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동거’ 보름째…라운지는 만족, 출국장 병목은 불만족

정지성 기자(jsjs19@mk.co.kr) 2026. 2. 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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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한지붕’ 현장 르포
라면·요리·게임 체험형 라운지 호평
‘환승도 여행 일부’ 메가 허브 정조준
피크 시간 카운터·출국장 병목 ‘숙제’
조직통합 등 화학적 결합 난제 풀어야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라운지에 설치된 라면 라이브러리. [정지성 기자]
“라면 도서관이 보고 싶어서 통신사 제휴 라운지에서 1시간이나 기다리다 왔어요.”

지난달 29일 찾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라운지. 라운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라면 라이브러리’ 앞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승객들로 북적였다.

승객들은 자판기에서 원하는 라면을 골라 직접 끓여 먹고 있었다. 한 아시아나항공 고객은 “1터미널에 있던 (아시아나) 라운지보다 좋아진 것 같다”며 “비행 전부터 여행 온 기분이 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14일 인천공항 2터미널로 둥지를 옮긴 지 보름 남짓 지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한 지붕 동거’가 시작되면서 2터미널은 단순 여객터미널을 넘어 통합 대한항공의 인천공항 ‘메가 허브’ 꿈을 향한 실험대가 됐다. 이날 찾은 공항 현장은 쾌적해진 공용 라운지·자동 체크인 등 물리적 통합이 만들어낸 편리함과 아직 풀리지 않은 조직·문화 갈등이 교차하는 미완의 공간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최근 리뉴얼한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동편(좌측) 라운지다. 총 1553㎡ 면적에 192석을 갖췄으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호텔 로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상준 대한항공 라운지기획팀 차장은 “단순히 탑승을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을 목표로 설계했다”고 소개했다.

무료 코인을 받아 간단한 게임과 포토 부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아케이드룸, 호텔 셰프에게 간단한 요리를 배우는 쿠킹 스튜디오 등도 젊은 승객들에게 인기다. 한 20대 여성 고객은 “요리 배우고 사진까지 찍으니 환승 시간이 금방 간다”며 “앞으로 돈을 더 내더라도 라운지를 꼭 이용하고 싶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라운지 리뉴얼은 환승 시간조차 여행의 일부로 만들겠다는 인천공항 메가 허브 전략과 맞닿아 있다. 델타항공은 애틀랜타 허브에서 스카이클럽 전용 서비스로 환승객을 라운지로 바로 안내해 대기 시간을 휴식·식사 시간으로 전환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 역시 두바이 공항 슬리핑 포드(캡슐형 수면 공간)·샤워 시설을 앞세워 몇 시간짜리 환승을 ‘작은 스톱오버’처럼 즐기게 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라운지에 설치된 아케이드룸. [정지성 기자]
체크인 카운터 풍경도 달라졌다. 아시아나항공 카운터가 T2 동편 G~J구역에 자리 잡으면서 대한항공(A~G)과 나란히 어깨를 맞댔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사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예정된 법인 통합 직후 체크인 카운터도 하나로 합칠 예정이다.

이전 직후 혼잡하던 카운터는 최근 비교적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지만 피크 시간대 병목 현상은 여전했다. 오전에 찾은 아시아나 체크인 카운터에서는 셀프백드롭(자동 수하물 위탁) 기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줄을 선 한 승객은 “터미널을 옮겨서 시설은 쾌적해졌지만 예전 1터미널보다 대기 시간이 길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류진숙 아시아나 인천공항지원팀 차장은 “이전 직후엔 승객과 직원들이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대기줄이 더 길어진 측면이 있다”며 “인천공항공사와 함께 오는 4월 말까지 셀프백드롭 기기를 기존 16대에서 32대로 늘리는 등 대기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시설 뒤편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물리적 거리는 좁혀졌지만 직원들 간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멀기 때문이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에는 대한항공 직원이 아시아나를 비하하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됐다. 합병에 불만이 있다며 온라인 협박에 나선 사례도 있다.

한 공항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선 원만하게 함께 일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 일부 직원들의 과격한 표현이 서로의 감정을 더 예민하게 만든다”며 “상호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공통된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 대한항공이 인천공항을 애틀랜타·두바이급 메가 허브로 키우려면 단순히 물류·운항 효율화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먼저 조직 문화와 서비스 등 화학적 결합을 통해 ‘하나의 항공사’라는 신뢰를 쌓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인천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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