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년8개월’, 김건희의 ‘맥 빠진’ 유죄 판결

김동인 기자 2026. 2. 3.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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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피고인 김건희에게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특검은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1월28일 김건희씨에게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피고인 측 변호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특검은 눈을 질끈 감았다. 1월28일 오후 2시10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피고인 김건희에 대한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 혐의 선고가 진행됐다. 민중기 특검팀은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의 최종 판결은 징역 1년8개월이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에 이어 그 배우자가 유죄판결을 받게 된 순간이지만, 판결 내용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김건희 의혹’의 핵심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재판에서는 총 세 가지 사건을 따졌다. 우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피고인 김건희는 2010년 10월부터 약 2년간 주가조작에 가담했고, 이를 통해 8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남편 윤석열이 검찰총장 후보자이던 시절부터 제기된 의혹이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2021년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었으나, 시간 끌기만 계속되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뒤에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2024년 7월,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이원석 ‘검찰총장 패싱’까지 불사하며 김건희 대면조사를 ‘제3의 장소’에서 진행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윤석열 정부 검찰은 2024년 10월17일, 이 사건에 대해 불기소처분했다.

특검은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한 후 피고인 김건희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 등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기소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주가조작을 알지 못했고,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한 바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무죄 판단을 내리며 이렇게 축약한다.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이 시세조종 세력과 공동정범으로서 범행을 실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지만, 공범으로 보긴 어려워 무죄라는 것이다.

공범이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 재판부는 주가조작 세력이 피고인 김건희에게 시세조종에 대해 알려준 바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주가조작 세력이 주식을 블록딜(대량 장외 매매)로 매각한 것에 대해 피고인이 항의했고, 블록딜 수수료 4200만원을 피고인에게 받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든다. 피고인 김건희가 ‘공모 관계 밖에 존재하는 외부자’라는 판단이다.

‘주가조작을 방조한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선고일 당시 “방조의 성립 여부는 공방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반면 피고인 김건희와 마찬가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錢主) 역할을 맡았던 손 아무개씨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지난해 4월3일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손씨를 기소한 검찰은 1심에서 주가조작 공모를 주장했지만 무죄판결이 나왔고, 결국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도 기소한 후에야 유죄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선고일 이후 공개된 김건희 1심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방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인다”라고 했다.

2025년 8월6일 김건희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민중기 특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판결의 또 다른 논란거리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점이다. 특검은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청탁하며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진행해 그 결과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여론조사 상당수가 언론사 의뢰, 홍보 목적, 명씨의 자체적인 정세 판단을 위해 실시됐다고 보았고,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약속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명태균의 여론조사 결과 제공이 대가성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공범으로 묶인 윤석열 재판에도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마침 윤석열은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혐의에 대해 공범으로 기소되어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에서 심리 중이다. 김건희 1심 판결 전날인 1월27일에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는데, 이날 재판부는 “(김건희 재판) 선고가 되면 관련 내용도 확인해보겠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검 “법리적·상식적으로 납득 어렵다”

피고인 김건희에 대한 여러 혐의 가운데 결국 유죄로 판결 난 것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각종 청탁을 받았다는 것뿐이다. 이번 재판에서 다룬 금품 수수 내용은 2022년 4월7일 802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2022년 7월5일 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2022년 7월29일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를 받은 내용이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4월7일에 제공받은 금품은 단순 선물로 판단했고, 7월5일(1271만원 샤넬 가방)과 7월29일(6220만원 그라프 목걸이) 두 차례는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날 피고인 김건희에 대해 유죄로 인정된 것은 이 두 차례 금품 수수가 전부다.

권력이 비호한 각종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결론이 나고, 남은 것은 권력을 쥐고 있던 시기에 전달받은 금품 수수 일부에 불과했다. 그래서 재판부의 ‘질타’는 대통령 부인이 청렴하지 못한 것에 대한 공허한 꾸짖음에 그치고 만다.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하였다. (중략) 피고인은 이러한 청탁과 결부되어 공여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한 다음 이를 가지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

이 같은 질타가 피고인 김건희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제기한 수많은 의혹을 해소하는 데에는 불충분했다. 특히 범행을 인지한 것이 인정되었음에도 무죄를 받은 주가조작 사건, 수차례 통화와 권력남용의 흔적이 드러났음에도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한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혐의는 여전히 숱한 물음표를 남긴다.

이날 판결에 대해 민중기 특검팀은 “법리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 유죄 부분에 대한 법원의 양형 판단도 사안에 비추어 매우 미흡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샤넬 가방 등 청탁 금품을 제공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같은 날 같은 재판부로부터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1년2개월이 선고되었다. 마찬가지로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권성동 의원 역시 같은 날 같은 재판부로부터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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