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마감재 불연재료 의무화…업계 반발에 입법 ‘속도 조절’
기술 한계ㆍ산업생태계 붕괴 우려
법안 발의 의원도 한발 물러나
[대한경제=박흥순 기자]국회에서 발의된 지하주차장 마감재의 불연재료(무기질) 의무화 법안이 산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화재 안전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기술적 한계와 산업 생태계 붕괴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자,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도 한발 물러서며 입법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한국외단열건축협회 등 단열재 관련 7개 단체는 최근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방문해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하주차장과 필로티 구조물에 사용하는 마감재와 단열재를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료로만 쓰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업계는 의견서를 통해 이번 개정안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지하주차장 화재의 주요 원인은 전기차 배터리 결함이나 스프링클러 미작동 등 설비적ㆍ관리적 요인임이 확인되고 있음에도, 특정 공간에 대해 불연재료만을 허용하는 것은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제한이라는 주장이다.
산업 양극화와 시장 독과점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국내 불연 단열재 시장은 소수 대기업이 주도하는 과점 체제다. 반대 의견서에 따르면 법안 통과 시 약 1000여 개에 달하는 중소 유기질 단열재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며, 이는 산업 생태계 붕괴와 대규모 실업으로 직결될 수 있다.
시공의 안전성 문제도 지적됐다. 무기질 단열재는 자체 중량이 무겁고 수분에 취약하다. 한 건축 시공 전문가는 “지하주차장 천장에 무거운 무기질 단열재를 시공하면 습기를 머금어 하중이 증가하고, 결국 처짐이나 탈락 현상이 발생한다”며 “단열재 낙하로 인한 차량 파손 등 새로운 안전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법리적ㆍ기술적 결함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의원실 내부 기류도 급변했다. 협단체의 의견서를 검토하고 면담을 진행한 의원실 핵심 관계자는 법안의 무리한 추진을 재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원실 측은 “국민 안전을 위해 법안을 발의했으나 산업적 파장과 법리적 문제를 고려해 무리하게 밀고 갈 생각은 없다”며 “사회적 합의 없이 강행하지 않고 수정안 발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일률적인 소재 제한보다는 화재 확산 억제 능력을 기준으로 한 성능 중심의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며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의 신뢰성을 높이는 능동적 방어 체계와 결합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