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국 관문 뚫고 대한항공 아시아나 M&A 이끌었죠"

송승현 2026. 2. 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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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M&A 빛낸 5대 로펌]⑤김앤장 법률사무소
2020년 11월 시작된 M&A, 2024년 넘어서야 마무리
14개국 기업결합·화물사업 매각 곳곳 암초에도 극복
"그간 수행한 M&A 중 가장 어려워…경영진 결단 주효"
이 기사는 2026년02월03일 05시1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지영의 기자] “십수년을 인수합병(M&A) 분야에서 일을 해왔지만, 솔직히 이만큼 어려운 딜은 없었습니다. 딜이 4년간 이어진 경우도 없었을뿐더러, 중간에 안 될 수도 있겠다 싶은 허들이 계속 생기는 경우도 없었죠. 되면 기적이다 싶었는데, 결국 해냈습니다.”

왼쪽부터 안학범, 이은영, 조현덕, 정재훈, 박종현, 김건우, 김예형 변호사(사진=이영훈 기자)
4년 대장정 시작...“경영권 분쟁 속 자금조달부터 난관”

이 프로젝트에서 M&A를 총괄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종현(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프로젝트를 이렇게 회고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박 변호사와 함께 국내외기업결합을 총괄한 정재훈 변호사(26기), 기업지배구조 경영권분쟁 업무를 총괄한 조현덕 변호사(33기)가 함께 했다.

2020년 11월 시작돼 2024년 12월 완료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거래는 1조8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M&A이자, 14개국 기업결합 심사와 화물사업 매각이라는 전례 없는 복잡성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대장정이었다. 이 딜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쳤다. 인수 초기 단계인 자금 조달 과정에서 한진칼의 산업은행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경영권 분쟁 중인 사모펀드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것이다.

조 변호사는 “산업 위기상황에서 항공사 통합의 필요성 등 회사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상 필요가 충분하면 설령 경영권분쟁 중이라 하더라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법원 결정을 받아냈었다”고 설명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종현 변호사. (사진=이영훈 기자)
14개국 승인 받아야 하는데...EU “화물사업 매각하라”

자금 조달 후 인수의 성패를 결정하는 본격적인 기업결합 심사가 시작됐다. 정 변호사가 맡은 이 미션은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14개 필수 신고국 승인을 받는 것이었다. 국내 1·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은 초기부터 독과점 우려가 지속됐다. 관건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해외까지 독과점과 경쟁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는 것이였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서는 운수권·슬롯 반납 등 조건부 승인을 받아냈다.

가장 큰 시련은 EU에서 벌어졌다. EU 집행위원회는 2024년 2월 승인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전체를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조 변호사는 “화물사업은 시작할 땐 이슈가 아니었는데, 대한항공이 코로나 당시 화물로 큰 돈을 벌기 시작하니 갑자기 문제가 됐다”며 “항공사를 인수하는데 화물을 빼고 여객만 가져오라는 게 말이 되냐는 반발이 엄청났다”고 했다. 박 변호사 역시 “EU에서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받아들일 만큼 과도한 조건이 나왔다”며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옵션을 던진 거였다. 솔직히 그때 우리 팀이 다 무너졌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절치부심, 김앤장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물적분할해 합병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항공기 화물사업의 신규 인허가 취득에 소요되는 기간, 복잡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화물사업부는 에어인천에 4700억원에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상장사가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계열사 아닌 제3자에 합병으로 매각하는 최초의 선례로 남았다. 박 변호사는 “하루빨리 매각해서 EU 측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정작 선례가 없다 보니 매수 후보자들이 매각 구조를 이해 못 하는 헤프닝도 있었다”고 웃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정재훈 변호사. (사진=이영훈 기자)
“항공 M&A 교과서 됐다”...EU 시정조치 새 기준 제시

대한항공의 딜은 항공사 M&A 과정에서 전례가 없는 조치의 연속과 이를 극복하고 성공시킨 만큼 그 자체로 ‘항공 M&A 교과서’가 됐다. 정 변호사는 “EU에서는 기존의 시정조치 방식인 슬롯매각방식의 구조적 시정조치는 실효성이 없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며 “이번 딜에서의 시정조치는 과거의 슬롯매각방식에서 진일보한 방식의 시정조치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이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다른 M&A가 발생할 경우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들은 한진그룹 경영진의 결단도 이번 딜의 큰 요소라고 치켜세웠다. 조 변호사는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이 아니었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었던 딜”이라며 “해외 경쟁당국이 요구하는 강력한 시정조치가 회사 실적과 인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컸지만, 경영진이 딜을 완성해야 한다는 목표 하에 수용한 게 컸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 역시 “4년 동안 자문사를 믿고 맡겨준 대한항공 고객이 제일 대단하다”며 “한국에서 M&A를 몇 년씩 기다리는 일은 없는데, 속전속결 해야 하는 M&A를 4년간 기다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올해 M&A 시장에 대해 석유화학 산업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봤다. 박 변호사는 “캐즘 시기를 견디지 못한 한계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면서 대형사 중심의 수직 계열화 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현덕 변호사. (사진=이영훈 기자)

송승현 (dindibu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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