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리포트]①공공기관 버스 없앤 이 대통령…2차 지방이전 성공하려면

김인한 기자 2026. 2.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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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주도성장의 조건]
[편집자주] 공공기관들이 이전한 혁신도시는 전국에 총 10곳. 대부분 주말이면 유령도시로 변한다. 직장만 있을 뿐 교육, 의료 등 정주 인프라가 부족해서다. 2027년 본격화할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들을 살펴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다 주말 되면 서울 온다는 거 아닙니까. 공공기관 이전해 놓고 서울 가는 전세버스로 주말 되면 서울 가는 차를 대주고 있다고 그래서 내가 그거 못하게 했어요.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없지 않냐 그거."(이재명 대통령, 1월21일 신년 기자회견)

이 대통령의 지시로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수도권 통근버스가 올 상반기 중 사라진다. 원칙적으로 오는 3월까지 중단해야 하고,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발생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6월까진 종료해야 한다.

수도권에서 출퇴근하지 말고 공공기관 본사가 위치한 지역에 가서 살라는 취지인데, 공공기관 직원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정주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 의료 인프라 부족이 문제다.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지방주도성장'을 이루려면 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 과정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00여개 공공기관 대상 2차 지방이전, 2027년 착수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6월까지 2차 공공기관 이전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내년 실제 이전에 착수할 계획이다. 2차 이전 대상은 350개 내외 공공기관으로, 1차 대비 2배에 달하는 수치다.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노무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추진했다. 2003년 12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 등 3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2005년 6월 공공기관 이전 최종 계획이 확정됐다.

그러나 공공기관 부지 조성 지연과 직원 반발에 정권 교체까지 겹치며 계획이 지연됐다. 당시 정부는 대책으로 공공기관에 대해 3~5년간 법인세 혜택을 제공하고 직원들에겐 지역 아파트를 우선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결국 2012년 9월 국무총리실의 세종 이전을 기점으로 2019년 12월까지 총 153개 공공기관의 약 5만1000명이 지방으로 옮겨갔다. 공공기관이 지방에 거점을 만들어 지역 인재 채용을 늘리고 지방 세수 확보에 기여하고 있는 점은 성과로 꼽힌다. 대형 공공기관이 납부하는 지방세는 2012년 200억원 수준에서 2020년대 500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1·2차 계획 비교 / 그래픽=강지호 기자
그러나 산업적 기반이 부족한 곳에 공공기관만 우선 이전하면서 인구 유입과 자발적 투자 등을 통한 생태계 조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부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민간 기업의 자발적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세금 감면과 설비투자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기업 입장에선 세금 감면 혜택보단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원하는 인재를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공계 인재가 전국에 퍼져 있는 독일의 사례는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 독일은 △막스플랑크연구회(MPG) △프라운호퍼연구회(FhG) △헬름홀츠협회(HG) △라이프니츠협회(LG) 소속 약 280개 연구소 등 주요 연구기관들이 전국 각지에 고루 분포돼 있다.

이 연구기관들이 해당 지역의 기업·대학들과 손잡고 육성한 이공계 인재들이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의 토양이 됐다. 2022년 기준으로 전세계 3400개 히든챔피언 가운데 1570여개(46%)가 독일 기업이다. 히든챔피언은 독일의 경제학자 헤르몬 지몬이 1990년 처음 사용한 용어로, 산업별 세계 시장 점유율 1~3위의 강소 우량기업을 의미한다.

유정하 독일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는 동행미디어 시대에 "독일은 지역별로 퍼져 있는 이공계 연구소들이 고등교육기관과 함께 맞춤형 인재를 육성한다"며 "한국도 수도권 과밀문제와 지방소멸 문제의 해법으로 지방의 이공계 인력과 산업 육성 방안을 패키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교육 등 정주 인프라 확충해야


공공기관 1차 지방이전 결과 / 사진=국토교통부
지방의 부족한 의료·교육 인프라는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서울의 5대 대학병원 환자 중 타 지역민 비율이 약 26.5%로 나타났다.

일본은 지방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1972년 2월 47개 도도부현(광역 지방자치단체)이 공동으로 '자치의과대학'을 만들었다. 매년 학생 123명이 선발돼 전액 무상 교육을 받는다. 이들은 졸업 후 9년간 지자체가 지정한 공공병원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의무 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학비와 이자를 모두 갚아야 하는데, 졸업생의 98% 이상이 복무를 완수하고 있다. 의무기간 종료 후에도 지역 정착 비율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2008년엔 '지역틀' 제도가 도입돼 각 도도부현이 의대 정원의 일부(현재 약 19%)를 지역 출신 학생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 역시 지자체가 학비를 전액 지원하고 졸업 후 9년간 '지역 근무'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국도 지난달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부터 지역의사를 육성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보건복지부가 정한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해야 한다.

의무 불이행 시 지원금 환수에 더해 의사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 의대 증원분을 모두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하는 방안이 유력한데, 증원 규모로는 580~800명 수준이 거론된다.

다만 지역필수의료 거점병원 지정 및 지원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지역필수의료법)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시대와의 통화에서 "지방의료 인프라 확대를 위해 지역 필수의료 체계에 대한 보상 강화와 지역 의사제 등을 확대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지역필수의료법은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의료 분야도 일정 수준의 환자가 있어야 의료의 질이 유지될 수 있다"며 "지역 내 거점도시에 '대진료권'(2시간 내 대학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의료권역)을 구축하고, 군 단위에는 소진료권을 만들되 언제든 쉽게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교통편을 편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핀란드 헬싱키의 한 놀이터. 헬싱키 도심에선 숲과 어우러진 놀이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김평화 기자
공공기관 임직원 자녀들을 위한 교육 인프라의 질적 향상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핀란드는 학생 수가 적은 지역에 '교육평등 지원금' 명목으로 도시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교사들이 지방을 기피하지 않도록 지방 교사들의 처우를 우대한다.

스위스는 인재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역 산업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학교과 연계해 지역 기업에서 일하는 경험을 쌓는다. 또 스위스의 응용과학대는 대도시가 아닌 각 지방 거점에 위치해 인재들이 중소기업의 R&D(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토록 한다.

전문가들은 지방이 자생력을 지니려면 각 지역별로 거점 도시를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거점 도시 이외 주변 지역이 공동화(空洞化)되지 않도록 교통체계 개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지방소멸의 해법으로 일하고(職·직), 살고(住·주), 즐기는(樂·락) '직주락' 공동체가 형성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지방에도 서울의 홍대나 성수동 같은 골목상권이 활성화돼야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다며 창의적인 '로컬 크리에이터'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 교수는 "대중교통과 연결되고 지역 자원이 밀집된 원도심에서의 창업과 거주를 유도해야 한다"며 "지역 청년들이 도시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상권, 그곳과 연결된 주택과 사무공간이 근거리에 모여 있는 곳이 직주락 센터인데 이를 '15분 도시'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걷고 싶은 거리, 머물고 싶은 골목상권이 살아나야 청년들이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김인한 기자 inhan.kim@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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