닌다.
아직 완벽한 편은 아니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틀라스가 제조 현장에서 복잡한 지시를 이해하고 수행하려면 고차원 인지와 판단 능력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현대차는 구글 딥마인드, 엔비디아와 아틀라스에 필요한 두뇌의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시작이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규모의 아틀라스를 전 세계 주요 생산 공장에 투입하려고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1대는 3교대 근무 기준으로 인간 대비 3배의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가 10만 대 휴머노이드를 운영할 경우 현대차 생산능력은 현재 대비 4배 확대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현대차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강성진, 김지윤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휴머노이드 단가 하락이 병행되면서 구조적인 원가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며 “휴머노이드 도입 효과를 반영한 현대차 영업이익은 2030년 11조7000억원에서 2036년 24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고용 시장 불안정성은 더 심화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노사 합의 없는 일방통행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로봇은 생산성 향상을 명분으로 도입되지만 그 비용은 결국 노동자들이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로봇 투입으로 생산 공정 축소와 인력 감축 등 고용 충격이 불가피한 만큼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안 된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온다. 한 사용자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생산직 전체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노조 욕할 게 아니라 진짜 큰일 났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여기에 “대기업 생산직이 위험해지면 살아남을 직업이 몇 개나 되겠냐”, “모두가 다 대체될 건데 태평하게 현대차 노조만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냐”, “기존 직원들 자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신규 채용도 사라진다” 등의 의견이 달렸다. 전쟁은 시작됐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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